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관부처 아닌 곳도 장관이 '한 마디씩' 첨언
부처 실무 선에선 "실제 처벌 어렵다" 기류도
"자본시장 성숙하면 당연한 일…펀드 위축만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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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사모펀드를 통한 강남 아파트 통매입'으로 주목 받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새마을금고가 정부 기관들의 연이은 철퇴를 맞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이 매입을 공식 발표한 지 나흘 만에 부동산 정책과 무관한 기관까지 조사에 돌입하면서, 시장에서는 ‘없는 죄목 만들기’에 대한 우려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거래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기획부동산 및 부동산 전문 사모펀드 등 금융투기자본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를 지시하며 벌어진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앞서 추 장관은 SNS를 통해 “강남 한복판의 금융-부동산의 로맨스가 일어났다”고 공개 비판에 나서기도 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통해 한국감정원과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담보인정비율(LTV) 초과분에 대한 회수 조치·대출과정 조사에 나서고 있는 행정안전부와, 이들 기관에게 조사자료 공유를 요청한 금융당국을 포함하면 한 사건에 네 개가 넘는 부처들이 나선 것이다.
당초 이지스자산운용이 지난달 아파트 매입을 진행할 때만 하더라도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해당 펀드에는 국내 유수의 기관투자가들이 출자했고, 투자심의위원회도 정상적으로 거친 만큼 외려 여유로운 투자가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이 20일 이를 대외적으로 홍보할 때 역시, 경쟁사들 사이에선 ‘색다른 시도’라는 평가가 붙었다.
하지만 각 부처 수장들이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추 장관은 소관 부처가 아님에도 ‘국무위원’임을 강조하며 수사를 지시했고 새마을금고의 추가 대출 의혹이 제기된 지 하루 만에 홍남기 부총리의 “대출 관련 규제를 어겼는지 철저히 조사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결국 법무부의 움직임과 부총리의 압박이 겹친 23일, 이지스자산운용은 발표 나흘 만에 사업 포기 의사를 밝혔다.
주 초반 ‘위법’보다는 ‘규정 착오’정도로 내다보던 정부 실무부서 관계자들은 급박하게 진행되는 지시에 숨이 가쁜 분위기다. 다만 운용사와 대출기관 양 측의 실제 처벌까진 어려울 것이란 시각은 상당하다.
유관 부처의 한 관계자는 “사실 LTV의 기준을 토지담보대출로 봤냐 주택담보대출로 봤냐 정도의 문제지, 사모펀드가 ‘악의 집단’처럼 비쳐질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사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항상 새로운 기법들이 출현하는데, 요즘엔 민간에서 위법 요인을 다 따지고 들어오기 때문에 규정 착오로 그치는 정도가 많다”고도 말했다.
운용사는 거론되는 위법성에 대해 마지막까지 항변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사업 철수 이유에 대해 “비록 자금대출은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정부의 정책기조와 여러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펀드 청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자, 부동산 펀드 시장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번 대출 파동에서 관리·감독기관 실무자들이 큰 의문부호를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부동산 펀드나 법인의 자산 편입에서 부동산 담보대출이 자연스러운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기관들의 정부 부처의 분위기를 읽어내며 심사가 소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소유주가 동일한 주거용 아파트 매물이 귀한 만큼, 펀드와 아파트 상품을 결합시킨 시도가 다시 나오기 힘든 데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한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주거용 자산의 편입은 자본시장이 발달하면 언젠가 국내서도 시작될 시도였다”며 “법인 부동산 세제 변경 움직임도 그렇고, 현 정부가 부동산을 마냥 규제 대상으로 생각하는 등 이해도가 높아 보이지 않아 시장이 후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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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7월 26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