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나 SH 참여해도 3자 합의에 따라 승계 가능
공공 시행 전환으로 '부작용' 가능성은 여전
공사비 감액과 사업 계획 변경 수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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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8.4 주택공급 대책이 발표된 이래 '공공재건축'의 위약금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조합과 시공사들은 계약서상 발생할 수 있는 논란을 우려하며 관심 자체를 꺼리는 반면, 정부는 '위약금을 낼 필요가 없다'며 사업 참여 유도에 적극이다. 다만 공공 시행 체제로의 변경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모두 막을 순 없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으며 제도의 실현 가능성이 줄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부동산 대책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공공재건축을 선택해도 시공은 민간 시공사가 하므로 위약금 발생의 문제는 없습니다'는 설명자료를 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공사(SH) 등이 참여하더라도, 기존 시공사와의 계약을 승계하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재건축 단지가 공공재건축을 신청하면, LH나 SH의 참여로 계약 주체가 변경된다. 이때 시공사와의 계약이 해지될 것이며, 위약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해명이었다.
이는 앞서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이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떠오른 논란이다. 최근까지도 정부와 서울시는 공공재건축의 첫 시범 사례를 모색하느라 연일 분주한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자천타천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채 장기간 표류하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거론됐다.
잠실주공5단지는 지난 2003년 재건축을 추진해 GS건설·삼성물산·HDC현대산업개발 등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고도 현재까지도 인허가 지연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 조합에서는 시공사들이 단지를 관리하며 비용을 지출한 만큼, 만약 공공재건축 방식을 새롭게 채택해 건설사를 바꿀 경우 7000억원 상당의 위약금이 발생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정책이 틈을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국토부에서 진화를 서두른 셈이다.
우선 법조계에 따르면, 국토부의 해명 자체에는 법적 하자가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중론이다. 위탁의 유무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현재 거론되는 공공재건축 방식은 시행 주체가 조합이 되는 기존 재건축에서 SH나 LH 등을 '공동 시행사'로 두는 형태다.
도급계약서 상에서 시공사와 계약한 주체가 변경되는 것이기 때문에, 계약서 재작성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참여자들인 조합, 공공기관, 시공사 3자간의 합의를 통해 기존의 계약을 승계할 수 있으며 과정 간 시공사의 귀책사유가 없으므로 이를 거부할 수 있는 한번의 권리도 주어진다. 절차를 원활히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은 있는 것이다.
한 법무법인 건설부동산팀 변호사는 “도급계약에서 언급되는 위약금은 실상 손해배상액을 일컫는 용어로, 설사 기존 시공사와의 합의 불발로 계약이 망가지더라도 공사 착수를 하지 않는 한 인정받을 수 있는 금액이 많지 않다”며 “증명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시공사들의 원가율을 제하고 손해배상액을 계산해야 하므로 그나마 유사 형태의 최고 배상액은 400억원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업계는 국토부의 해명 과정에서 드러난 공공 시행 전환으로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설명자료에서 “공공의 역할은 사업계획 수립 지원, 공사비 검증 등 사업관리에 집중된다”고 명시했다. 이를 두고 시공사들을 중심으로 “공사비 검증을 핑계로 공사비를 감액할 것이 명약관화”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시장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조합과, 정책 부합성을 우선적으로 판단할 공공기관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용적률이 늘어나니 공사비를 더 많이 받아 좋지 않겠냐고 하겠지만, 사실은 LH나 SH 같은 곳들이 주택 가격을 잡겠다는 속내 하에 사업계획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려 들 것”이라며 “적정 가격을 검증하자는 취지엔 이견이 없으나, 애초에 시행자 간의 의견이 대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업 과정이 길어지고 수익성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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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14일 16: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