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티브 펀드 핵심 운용역 중 50% 이상 변경
정관상 보수 삭감 사유…국민연금은 삭감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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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L파트너스의 핵심 인력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박기찬 부대표가 떠난데 이어 최근 태효섭 부대표도 퇴직하기로 했다. 앞으로 투자 관리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모멘티브 투자 펀드 약정상 핵심 운용역이 대거 바뀌면 관리보수를 삭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PEF) 업계에 따르면 태효섭 부대표는 최근 회사 측에 사의를 밝히고 퇴직 절차를 밟고 있다. 펀드 출자자(LP)에도 이 같은 사실을 전하는 과정으로 알려졌다.
SJL파트너스는 국내 투자은행(IB) 1세대인 임석정 회장이 2017년 말 설립한 PEF 운용사(GP)다. 문을 연 이듬해 셀트리온홀딩스와 비제바노 투자, 작년 3조원대 모멘티브 인수까지 잇따라 성사시키며 PEF 시장에 연착륙했다.
짧은 기간에 성과를 냈지만 조직 관리에 허점을 보였다. 설립 멤버이자 JP모건 시절부터 임석정 회장과 20년 관계를 쌓은 박기찬 부대표가 지난해 회사를 떠났다. 임석정 회장의 강한 성격과 맞지 않았던 데다, 보수 문제에서도 불만을 가졌을 것이란 언급이 나오고 있다.
박 부대표가 이탈한 지 몇 개월만에 태효섭 부대표도 회사를 나오게 됐다. 태 부대표 역시 임 회장의 독단적인 의사 결정 방식과 일을 믿고 맡기지 않는 성격에 피로감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설립 3년이 채 되지 않아 초기 파트너가 모두 이탈했다.
이 외에 모멘티브 거래 실무에 깊숙이 관여했던 부장급 인사도 올해 바이오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SJL파트너스는 주니어급 인력에 대한 보수는 박하지 않지만 임 회장이 사소한 실무 업무까지 깐깐히 챙기다보니 운용역들의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추가 인력 이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핵심 인력들이 줄줄이 떠나면서 포트폴리오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핵심인 모멘티브는 전략적투자자(SI) KCC가 있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SJL파트너스는 해외에서 활동하던 파트너급 인력도 영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사가 오더라도 초기부터 투자를 검토하고 집행한 운용역들보다는 이해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그간 SJL파트너스에서 LP 관리를 전담했던 태효섭 부대표가 이탈함에 따라 LP 관리와 의사소통에도 영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SJL파트너스 입장에선 당장 수입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모멘티브 투자 펀드의 정관에 처음 등록한 핵심운용역이 50% 이상 바뀌면 GP의 관리보수를 삭감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어서다.
해당 펀드엔 임 회장과 박기찬, 태효섭 부대표를 포함해 4명이 핵심운용역으로 등록돼 있었는데 이 중 2명이 자리를 비우며 트리거가 발동하게 됐다. 펀드의 핵심출자자인 국민연금은 유사 사례를 검토해 관리보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출자자 관계자는 “약정 상 핵심운용역이 50% 이상 바뀌면 관리보수를 깎을 수 있게 돼 있다”며 “삭감률은 펀드 지분 절반 이상을 가진 국민연금의 뜻대로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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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2일 15:2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