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운용사 부상…루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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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시장에서 사모펀드(PEF)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며 PEF 고객을 유치하려는 자문사의 움직임이 다시 분주하다. 기존 대형 운용사들은 자주 쓰는 자문 라인이 굳어져 있다보니 새로 떠오르는 운용사가 어디인지에 관심이 많다. 한번 유망한 운용사와 관계를 다져두면 성장 과정에서 꾸준히 일감을 받을 수 있고, 인수후통합(PMI)이나 파생 송무 수임도 기대할 만하기 때문이다. 최근 활약이 잦아진 중견 이하 운용사와 루키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PEF들은 쌓아둔 유동성 때문에라도 더 이상 투자를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다. 자문사들은 PEF 관련 업무가 늘었다고 반색한다. 당분간 M&A 시장이 PEF 중심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까지 이뤄진 M&A 중 PEF가 인수자로 나선 거래가 절반에 달했다.
다만 자문사들은 대형 PEF 운용사 고객 유치는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탐은 나지만 이미 손발을 맞춘지 오래인 경쟁사들을 넘어서기 쉽지 않아서다. 예를 들면 MBK파트너스는 삼정KPMG와 김앤장 등에 자주 일을 맡긴다.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서 세종이 법률자문을 맡은 것이 오히려 화제가 됐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기존 고객의 수성은 수월하다.
자문사들의 눈길은 중형 이하 운용사에 더 모인다. 앞으로 ‘오래 함께 할’ 신성(新星)을 찾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운용규모(AUM)가 작을 때는 많은 보수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초기에 만족스러운 경험을 주면 운용사 성장 과정에서 꾸준히 일감을 따낼 가능성이 커진다. 인수후통합(PMI)이나 거래 후 소송전 등 파생되는 먹거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자문을 계기로 포트폴리오 회사의 임원으로 초빙되기도 한다.
자문사들의 현실적인 고민도 있다. PEF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지만 대형 거래는 여전히 드물고, 수백억원대 거래가 가장 많다. 거래 규모가 크든 작든 들이는 품이 비슷하다면 거래 건수가 많은 시장과 그 주력 참여자를 노려야 한다. 자문사들의 덩치가 커지며 유휴 주니어 인력은 늘었다. 초기부터 대형 PE일에 투입되는 경우는 드물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절차가 간소한 중소 운용사 일감을 맡으면 저연차 인력의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PEF 참여 거래 대부분이 500억원 언저리이다 보니 중견 이하 운용사 고객을 찾는데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며 “바로 대형 PEF 일에 투입하기 어려운 주니어 인력들이 경험을 쌓을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회계법인 파트너 역시 “이해상충 문제로 다른 법인의 고객 일을 맡고 만족스러운 반응을 얻기도 하지만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보다는 새로 부상하는 운용사가 없는지 눈여겨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복수의 기관들로부터 PEF 출자금을 받은 운용사들이 주로 타깃이 되고 있다. 대부분 업력 10년이 넘고 자문 라인이 대부분 갖춰진 곳들이다. 자문사들은 그보다 업력이 짧고 최근 움직임이 활발해진 운용사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자문사 입장에선 그보다 작은 운용사들도 눈독을 들일 만하다. 2016년 산업은행을 시작으로 기관들의 루키리그 출자가 본격화하며 신진 운용사들이 시장에 많이 뛰어들었다. 지금은 펀드 규모 상 100억원대 거래도 쉽지 않지만, PEF 운용사로서의 역량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된 곳들이다. 다음엔 더 큰 펀드를 결성할 가능성이 크다. 가지고 있는 블라인드펀드보다 더 큰 프로젝트펀드 투자를 꾀하는 운용사도 있다. 설립 초기일수록 알음알음 물어 자문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자문사들이 파고들 여지도 많을 것이란 평가다.
물론 이미 성장한 운용사의 고객을 빼앗아 오려는 시도도 여전하다. 운용사가 자문의 질에 의문을 품거나, 소송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경우 자문사 교체 수요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법무법인 관계자는 “최근 중견 PE를 거래 상대방으로 만났는데 협상장에서 자문 법무법인의 서비스에 불만을 표했다”며 “우리와의 협상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던 만큼 앞으로 자문 기회를 노려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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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