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 분리선출·집중투표제 도입시 경영권 유지에 부담
지주사 지분규제 강화한 공정거래법 통과도 가시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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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나면서 여당의 자본시장 관련 공약도 탄력받을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에 기업들의 불안감은 상당히 높아졌다.
자본시장 관련 법안 가운데 민주당의 대표 공약은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도입 ▲자사주를 통한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방지 등이 포함된 상법개정안과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주식보유 기준 상향 조정이 핵심인 공정거래법 개정안 추진이다.
이번 총선에서 180석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은 쟁점이 되는 법안을 야당과 협상 없이 처리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패스트트랙은 상임위원회 전체 위원의 60%, 전체 국회의원 중 60%(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항을 말한다. 상임위원회에서 최장 330일에 걸쳐 심사를 진행하고, 상임위에서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된다.
감사인 분리선출 및 집중투표제 의무도입 법안은 기업들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해당 법안은 1998년도에 만들어져 상법에 이미 반영이 돼 있지만 의무조항이 아닌 탓에 대부분 기업들은 정관을 통해 적용하지 않는 곳이 많다.
기업들은 통상 회사의 감사인을 사외이사로 선출된 이사 가운데 선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주총에서 감사인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되는 반면, 사외이사의 경우 의결권 제한이 없다.
따라서 최대주주의 의중을 반영해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선임된 사외이사 가운데 감사를 선임해 외부세력의 추천인사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 감사인은 기업의 재무제표 열람을 비롯해 경영과 관련한 가장 세밀한 부분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권한을 갖기 때문에 자칫 반(反)기업 인사가 감사인으로 선임될 경우엔 오너 또는 최대주주의 경영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기저에 깔려있다.
감사인을 분리해 선출하는 법안이 통과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주주제안이 가능한 일정 수준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사외이사 선임 여부와 상관없이 감사인을 추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지배구조 및 경영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이사회 또는 감사위원회 진입을 노리는 행동주의펀드의 경영참여가 보다 수월해 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이 감사인 선임을 수월하게 할 수 있는 법안은 이미 20대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가 된 바 있다. 최대주주가 3%룰에 묶여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고, 이에 따라 정족수 미달로 감사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에 상장사협의회는 꾸준히 3%룰 폐지를 주장해 왔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권성동(무소속, 전 미래통합당), 김성원(미래통합당) 의원이 3%룰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번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다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해당 개정안이 재차 추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외부세력이 감사인에 선임되면 회계장부를 수시로 열람할 수 있고, 과거 법인카드 사용 내역 열람, 대표이사 해임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며 “과거 엘리엇과 KCGI 등의 사례를 비춰볼 때 한국은 외부 세력들이 공략하기 가장 어려운 국가중 하나였는데, 해당 개정안들은 외국계 자본 및 행동주의펀드들의 기업에 대한 공략이 보다 수월해 지는 발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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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더불어민주당 21대총선 공약집
여기에 집중투표제가 의무화할 경우 외부 세력의 추천인사가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방식과 달리,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주주들이 한 명의 후보에게 부여받은 의결권을 모두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의 권한이 더 높아짐을 의미한다.
집중투표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중 하나였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 같은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진 않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기업 집단의 집중투표제 도입률은 6%에 불과했다.
지주회사와 관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또한 기업들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직 할 당시인 지난 2018년 공정위는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지분율 상향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회사의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된 공익법인의 의결권 제한 규정 신설 등 13가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지난해 3월 정무위원회 안건에 상정됐으나 미래통합당의 반대로 여전히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이기도 하다. 김상조 실장은 자리를 옮겼으나, 공정위는 새로운 회기의 국회에서 해당 법안을 재상정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보유 지분 기준 확대 안건은 기업들의 상당한 자금소요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을 상장회사 20%·비상장회사 40%를 보유해야 하지만, 개정안은 상장회사 30%·비상장 회사 50%로 기준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단 민주당과 공정위가 추진한 기업관련 법안들이 늦어도 내년 말까진 통과된다는 것을 전제로 각 기업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기업 입장에선 경영권을 위협받고, 자금소요가 발생할 수 있는 부담스러운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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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4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