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 사업과 국민 자금 연계…세제 지원도
'공모형 구조' 탓 환매 이슈 회피 어려울 듯
수익률과 투자 자산 부족도 넘어야 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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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국민 인프라 펀드’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시장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뉴딜 펀드’로도 불리는 이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달아 정책 자금 조달의 핵심으로 지목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다만 일선 운용역들은 인프라 펀드의 섣부른 공모 전환 논의는 자칫 정책의 ‘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획재정부는 민간투자정책과와 세제실, 경제정책국 등에서 분산돼 진행하던 국민 인프라 펀드 추진의 업무 체계를 정책조정국 산업경제과에서 총괄하기로 하고 본격적인 펀드 조성을 위한 논의에 착수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추후 금융위원회와도 합동 검토를 거쳐 조속한 시일 내 정책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인프라 펀드가 통상 공항·터널부터 발전소·가스관 등 다양한 대체투자 자산을 활용해 수익을 내는 점을 활용해, 정부는 뉴딜 사업에서 거론되는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펀드와 연계시키려 하고 있다. 여기서 펀드 투자자는 ‘국민’이 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를 두고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금이 아닌 생산적 투자로 이어질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이 함께하는 투자의 2인 3각 달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해당 펀드로만 100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해내겠다고 공언한 만큼, 각종 유인책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미 지난 22일 정부는 조세특례법을 개정해 공모 인프라 펀드의 수익을 분리과세해, 단일세율인 14%를 적용(1억원 미만)하는 세제지원을 확정했다. 이 밖에 민간펀드가 한국판 뉴딜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3억원 미만의 배당 소득에는 5%대의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도 거론되고 있다.
정책의 큰 틀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핵심 쟁점은 ‘공모형 구조’로 귀결된다. 정부의 의도대로 ‘국민 자금’을 펀드에 유입시키려면, 50인 이상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 형태를 취해야만 한다. 하지만 인프라 펀드가 투자하는 자산은 통상 사업기간만 10년 이상인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에, 중도 환매가 어려운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 손꼽힌다. 때문에 시장에서 인프라 펀드는 사모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환매 불가 확약을 조항으로 걸어놓는 경우도 흔하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사모가 주를 이룬 이유를 잘 생각해 보고, 인프라 자산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할 것 같다”며 “공모를 해서 환매 이슈를 피해가려면 무조건 리츠처럼 상장을 해야 할 텐데, 이는 표본이 부족해 관심을 못 받고 거래량이 크게 떨어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수익률도 난관이다. 통상 인프라 펀드의 수익률은 적어도 4~6%는 보여왔다는 것이 ‘공식’처럼 통용돼왔지만, 최근 펀드 운용역들은 국내선 3%의 수익률을 맞추는 것도 버겁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운용업계 임원급 관계자는 “애초에 국내 인프라 투자 건은 해외에 비해 부족했는데 경기 침체로 풀(Pool)이 더 줄어들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위축됐다고는 하지만 해외에선 다방면으로 투자 건을 찾아보는 반면 국내에선 쉽지 않아 그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규모의 정부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일부 운용사들을 중심으로 호응 차원의 내부 검토 움직임은 조금씩 진행되는 분위기다. KB자산운용 등 인프라 펀드가 활발한 운용사는 사모로 조성해놓은 인프라 펀드를 정부 정책에 발맞춰 공모로 전환하려는 시도도 포착됐다. 다만 이들 역시 ‘단순 검토 차원’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한 정부 내 펀드 사업 관계자는 “’모태펀드’처럼 정부가 전면적으로 나설지, 아니면 KB자산운용 사례처럼 유인책을 통해 민간 펀드들을 끌어들일지에 대한 ‘방법론’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아이디어 차원에서 여러 가지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으며, 가장 적합한 형태를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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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