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과 협업한 유통 전략라인도 자리 잃어
연결고리였던 롯데ON 실적부진 뼈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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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대대적인 임원진 물갈이를 지켜보는 티몬의 속내가 복잡하다. 사업 협업, 기업매각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롯데지주 전략라인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지만 이들 대부분 이번 인사에서 자리를 잃었다. M&A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어려워지면서 현재로선 새로운 사업 고민 등 '홀로서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
롯데그룹 임원인사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주력 임원진들이 대거 용퇴한데다 '신동빈 오른팔'로 그룹 2인자였던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마저 물러나 파급이 컸다. 8월초 인사 내용을 각 임원들에게 통보해 조직 구성을 새롭게 마쳤고 현재 쇄신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눈에 띄는 인사 변동은 경영혁신실로 개편한 경영전략실이다. 지주 경영전략실은 경영 컨설팅과 경영전략 수립, M&A 업무까지 진행해왔던 곳이다. 산하 경영전략 1~3팀이 각각 식품·유통·화학 BU를 맡아 지휘해 왔지만 이번 인사에서 각 팀장들은 모두 롯데렌탈, 롯데케미칼 등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전략라인 인사 변동이 티몬에도 영향을 끼쳤다.
티몬은 최근까지 롯데 경영전략실과 사업 협업 등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논의를 지속해왔다. 매개는 올 상반기 유통계열사 7곳의 온·오프라인 데이터를 통합한 ‘롯데온(ON)’이었다.
롯데ON 플랫폼에서의 시너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카운터파트너들이 대거 자리를 잃으며 진행해왔던 논의도 공중분해됐다는 후문이다. 그중 한 핵심 인물은 현재 한 계열사에서 '기업가치개선' 업무를 새로 부여 받았다. 한 관계자는 "없는 자리나 마찬가지라 사실상 나가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라고 전했다.
티몬으로선 롯데와의 연결고리가 끊긴 점이 아쉬울 수 있다. 내부 고위 관계자는 "상장 이후 구주 매각도, 유력한 원매자일 수밖에 없는 롯데의 집안싸움에 논의조차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롯데그룹의 티몬 인수설은 양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불씨가 꺼질 듯 꺼지지 않는 M&A시장 내 단골 소재다. 티몬 대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가 투자금 회수에 나설 상황에서 이커머스 인수의 필요성과 자금력을 모두 갖춘 적격자는 사실상 롯데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적정한 시기 다시 M&A 논의가 재점화할 거란 티몬 측 기대감도 있었다.
인수설이 제기될 당시 롯데그룹은 자체 플랫폼인 롯데ON 강화에 집중하기로 기조를 정했다는 입장을 내놨던 바 있다. 티몬도 IPO 등 대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양측 모두 M&A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롯데지주가 M&A를 전담하면서 실제 협상까지 일부 교감은 있었다. 지주 산하 경영전략실 주도로 티몬과의 여러 논의도 급물살을 탔던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 간 연결고리였던 롯데ON이 롯데그룹의 뼈아픈 실적 부진의 주요한 원인이 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98.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성과가 신통치 않은 롯데ON을 두고 유통업계 내에선 '뭉치면 죽고 흩어지면 사는 신기한 회사'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M&A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기 어려워진 티몬은 현재로선 새로운 사업 고민 등 '홀로서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됐다. 티몬 내부에서도 쿠팡과 네이버 등 몸집이 큰 선두주자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새로운 니치마켓을 노릴 수 있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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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8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