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프로·드론 등 촬영설비 활용, 실사 대행하는 자문사도
코로나 여파 지켜보자던 참여자들, 장기화에 하나둘 대안 마련
LP 대응, 현지 출장 등 일하는 방식에도 '뉴노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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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가는 두산솔루스 M&A. 두산 측이 스카이레이크를 돌려보내고 공개 매각에 돌입한 직후만 해도 일부 PEF들이 제안서를 받아 인수를 검토했다.
문제는 현장 실사 단계에서 불거졌다. 전지박 등 회사 기업가치에 대부분을 차지하는 자산이 헝가리에 있지만, 유럽 내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주력 인력이 현장 실사를 다녀오자니 2주간 자가 격리가 부담이고, 그렇다고 주니어 인력을 보내자니 투자심의위원회 차원의 불호령이 부담되는 상황이었다. 주요 LP들이 ‘두산’브랜드가 붙은 매물은 더욱 깐깐하게 보는 기조 탓에 일찌감치 포기한 PEF 운용사도 있었다.
이를 감지한 일부 회계법인 등 자문사에선 비대면 실사를 후보들에 제안하기도 했다. 일부 수수료를 지급하면 KPMG, 딜로이트, PwC 등 제휴 중인 글로벌 컨설팅사의 유럽 본부를 통해 실사를 대리해 주는 방식이다. 현지에서 인력을 수소문 해 고프로(Go-pro) 등 촬영장비를 직접 들고 공장을 구석구석 찍겠다는 제안이었다. 다만 후보자들이 하나둘 발을 빼면서 비대면 서비스 1호 출시도 다소 미뤄졌다.
#최근 글로벌 차원 가장 주목받은 거래 중 하나로 꼽히는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의 통신 자회사 지오플랫폼 투자 유치 건. 지난 4월 페이스북이 57억달러(6조8000억원)를 투자해 지분 9.9%를 확보한 이후 KKR, 실버레이크, 아부다비펀드 등 6여 곳의 내로라하는 펀드가 속속들이 후속 투자에 나섰다. 인텔과 TPG 등 큰 손들도 막바지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인도 내 압도적 1위 통신사인 회사의 기업가치만 해도 650억달러(약 77조)에 달한 메가딜인 데다 참여 면면도 화려했다. 거래 주관을 맡은 모건스탠리 차원에서도 미국 멘로 파크 파트너들이 일찌감치 인도에 날아가 현장 대응을 담당해야 할 '랜드마크 딜'로 꼽혔다. 문제는 현지에까지 번진 코로나였다. 결국 모건스탠리 인도 내 인력들이 일부 실사를 돕고 본사에서도 비대면 회의를 통해 일부 지원하는 형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은 물론 재무적투자자(FI) 측 인력들도 인도 현지에 발을 들이지도 못했다. FI들의 투자금액만도 50~60억 달러에서 크게는 100억달러에 달했지만 큰 잡음없이도 속속들이 거래가 끝났다. 일주일에 한 건씩 조단위 거래가 완료가 발표되다보니, IB 사이에서도 ‘현장 실사 무용론’으로 불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물론 투자한 측의 반론(?)도 들린다. 투자를 집행한 한 관계자는 “자료가 황당할 정도로 부실하고 시한도 촉박하게 주는 등 '투자 할 테면 해라'식이었지만, 무조건 해야하는 거래였다”며 “만에 하나 크게 손실이 나더라도 페이스북은 물론 KKR·실버레이크 등 글로벌 펀드가 줄서서 참여한 건이면 LP들에도 면피가 되니 실사가 필요 없었던 딜”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여파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서 주요 IB업계 관계자들도 초조해진 모양새다. 하늘길 자체가 막힌 상황에서 아웃바운드 혹은 인바운드 거래의 실사를 대체할 대안 마련이 가장 급한 불로 꼽힌다. 그간 낯설던 원격 실사 등의 성공 사례가 하나둘 알려지고 있고, 국내거래에도 도입되고 있다. 일각에선 실사 방식에서 더 나아가 업무 자체의 '뉴노멀(New-normal)'에 직면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폐기물 회사 코엔텍 거래도 비대면 실사가 일부 활용됐다. 국내 SI와 국내 기반이 있는 PEF들은 부담없이 현지 실사에 나섰지만, 해외 인수 후보의 경우 국내 입국이 어렵다보니 고프로 등 원격 설비를 통해 자문사에게 정보를 공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이 참여한 딜로(지분 6% 투자) 대대적으로 알려진 아부다비 애드낙(Adnoc) 파이프라인 거래에서도 현장 실사가 일부 생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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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최대어였던 SK바이오팜 IPO도 코로나 여파에 미국 기관 대상 로드쇼를 컨퍼런스 콜로 대체했다. 내부에선 ▲코로나 여파로 주력 제품의 미국 내 4월 처방 데이터 등이 만족스럽지 않은 점 ▲‘EV/파이프라인 배수’ 지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 등으로 고심을 거듭했지만, ‘동학 개미’가 모두 해결해줬다는 평가다.
코로나로 인한 일부 독특한 해프닝도 시장에 회자했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버섯 업체 대흥농산 매각이 대표적이다. 경상북도 청도에 버섯 공장을 두고 있는데, 국내 확진 시기와 매각 일정이 일부 겹쳤다. 유럽계인 스탠다드차타드(SC)증권에서 매각 주관을 담당하고 있는데 매도자 실사를 본사 차원에서 막아 고생했다는 후문이다. 이 때문에 주관사가 실사도 못하고 매각에 나설뻔한 거래로 알려졌다.
한 글로벌 PEF 하우스는 코로나가 한창일 때 일부 직원을 사무실로 출근시켰다는 이유로 본사차원에서 경고가 내려오기도 했다. 한국사무소 헤드에게 사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직원들의 건강 보호 및 배려 차원이라기보단 ‘확진자 1호’를 피하려는 평판 관리 차원의 '몸사리기'였다는 관전평도 나왔다.
주요 인력들의 업무방식 변화로 이어질 지도 관심거리다. 해외 출장 빈도가 가장 높은 직업군으로 꼽히는 IB인력들이 대표적이다. 화상 실사를 통한 거래 종결 사례가 하나둘 쌓일 경우 출장 자체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시니어 레벨에서는 현지 사무소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주니어 레벨에선 출장 중 짬짬이 즐겼던 개인 시간이 사라질 것이란 불만도 들린다.
PEF 운용사들은 LP와의 주요 미팅도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그간 스킨십을 잘하기로 알려졌던 PEF 운용사들이 이어질 출자 사업에서 줄줄이 부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바이아웃펀드가 없는 일부 PEF에선 LP들이 당분간 해외 투자에 문을 아예 닫아놓다 보니 “실사 방식 고민이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푸념이다. 로펌 내에서도 사건을 가져오는 이른바 '찍새'형 변호사보다는 묵묵히 자기일을 해오는 소위 '딱새'형 변호사가 주목받는 시기가 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요 GP들의 연차 총회도 생략되거나 웨비나(Web-seminar) 형식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도 매년 11월 연차총회를 했지만 올해는 생략할 예정이다. 지난 2018년엔 가수 윤미래씨가 축하 공연을 했지만 올해는 현장 공연이 어려워졌다. 연차 총회의 화려함 보다 IRR이 중요하다는 경쟁사들도 MBK가 어떤 방식으로 웨비나를 진행할지 수소문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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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