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주자 삼성·현대, 사세확장 CJ, 신세계는 부진
신세계 위탁급식사업부 매각 검토설도 돌아
잠재 매수자 찾기 쉽지 않아 매물화 어려운 사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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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업계가 대기업 외식사업, 특히 위탁급식사업부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받았던 외식사업은 최근 몇 년간 실적이 부진한 탓에 그룹 내 입지가 애매한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그룹 임직원 복지 차원에 머물고 있는 위탁급식사업은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정리를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마트(46.87%)와 신세계조선호텔(8.6%)이 지분을 보유한 신세계푸드는 실적이 하락세로 돌아선 2017년 이후로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4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76억원을 들여 인수했던 생수 계열사 '제이원'을 지난해 매각, 적자 매장도 정리하고 있지만 영업이익 개선까지는 요원하다. 2015년 인수한 스무디킹도 4년째 영업적자로, 매각설이 끊이질 않는 사업 중 하나다. CJ가 지분 96%를 들고 있는 CJ푸드빌도 뚜레쥬르 외 빕스, 계절밥상 등이 부진사업으로 자주 거론돼왔다.
한 증권사 유통 애널리스트는 "신세계푸드는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도 유독 경쟁력이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이마트를 위해 조직된 회사인데, 캡티브 물량 메인인 이마트 할인점이 코로나를 기점으로 부침이 더욱 심해져 수익성 개선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룹 내 각 계열사들과 연결은 많이 돼 있지만 부가가치가 크지 않다 보니 내부적으로 신세계푸드 처리를 두고 고민이 있을 수밖에 없을 거라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와 CJ는 매각설을 일축했지만 투자업계에선 여전히 해당 기업뿐 아니라 종속된 사업법인 매물화를 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마트의 신세계푸드 처리를 두고 계속해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신세계그룹이 내부적으로 신세계조선호텔의 신세계푸드 지분(8.6%) 매각과 함께 신세계푸드 위탁급식사업부 매각을 검토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위탁급식사업은 삼성, 현대 등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 그룹 내 입지가 다소 애매하다 보니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대기업들은 당초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거란 기대감을 갖고 위탁급식사업에 뛰어들었지만, 2017년 최저임금 인상 후 단가 인상 등 대응에 따라 기업별로 수익성이 다소 갈렸다. 삼성웰스토리(25%), 아워홈(19%), 현대그린푸드(15%)는 현재 위탁급식시장 선두주자다. 이들을 뒤쫓는 CJ프레시웨이(8%)는 최근 몇 년 간 공격적으로 사세를 키우고 있다. 대기업 중 최초로 위탁급식에 진출했지만 점유율이 5~6% 수준에 그치는 신세계는 사실상 꼴찌 신세다.
최근 점유율을 크게 늘린 CJ나 아워홈 외엔 대부분 그룹의 의지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을 받는다. 선두주자인 삼성웰스토리와 현대그린푸드도 위탁 수주계약을 맺은 사내 계열사가 많은 점을 제외하곤 다른 기업과 차별성이 있다고 평가하긴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대기업에 위탁급식사업은 외부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보다도 그룹 내 직원 복지 차원 혹은 캡티브 물량 처리 목적이 크다. 인력도 대개 외주로 고정 지출이 많다.
사업정리 시그널이 확연함에도 쉽게 매물로 출회되지 않는 배경엔 인수 의지를 보일 잠재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사정이 거론된다. 기업들 간 합종연횡을 기대하기에도 위탁급식사업에 큰 의지를 보이는 기업이 흔치 않다 보니 결국 PEF 외엔 별다른 인수 후보는 없을 거란 의견도 있다. 올초 VIG파트너스에 매각된 한화그룹의 한화호텔앤드리조트 FC부문(위탁급식·식자재 유통사업) 사례가 주로 거론된다. 인수 주체가 PEF였다는 점에서 추가 매각 기대감은 아직 잠재해 있다는 기대감이다.
다만 각 계열사들과 지분이나 사업적으로 연결이 많이 돼 있다 보니 기업들도 쉽사리 매각 결정을 내리긴 쉽지 않다. 이런 배경에 각 외식계열사들은 쉽게 매각에 나서진 못하더라도 부진한 위탁급식사업은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투자업계는 이들 기업이 수익을 내기 어려운 위탁급식사업에서 가정간편식(HMR) 등 배달에 용이한 식자재 위주로 주력사업을 재편할 거라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대기업 외식계열사들은 잠재 매수자를 찾기 쉽지 않아 쉽게 매물로 내놓긴 어렵다 보니 부진한 위탁급식사업 비중은 줄이고 냉동식품 등 간편식이나 식자재 유통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마트는 특히 식자재 유통 시장에 거는 기대가 큰데 지난해 6월에 인수한 미국 HMR 제조업체 '장터코퍼레이션'을 신세계푸드로 넘기며 해외 생산 거점을 마련해준 걸 보면 매물화보다도 사업 재편을 노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신세계푸드의 경우 수익성은 다소 하락했음에도 유일하게 사업 흑자를 내고 있는 종속회사 세린식품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식자재 유통시장은 최근 한화 외식계열사를 인수한 VIG파트너스에 이어 후발주자로 진출을 공식화 한 배달의민족(우아한 형제들)까지 본격 나서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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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5월 2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