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개편 불가피하지만…FI 반대시 성사여부 미지수
선순위 절차 거래들 모두 전망 어두워…"매각 불가피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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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밥캣 경영권 매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은 일단 두산솔루스 및 두산인프라코어 등의 매각과 더불어 내년 상반기까지 두산밥캣을 내놓을 것을 채권단 측에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솔루스와 인프라코어의 매각 상황을 지켜봐야하지만, 솔루스의 매각규모가 크지 않고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두산밥캣이 매물로 등장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채권단과 협의한 자구안에 두산밥캣 매각을 개시, 내년 상반기까지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는 방안을 포함했다. 자구안에 따르면 계약 체결기준으로 ▲두산솔루스는 오는 9월 ▲두산인프라코어는 올 연말 ▲두산밥캣은 내년 6월까지(SPA 체결) 두산그룹의 주도하에 매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만약 세 회사 모두 매각에 실패하거나, 매각을 추진해도 충분한 자구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각 계열사의 매각을 포함한 구조조정 권한은 모두 채권단으로 이양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말 추진된 아시아나항공의 매각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제시한 조건과 정확히 일치한다. 세 곳의 계열사 외에 두산중공업 내 사업부 및 두산건설과 같은 계열사 등 자산 매각은 원매자의 접촉 여부에 따라 언제든 열려있다.
두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두산그룹이 먼저 기한을 정해 정해 주요 계열사들의 매각을 추진하겠다 밝혔기 때문에 조단위 자금이 채권단과 그룹 간 큰 알력 다툼 없이 신속히 지원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요구 사항은 비교적 명확하다. 총 3조6000억원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만큼 이에 상응하는 자금을 두산그룹이 마련해 두산중공업으로 이전하면 자구안도 종료된다.
각 단계별 자구책을 세밀히 살펴보면 결국 두산그룹이 마지막 두산밥캣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우선 올해 9월 매각 예정인 두산솔루스의 경우. 의욕적으로 추진한 공개매각 절차는 전략적투자자(SI) 모두 불참을 선언하면서 흥행에 실패했다. 초기 단독협상을 진행한 스카이레이크가 다시 협상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전망되고는 있지만 기존에 제시한 금액(지분 51% 기준 6000억원)보다 상당히 높은 금액을 써내야 그나마 거래 성사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카이레이크 측이 두산그룹의 눈높이를 수용할 경우 흥행 참패를 목격한 스카이레이크 투자자(LP)들 입장에선 하우스의 협상력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보유한 블라인드펀드 외에 프로젝트 펀드 결성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스카이레이크 입장에서도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어렵게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빚잔치’를 끝내고나면 두산중공업에 흘러들어가는 자금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두산은 물론이고 박정원 회장 등을 포함한 오너일가 지분 대부분은 하나은행·우리은행·삼성증권·한국증권금융에 이미 담보로 제공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자산 상당수가 해당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두산밥캣의 모회사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상황은 더욱 복잡하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두산그룹은 지배구조개편을 고려해야 한다. 계열사 매각 대금이 두산중공업으로 수혈되야 한다는 자구안의 기본 원칙에 따르려면 두산밥캣을 두산중공업 밑으로 두는 방안이 필수적이다. 또 현재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두산밥캣으로 이어진 중층구조 하에선 후속 거래가 될 수 있는 두산밥캣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없는 점도 고려됐다. 내부에서도 인프라코어 매각 본격화와 동시에 지배구조개편을 함께 추진할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조건을 고려할 때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적분할이다.
두산인프라코어를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한 후, 밥캣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를 두산중공업과 합병하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분할된 두산인프라코어 사업회사의 매각을 먼저 추진할 수 있고, 이어 두산밥캣 매각이 성사될 경우 매각 대금이 두산중공업(합병)으로 직접 유입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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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를 둘러싼 소송전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2년 DICC 지분을 인수한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소송을 진행 중인데 소송 규모만 1조원 규모다. 고등법원은 FI 손을 들어줬고 현재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FI 입장에선 이 같은 작업을 ‘사해행위’로 규정해 채권자취소권(사해행위취소권)을 행사한다면 매각 작업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즉 “우량한 자회사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안정성을 토대로 투자 결정을 내렸는데,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회사의 분할 결정이 내려졌다” 소송전이 펼쳐질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거래 주체인 회사들 모두 유가증권 상장회사이다 보니 분할절차 및 합병비율 산정 문제를 두고 주주들의 반발도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본질적으로 회사의 우발채무로 인해 매물로서의 매력도도 떨어져 있다. 두산중공업은 인프라코어 지분 36%를 보유, 시가총액(1조5000억원) 기준 지분가치는 약 5000억원 수준이다. 물론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 이보단 높은 가격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실화하지 않은 채무가 1조원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분가치를 오롯이 인정받을 수 있을 지부터가 미지수다.
결국 두산그룹 입장에선 이르면 내년부터 재개될 두산밥캣 매각이 그나마 유일하게 실효성 있는 자구안으로 꼽힌다. 적어도 2년여 매각 기한은 보장받은 만큼 두산밥캣의 매각가를 극대화하는 데 매진해 구조조정 절차를 조기에 끝낼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 반면 그룹 입장에서 두산밥캣의 현금창출력과 상징성을 고려할 때 구체적인 '진성매각'을 둔 의사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원매자 입장에서도 두산그룹 주도의 거래 시점이 더 유리할 지, 추후 채권단이 주도권을 쥐었을 때 더 유리한 구도를 쥘 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현재 그룹 내부에선 "채권단과 두산밥캣 매각 절차에 대해 합의한 점은 인식하고 있지만 구체적 준비에 나서진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인프라코어에 국내외 PE들이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만, 매각이 성사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며 “인프라코어 매각에 관심을 보이고 스터디를 하는 것도 밥캣이 매물로 등장했을 때 배제되지 않고 참여기회를 얻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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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