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니콜라 주가 오르며 투자한 회사도 대박
추후 승계용으로 활용될 가능성 높아
중견그룹들도 벤처투자 활용한 승계 모색
벤처캐피탈이 주요한 역할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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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수소트럭 ‘니콜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연 매출 41만달러, 한화로 약 5억원에 불과한 회사지만 최근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국내의 관심은 비단 이 회사의 주가 때문만은 아니다. 한화그룹 2세들이 지분을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이 니콜라에 투자하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올랐다. 이는 추후 숭계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한 성격의 벤처투자가 기업 오너 일가의 승계에 새로운 공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에서도 벤처투자를 통한 승계에 관심이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주요 벤처캐피탈 회사들이 이들과 합을 맞춰 공동 투자를 단행, 이른바 확실한 수익이 보장된 ‘승계용’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도 나오고 있다.
니콜라는 한번 충천하면 1900 킬로미터 이상을 갈 수 있는 수소트럭 및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회사로 트럭계의 테슬라라고 부른다. 한화그룹은 니콜라 지분 6.13%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이 5000만달러씩 1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지분의 가치는 한때 1조8300억원으로 커졌다.
이는 승계의 지렛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니콜라 지분 투자의 핵심축은 에이치솔루션으로 니콜라 투자를 집행한 한화에너지의 100% 지분을 가진 모회사다.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투자를 함께 집행한 한화종합화학 지분 39.2%를 보유하고 있다. 니콜라 지분가치 상승은 한화 2세가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1000억을 투자한 회사가 일순간에 지분가치가 10배 이상 커졌기 때문에 김동관 사장의 '승계 매직'으로 평가받는다. 이후 니콜라의 주가가 다소 하락하긴 했지만 워낙 초기에 투자해 큰폭의 주가하락에도 여전히 투자 당시보다 3배 높은 주가를 형성하고 있다.
니콜라 주가가 큰폭으로 오르자 증권가의 관심도 집중됐다. KTB투자증권은 “에이치솔루션은 특수관계인 주주 3인이 100% 소유한 회사이기 때문에 지분율이 적은 경우보다 합병 후 희석이 적고, 한화에너지, 한화종합화학, 한화시스템 등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재원이 많다”며 “지분구조 개편이 추된된다면 ㈜한화와 에이치솔루션이 합병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후 한화는 리포트 내용에 언급된 에이치솔루션과 ㈜한화간 합병 내용이 있는데 팩트에 맞지 않고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투자자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며 리포트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선 에이치솔루션을 활용한 승계에 주목하고 있다.
유사한 사례들이 활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하면서 그 우회통로로 기업들이 찾은 방법이 벤처투자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전처럼 오너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어서 그 회사의 기업가치를 키우는 방식이 힘들어지자 그 대안으로 나온 것이 벤처투자라는 의미다.
방식은 이러하다.
대기업의 경우 오너 일가가 벤처캐피탈 회사를 만들어서 특정 벤처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고 이 회사의 지분 가치 상승을 통해 승계재원을 마련한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들의 직간접적인 지원이 이뤄진다. CJ그룹의 사내 벤처태피탈인 타임와이즈가 이런 투자를 단행하는 것으로 업계에는 알려졌다.
벤처캐피탈을 만들정도로 규모가 안되는 중견그룹이나 중소기업들은 승계재원 마련을 위해 외부의 벤처캐피탈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승계를 받을 오너(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사업성이 유망한 벤처기업에 투자를 단행한다. 계열사로 편입되지 않을 정도의 지분만을 투자하고, 유수의 벤처캐피탈이 해당 투자에 함께 참여한다. 이후 오너가 소유한 기업에 매출을 올려주면서 기업가치 상승을 유도한다. 이후 해당 벤처기업을 오너의 회사가 되사주거나 합병하는 방식으로 여기에 투자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준다. 이 과정에서 초기 투자한 오너의 특수관계인들도 투자한 지분의 현금화가 이뤄진다.
벤처캐피탈이 이런 승계 프로세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오너일가는 벤처캐피탈과 함께 지분투자를 단행하면서 지분율을 낮춰 일감몰아주기 규제뿐 아니라 세간의 승계자금 마련용이란 시선을 피해간다. 특히 대형 벤처캐피탈이 투자자로 앞단에 나서면 해당 투자를 받은 벤처기업은 일순간에 유망한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말 그대로 유명 벤처캐피탈이 안정된 투자라는 ‘스탬프’를 찍어주고, 그에 따른 대가로 확실한 엑시트를 보장받는 구조다.
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벤처캐피탈 입장에선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없고 확실한 리턴이 보장된 다는 점에서 승계와 관련된 기업에 투자를 꺼릴 이유가 없다”라며 “이런 투자에 대해선 벤처업계에선 절대로 손해 볼 일 없는 투자라고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해당 투자에 대한 논란은 최근 정부에서 대기업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를 허용하면서 논란이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여전히 CVC가 대기업의 승계 작업에 활용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총수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아도, 총수가 지배하는 CVC가 그 회사를 컨트롤하고, 계열사 돈이나 일감 몰아주기로 벤처회사의 덩치를 키운다음,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다른 사람에게 매각할 수 있다”라며 “그렇게 해 지배력 강화나 부당한 승계가 이 제도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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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