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업계는 "쿠팡 입점기업엔 보험 가입 어려워"
와중에 네이버는 정산 기간 파격 조건 내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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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소식에 쿠팡이 긴장하고 있다. 유독 긴 입점업체 정산 기간이 해당 법안에 정면으로 배치돼 사실상 쿠팡이 타깃이란 관측이 많다. 신용보험사들이 지금껏 쿠팡 입점기업들에 한해 대출채권 보험을 들어주지 않는 등 쿠팡 불신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와중 경쟁사인 네이버가 파격적인 정산 조건을 내걸었다. 쿠팡으로선 규제와 경쟁 압박이 한층 거세졌다.
커머스업계 내 공공연히 제기돼왔던 쿠팡 '정산 기간' 문제가 공론화했다. 정산 절차 등 플랫폼 업체 갑질을 방지하려는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소식이 방아쇠를 당겼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거래 관계를 규율하는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다. 상품가격의 과도한 인하 강요, 일방적인 정산절차 등 플랫폼 사업자의 갑질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해당 법안을 두고 쿠팡이 사실상 주된 타깃이 될 거란 관측이 많다. 특히 정산절차는 쿠팡에 최대 약점 중 하나로 꼽힌다. 보통의 유통기업들은 입점업체들에 정산을 마치기까지 평균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쿠팡은 매월 마지막날 기준 익익월 1일 지급을 원칙으로 기본 50~60일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관련업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쿠팡이 셀러 정산 문제로 향후 발목을 잡힐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왔다"면서 "보통 유통기업들은 정산까지 한 달 정도 걸리지만 쿠팡만 최소 두 달 정도로 유독 길었다. 정산이 늦어 흑자도산한 업체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 입점업체 계약과 관련해 과징금 폭탄 등 각종 규제 이슈가 있는 오프라인 기업들이 쿠팡 같은 이커머스사에 대한 불만도 상당했다"라고 전했다.
입점업체 입장에서 쿠팡은 시장 점유율이 높아 입점 매력도 큰 플랫폼 사업자다. 하지만 정산 기간이 유독 길다 보니 회전률에 영향을 미쳐 자금 융통에는 악영향이 있었다. 이런 사정에 외상채권 보험 가입 등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신용보험업계에 따르면 쿠팡 입점기업들의 외상채권 관련 보험 수요는 많았지만 신보사들이 이들 기업에 대출채권 보험을 들어주지 않거나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내세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쿠팡이 국내 1위 유니콘 기업이지만 언제까지 그 성장성을 담보할 순 없다는 일종의 불신이 엿보인다.
한 관계자는 "쿠팡에서 생필품을 판매하는 LG생활건강 등에서 쿠팡에서 판매한 물품에 대한 매출채권 보험을 들고자 하는 수요가 있었는데 신보사에서 이를 거절했던 것으로 안다. 쿠팡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되면 보험사는 납품기업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만큼 리스크가 있지만 쿠팡을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몸값으로 수십조원이 거론되는 기업이 신뢰를 원천으로 삼는 신보업계로부터 외면을 받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경쟁사 네이버가 스마트주문 결제에 한해 정산을 앞당긴다고 발표했다. 구매 확정한 후 1영업일 내 정산해주는 시범서비스인데, "사업주의 원활한 사업 운용을 위해서"라는 게 네이버의 설명이다. 사업자 입장에선 실제 구매가 일어난 뒤 2일 내로 금액이 정산되다 보니 입점 매력이 크다.
네이버가 쿠팡과 격차를 더 벌릴 계기가 될 거란 평가가 다수다. 이미 쿠팡의 시장 점유율을 제친 네이버가 수수료와 정산기간 등 확실히 승기를 잡으려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스마트스토어와 네이버쇼핑을 경유한 트래픽을 합산해 20조원의 총거래액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쿠팡은 17조원을 기록했다. 점유율이 높아지는 만큼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릴 수 있고 입점 의사가 있는 판매업자를 더 끌어와 수수료 장사를 할 수 있다.
쿠팡 입장에선 앞뒤가 막힌 모양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손길이 커머스업계까지 뻗치면서 입점업체들과의 계약조건 변경이 불가피했던 찰나 경쟁사인 네이버까지 치고 나왔다. 정산 기간 조정에 따라 자금조달 일정도 더욱 팍팍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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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