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된 '벤처지주회사 제도' 대체 기대감
"IPO에만 목매는 시장 구조 전환점 될 것"
양극화된 밸류에이션…'투자 부담'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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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정책 전환 국면에서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대기업의 벤처투자시장 진입을 유도하는 CVC 규제 완화책은 정부와 여권의 ‘벤처 활성화’ 기조에 더욱 탄력을 받는 모양새다.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자본이 투자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양극화된 국내 스타트업의 과다 밸류에이션 논란을 부추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코로나 파생문제 관련 당내 기구들을 통폐합한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CVC허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내부 회의를 통해 6월 초 21대 국회에서 추진될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에 해당 내용을 어떤 의원발의안으로 담아낼지에 관한 내용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CVC는 투자업계의 오랜 화두였다. 대기업의 자본이 벤처 생태계에 전환점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가 기반됐다. 다만 대기업의 무분별한 산업 확장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번번히 개정이 무산되곤 했다. 때문에 현재 사장된 것으로 평가되는 ‘벤처지주회사(대기업 일반지주회사가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보유 지분에 대한 완화 인센티브를 부여)’ 제도만이 CVC를 대신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국내에서는 CVC가 ‘금융회사’로 분류되고 있어, 지주회사가 이를 자회사로 두는 구조가 불가능하다. 앞서 2018년에도 공정위 차원의 CVC 허용안이 검토된 바 있었다. 하지만 ‘금산분리 원칙을 깰 수 없다’는 기조가 형성되며 벤처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해 주는 안건만이 다뤄졌고, 결국 이마저도 통과되지 못했다. 코로나 국면 이후 정부와 여당이 벤처시장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해당 논의는 2년 만에 원점에서 부활하게 됐다.
검토되는 CVC 도입 자체의 장점은 뚜렷하다는 평가가 많다. 세제혜택과 외부자금 수혈에 관한 이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 주체가 지주가 되는 현행 제도(벤처지주회사)보다는 아무래도 계열사 편입에 대한 부담감이 적다. 한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꼭 인수를 전제하지 않고도 투자를 조금씩 진행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론 전략적투자자(SI)가 많지 않아 바이아웃(Buy-out)보단 기업공개(IPO)에만 목매는 시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책이 보다 효용성을 갖추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시장 관계자들은 CVC대책이 제때 도입되지 못해, 산업자본보다는 정책성 자본이 벤처 생태계를 오랜 기간 키워온 점에서 문제점이 불거졌다고 입을 모은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정부 주도의 벤처 육성이 주를 이루다 보니, 높은 가치를 받는 일부 기업들에 실제보다 과도한 밸류에이션이 매겨지고 있다”며 “이미 민간자본도 IPO를 염두해둔 시점에 자본이 집중되기 때문에 SI 입장에서 접근한다면 부담스러운 투자들이 많다” 고 분석했다.
SK, LG 등 국내 대기업들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벤처 투자를 꾸려온 사례가 이미 정착해 CVC 도입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SK텔레콤은 글로벌 이동통신사 도이치텔레콤과의 MOU를 통해 이들 산하의 전문 투자펀드(DTCP)에 3000만달러(약 400억원)의 투자를 확약했다. LG전자와 LG화학 등 계열사들이 4000억원 가량을 출자한 LG테크놀러지벤처스 역시 미국 독립법인을 세워 규제망을 빠져나갔다.
한 출자기관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이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의 의도대로 자본 투입이 바로 시작될 지 미지수다”며 “꼭 CVC 규제 완화 한 가지에 집중하기 보다 독립계 운용사의 자본 위탁을 활성화시키는 방안 등을 병행해 보다 넓은 차원에서 정책을 이끌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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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