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특법 18조 6항 '주택 공급' 대한 해석 엇갈려
국토부·서울시, '불공정 행위' 규정 후 대응
사업 지연 리스크 대한 조합 설득 여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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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 사업에서 대우건설이 새롭게 내놓은 ‘리츠 사용법’이 건설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내용대로라면 오는 7월 적용되는 분양가상한제를 특별한 조건 없이 피할 수 있어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법률 검토를 이미 마쳤다며 자신감을 표하는 반면, 관할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선 부정적 해석을 연이어 내놓고 있어 실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최근 대우건설은 지난해 12월 설립한 리츠 자산관리회사 AMC(투게더투자운용)을 통해 ‘재건축 리츠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첫 적용 단지로는 삼성물산과의 사실상 2파전이 예고된 총 사업비 8000억원대 알짜 사업 ‘반포1단지 3주구’가 꼽히고 있다. 대우건설은 해당 방법을 통해 조합원 수익을 극대화하겠다며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 정부의 부정적인 반응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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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의 핵심은 ‘잔여분 현물출자’다.
통상 재건축 사업은 조합이 시행사 역할을 한다. 조합이 ‘조합원 분양가’로 자신들에게 배정된 물량을 소화하고 나면, 이들은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잔여분을 일반분양하게 된다. 이때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경우 낮아지는 분양가만큼 조합의 차익은 줄어들게 된다. 때문에 대우건설은 리츠를 세워 잔여분을 현물출자 받고, 4년 이상의 임대 운영 기간을 거쳐 차후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출자 과정에서 일반분양이 진행되지 않음으로, 자연히 분양가 규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당국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과거 신반포3차 재건축 사업에서 적용된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의 예외 조항을 근거로 반대 논리를 펼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논란이 불거진 해당 사업에서 조합 측은 일반분양 346가구 전체를 분양 대신 민간 임대 사업자에게 매각하려 했다. 하지만 신반포3차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되며 예외 조항에 포함돼 무산된 사례가 있다.
대우건설은 이 예외 조항 부분에 ‘리츠’가 적용된다면 문제 될 지점이 없다고 해석했다. 비록 분양가상한제 대상 지역이라 할지라도, 18조 6항이 규정하는 ‘주택 공급’의 의미가 현행법상 현물출자 방식에 대해서까지 명시하고 있지 않은 탓에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사업주체가 임대 사업자에게 잔여분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조합이 잔여분을 보유한 리츠의 대주주가 되기 때문에 신반포3차 때와는 차이가 있다”며 “법률 검토를 이미 마쳤으며, 리츠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긍정적 효과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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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의 주장이 현행법상으로는 부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실현 가능성은 섣불리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재건축 전문 변호사는 “국토부와 서울시의 주장대로 신반포3차에 적용했던 법적 논리를 동일하게 적용하기에는 6항의 조문 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며 “대우건설이 상당한 묘수를 찾아낸 것 같은데, 문제는 최근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법적 논리보다는 정책 취지를 우선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대우건설의 주장을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강한 인허가 권한을 바탕으로 사업 저지 방안을 다각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우선 민특법 조항의 해석과는 별개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상 사업시행계획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포1단지 3주구가 인가받은 계획서에는 ‘정비 사업을 통해 민간임대주택을 공급하거나 위탁한다’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변경 신청이 필요할 것”이라며 “대우건설의 이번 시도는 주택 공급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로 판단, 정비 계획 변경을 신청하더라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분양가상한제 회피 목적의 시도라 판단하고 서울시와 대응책을 공동 협의 중”이라며 “리츠 인허가권도 국토부에서 보유하고 있는 만큼 ‘교란 행위’를 막을 방법은 다양하다”고 밝혔다.
당국의 반발이 이어진다면 법리상 대우건설이 우위를 점하더라도 조합들이 ‘재건축 리츠’에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대우건설 입장에서는 법령 해석 외에 또 다른 과제를 안은 셈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포 재건축 조합들이 제일 꺼려하는 말이 ‘사업 지연’이다”며 “정부 반발이 워낙 거세니 행정소송도 염두 하지 않을 수 없을 건데, 대우건설이 리츠를 통한 수익성이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사업 지연의 리스크 보다 더 크다는 것을 조합에 잘 설득해야만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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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