모태펀드 비대면 PT, 촬영 대행부터 '폰카'까지
질의응답 애플리케이션 두고도 '왈가왈부'
우여곡절 속에 '대면 심사' 강행하는 기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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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가 기승이던 이달 중하순 무렵, 출자사업에 참여한 어느 벤처캐피털(VC)은 모태펀드 비대면 프레젠테이션(PT)에 '온라인 칠판'을 등장시켰다. 전문 스튜디오를 통으로 빌린 뒤 칠판 같은 크로마키(합성스크린)에 자료를 띄워놓고, 발표자로 등장한 대표 펀드매니저는 주요 투자 분야와 수익 전략에 대한 ‘열혈 강의’를 이어나갔다. 영상을 접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의 현장 PT의 느낌보다는, 마치 EBS 교육방송의 강사를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2. 성장지원펀드 사업의 운용사 대상 질의응답 시간에는 최근 '언택트 열풍'에 주목 받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줌(Zoom, 화상회의 지원)'이 활용됐다. 젊은 직원들이 사용 아이디어를 보강하고, 무료 이용이 40분밖에 안 돼 호스트 당 2만원대의 유료 결제도 진행했다. 한 성장지원펀드 사업 관계자는 “스카이프 등 화상회의로 어느 정도 단련돼왔다 생각했는데, ‘이런 것도 되는구나’ 싶어 꽤 색다른 경험이었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태가 사모펀드(PEF)나 벤처캐피털(VC) 출자 심사의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당초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 주문 탓에, 상반기 정책성 자금을 푸는 기관투자가(LP)들을 중심으로 ‘언택트(비대면)’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던 차였다. 이에 모태펀드·성장지원펀드 등 굵직한 출자사업들이 내부 검토를 거쳐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유례없는 시도였던 만큼 진행 과정 간 ‘우여곡절’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최근 상반기 주요 벤처캐피털(VC) 출자사업인 ‘모태펀드 1차 정시’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모태펀드의 운용사 한국벤처투자 투자운용본부는 지난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출자심의회를 진행 중이다. 현재 운용사 PT와 질의응답이 진행되는 막바지(2차 심의) 단계로, 오는 4월 말 최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원활한 비대면 진행을 위해 화상 질의응답에 앞서 운용사별로 PT 영상을 먼저 제출하게 했는데, 안내 방식이 문제가 됐다. 한국벤처투자 측은 운용사들의 PT 준비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당초 공고문 내에서 요구했던 최소한의 요건들과 업로드 마감시간 이외 특별한 양식을 일괄하지 않았다.
이에 출자사업에 지원한 각 VC들마다 천차만별의 영상이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단 영상의 화질이나 구성은 자연히 동일할 수 없었다. 대표 펀드매니저(대펀)가 스튜디오에 발표 자료 화면을 띄우고 ‘강의’를 하는 경우부터, PIP(화면 속 화면) 기법과 프롬프터(대본 표출 모니터)을 활용해 대본을 낭독하는 사례도 있었다. 카메라 시선처리에 익숙하지 않은 일부 대펀들을 중심으로는 ‘생동감이 떨어진다’는 자조도 이어졌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수백만원대 영상 촬영 대행업체를 쓰거나, 아이폰 카메라를 촬영에 사용하는 양극단 사례도 있었다”며 “현장 PT때는 어느 정도 해오던 ‘익숙한 툴(Tool)’이 있었는데, 촬영으로 진행하는 건 처음이다 보니 심의위원들이 결과물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출자사업을 진행하던 타 기관들은 모태펀드가 겪은 상황을 접하고, 논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섰다. 당장 비슷한 시기 비대면 PT와 질의응답을 계획했던 스케일업 혁신 리그의 한국성장금융(21일)과 중견·스케일업 성장·루키 리그의 산업은행(23일~28일) 이미 파워포인트(PPT)에 음성을 입히는 방식 이외 어떠한 추가 구성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불안감을 느낀 일부 운용사(GP)들을 중심으로 ‘성우를 써도 되느냐’ 등의 문의 전화가 있기도 했다.
질의응답에 쓰인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자기관의 골머리를 앓게 했다.
성장지원펀드 사업에는 앞서 실사 과정에서 활용됐던 화상회의 앱 ‘줌’이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편의성 측면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앱이지만,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보안 부실 논란과 공공기관이 중국산 앱을 사용한다는 지적이 내부 고민으로 자리했다. 반면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서 사용하는 국산 앱을 썼던 한국벤처투자는 이런 문제에선 자유로웠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기능에 곤욕을 겪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팎으로 논란이 일자, 기존 대면 방식을 강행하는 기관도 생겨났다.
지난 2월부터 PEF 위탁운용사 선정을 진행하고 있는 사학연금은 코로나 사태 탓에 당초 예정보다 2주 느린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내부 검토 끝에 오프라인 방식의 일정을 소화하기로 결정했다. 사학연금 관계자는 “이번 주 대면 PT가 예정돼있고,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일정 지체에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정책성 자금을 푸는 기관들이 다음 달 예정된 출자사업에도 유사한 비대면 방식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국내 최대 앵커 LP 국민연금의 대응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오는 29일 PEF 위탁운용사 접수를 마감하고 본격적으로 출자사업 일정을 시작한다. 다만 최종 선정(6월)까진 기간이 남아있어, 구술심사와 PT 방식에 대해 특별한 공지는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아직 접수 마감 단계이고, 시간적 여유가 있다” 며 “선정 일정상 현재까지 별도의 조치 사항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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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