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연말까지 대형 LCD 순차적 정리
편광판 입지도 비례해 줄어드는 구조…매각 환경도 우호적
LCD TV가 전부인 삼성전자 상황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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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이 조단위 편광판 사업 매각에 성공하면서 그룹 차원 탈(脫) LCD 전차를 사실상 마무리지었다. 시장의 관심은 삼성그룹의 행보로 쏠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LCD 이후 미래 디스플레이 전략을 지휘하는 가운데, 삼성SDI를 통해 꾸리는 LCD 편광판 사업의 중요도는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LG의 매각 과정에서 중국 원매자들의 수요를 확인한 만큼 매각 등 결단을 내리기 최적이란 시각도 있지만, LG와 상황이 다소 다르단 평가도 공존한다. OLED TV를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에 진입한 LG와 달리 여전히 LCD TV가 사실상 전부인 삼성전자의 상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편광판은 빛의 퍼지는 성질을 제어해 한방향으로 모아주는 역할을 한다. 통상 LCD 패널 1장당 2장의 편광판이 쓰인다. 반면 자체발광하는 OLED 패널에선 이론상 편광판이 필요 없거나 빛의 반사를 막기 위한 1장만으로도 충분하다. LCD에서 OLED로 패널 시장 비중이 이동할 수록, 편광판 수요는 이에 비례해 줄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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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계열사 삼성SDI의 전자재료사업부를 통해 편광판 사업을 꾸리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LCD 철수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이전같은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연말까지 대형 LCD 사업 철수를 공식화하고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내 LCD 공장 매각도 함께 병행하고 있다. 매각에 성공할 경우 1조원 가량의 현금이 회사에 유입될 전망이다.
이번 LG화학의 매각으로 중국 업체들의 수요를 확인한만큼 삼성이 편광판 매각에 돌입하기엔 시점 자체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최종적으로 산산그룹이 독자적으로 입찰에 나섰지만 초기엔 소재 사업을 꾸리는 중국 진장(JinJang) 그룹도 산산 측과 초기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다. 또 중국내 편광판업체 서니폴(SUNNYPOL)도 산산그룹과 막바지까지 경합을 벌였다. 중국 현지에 설비가 있던 LG화학과 달리 국내에 설비를 두고 있는 점은 약점일 수 있지만, 설비와 공장을 현지로 이전하는 방향으로 매각 구조를 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삼성SDI도 LG화학과 마찬가지로 2차전지 시장에 진입해 있다보니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수적인 점도 고려된다. 이번 매각을 성공리에 자문한 HSBC 증권을 포함, 국내 투자은행(IB)들의 삼성그룹 접촉 가능성도 커진 상황이다.
한 증권사 디스플레이 연구원은 “현재 중국 업체들을 중심으로 LCD TV 대형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편광 필름도 점점 커지고 마진도 좋아지는 상황”이라며 ”여기서 1~2년이 더 지나면 OLED TV 점유율이 올라올 테고 이에 따라 LCD 패널 공급과잉이 심해지면 좋은 가격을 받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삼성전자 TV사업부의 상황이다. 일찌감치 OLED TV로 점유율을 확보한 LG전자와 달리 삼성전자의 주력은 여전히 LCD 기반 TV다. 자체 QLED TV 브랜드를 내세워 마케팅에 나섰지만, 본질은 LCD인 만큼 일정정도 자체적인 편광판 수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다른 증권사 전자 담당 연구원은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주도로 대규모 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얼마나 양산 능력을 갖추고 준비를 마쳤는지 아직 시장에선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결국 삼성 그룹 차원 LCD 이후에 대한 자신감 여부에 따라 매각 결정도 이뤄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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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2일 09:4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