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에이치솔루션 중심 니콜라 투자 집행
막상 주가 급등한 건 ㈜한화...효율적 승계엔 역효과
"관건은 에이치솔루션 상장...신사업 성과 반영 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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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화그룹주의 주가를 흔드는 건 지난해 연간 매출이 41만달러, 한화로 약 5억원에 불과한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다. 이달 초 뉴욕 상장에 성공한 니콜라는 상장 4일만에 전통의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 시가총액을 제쳤다. 미국 현지에서도 광풍(狂風)에 비유되는 투자 열기다.
니콜라의 기업가치가 폭등하며 한화그룹 승계구도에도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사실상 니콜라 지분가치 상승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까닭이다.
문제는 에이치솔루션이 비상장사라는 점이다. 그래서 니콜라 주가 상승의 수혜를 에이치솔루션이 받지 못하고, 오히려 ㈜한화의 주가 상승만 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구도는 김동관 부사장을 비롯한 한화 3세들의 승계 작업에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승계 부담을 줄이려면 에이치솔루션의 지분가치는 오르고 ㈜한화 주가는 떨어지는 것이 이들에게 유리하기 때문.
16일 현재 니콜라의 시가총액은 247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니콜라는 한번 충전하면 1900킬로미터(km) 이상을 갈 수 있는 수소트럭 및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회사로, 트럭계의 테슬라라고도 불린다. 2023년 양산 예정이며, 이미 1만4000대의 선주문을 받았다. 선주문 물량만으로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5000만달러씩 1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100억원)를 투자했다. 현재 이 지분의 가치는 1조8300억여원에 달한다.
한화의 니콜라 지분 인수는 처음부터 승계 작업의 일환이었다는 게 금융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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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은 김동관 부사장 등이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에 그룹의 미래 산업을 수직 계열화하는 방식으로 승계를 준비해왔다. 에이치솔루션이 기업가치를 높이고, 여기서 나오는 현금 흐름으로 ㈜한화 지분을 매입하거나 향후 합병하는 방식이다.
니콜라 역시 마찬가지다. 당초 이 거래는 당장의 상장 차익보다는 미국 내 수소 인프라 시장 공략을 위한 퍼즐 조각 중 하나였을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은 미국 내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확보해둔 상태다. 한화솔루션에서는 수소충전소용 탱크 공급이 가능하다.
니콜라 지분 투자의 공적은 김 부사장이 가져갔다. 재계 안팎에는 이미 김 부사장이 주도해 니콜라에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사장이 외신을 통해 우연히 니콜라를 발견했고, 내부 검토를 거쳐 직접 니콜라 창업주인 트레버 밀턴을 만나 투자를 성사시켰다는 스토리다.
니콜라의 기업가치 상승이 한화그룹의 승계에 유리하게 작용하려면, 에이치솔루션으로 기업가치 상승분이 전이돼야 한다.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한화의 기업가치가 낮아질수록 김 부사장 등 3세들이 에이치솔루션을 통해 그룹 승계의 길이 쉬워진다.
실제 지분 구조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니콜라 지분 투자의 핵심축은 에이치솔루션의 100%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다. 한화종합화학과 함께 출자했는데, 한화종합화학 역시 한화에너지가 근소한 차이로 최대주주다.
문제는 니콜라 상장 이후 기업가치 상승분을 큰 관계가 없는 ㈜한화가 대부분 가져갔다는 점이다. 2만원대를 오가던 ㈜한화 주가는 니콜라 상장 대박 소식이 전해진 이후 한때 50% 가까이 치솟아 3만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한화의 니콜라에 대한 간접지분율은 0.41%(36.9%×36.1%×3.07%)에 불과하다.
투기성 세력이 붙으며 주가는 널뛰기를 뛰었다. 10일에는 소수지점ㆍ계좌 매수관여 과다로 투자경고 지정이 예고되기도 했다. 12일에는 보통주 주가가 추락하고 우선주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니콜라를 재료삼아 '돈놀이판'이 벌어진 것이다.
주춤하는 듯 하던 ㈜한화 주가는 16일 6.9% 이상 다시 치솟았다. 전날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의 주가 반등폭(6.95%)과 비슷했다. 여전히 증시는 니콜라 호재를 ㈜한화의 주가에 반영시키고 있다. 김 부사장 등 한화 3세의 승계에 역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관건은 에이치솔루션의 상장 시기일 거라는 게 증권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한화 지분을 매수하건, 합병을 추진하건, 결국 에이치솔루션이 상장 후 투명하게 시장가를 형성해야 진행 과정의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신사업 성과가 승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내려면 호재를 반영할 '툴'이 필요하다"며 "예컨데 에이치솔루션이 지금 이미 상장된 회사라면 ㈜한화가 아니라 에이치솔루션이 상한가를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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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6월 1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