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6억 배상 판결…실제 집행 장기화 예고
VIG, 투자 주체 및 구조·재원 마련 등 이슈
현실적으로 유안타 먼저 압박받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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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G파트너스가 중국 안방보험그룹이 제기한 동양생명 M&A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하며 향후 배상 책임을 둔 지루한 공방이 예상된다. 매각의 핵심 주체이자 실익이 많았던 VIG파트너스는 정작 책임을 질 주체가 모호하고 재원 마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아직 덜 받은 매각 대금을 포기하는 선에서 책임을 끊어낼 가능성도 거론된다.
중재의 불똥이 당시 함께 매각에 참여했던 유안타증권이나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에 먼저 튈 수도 있다. 이들은 실체도 자금력도 있다 보니 안방보험의 첫 공략 대상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보고펀드는 2006년 1호펀드를 활용해 동양생명 소수 지분을, 2011년엔 두 개의 프로젝트펀드로 경영권 지분을 사들였다. 2015년 2월 안방그룹과 동양생명 매각 계약을 체결했고 그 해 9월 거래를 마쳤다. 매각 대상은 보고티와이엘 등이 보유한 동양생명 주식 6777만여주(지분 63.01%), 거래 대금은 1조1319억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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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이듬해 육류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졌다. 동양생명은 2016년 말 부실화 가능성을 처음 밝혔고 이후 대출금 전액(3803억원)을 회수 의문으로 설정했다. 2017년 안방보험은 육류담보대출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진술 및 보증 위반’이라며 국제중재재판소(ICC, 홍콩)에 698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ICC는 지난달 20일 안방보험의 손을 들어줬다. VIG파트너스 등에 안방보험 대상으로 1666억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비율 대로라면 보고펀드 쪽에서 1500억원대를 책임져야 한다.
일단 초안이 나온 단계로 판결문은 당사자간 확인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번 사안은 중재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판결을 집행하려면 국내 법원에서 ‘국내 판결과 비슷한 효력을 가지며, 국내 법에 따라 집행하라’는 결정을 먼저 받아야 한다. 국내 법원이 중재 집행을 불허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중재 결과가 국내 법에 따른 효력을 가진다 해도 집행의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워낙 사실 관계가 복잡하고 법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을 사안이라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다.
우선 서로의 권리 의무를 상계하는 안을 고려할 만하다. 보고펀드와 안방보험은 매각 당시 손해배상 등에 대비하기 위해 대금 일부를 용도제한계좌(에스크로)에 묶어뒀다. 그 규모는 거래 대금의 15% 수준으로, 18개월간 묶어두고 순차적으로 매각자 측에 지불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규모나 기간을 봤을 때 에스크로로 모든 위험을 절연하려 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후 육류담보대출 문제가 불거지며 지불이 중단됐고, 600억원이 미지급된 상황이다. 유안타증권은 배상금액 중 일부는 에스크로 계좌에서 지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감안해도 안방보험 입장에선 1000억원을 더 받아야 하는데 동양생명을 담았던 주체의 실재성은 모호하다. 프로젝트펀드 2개는 2015년 9월 이후, 보고PEF는 2016년 9월 이후 금융감독원 등록 명부에서 빠졌다. 동양생명 매각 이후 출자자(LP)들에 대한 배당을 마치고 청산에 들어간 것이다. 형식적인 존재가 남아 있더라도 실제 배상을 부담할 돈은 없다. 최종 권리자로 거슬러 올라가면 기댈 구석은 LP 뿐인데 이미 들어온 돈을 다시 내줄 리 만무하다.
한 기관출자자 관계자는 “이번과 사안은 다르지만 세금을 떼지 않고 배당했으니 그 차액을 돌려달라는 사례도 있었는데 소송을 통하지 않고선 내줄 명분이 없었다”며 “이런 문제를 줄이려고 좋은 운용사를 공들여 뽑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보고펀드는 1호 펀드로 LG실트론(현 SK실트론)에 투자했다가 어려움을 겪었다. 실트론 실패 꼬리표를 떼기 위해 동양생명 매각을 끝으로 보고펀드자산운용(전 보고인베스트먼트)와 VIG파트너스(전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로 분리했다. 동양생명 투자 관리 및 청산도 보고티와이엘은 보고펀드자산운용이, 나머지는 주로 VIG파트너스가 나눠 맡았다. 과거의 보고펀드 및 프로젝트펀드의 운용사와 지금 남은 자산운용, VIG가 동일한 주체냐 하는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운용사의 법적 지위 승계에 따라 책임의 크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옛 보고펀드 쪽은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관련법 해석을 둘러싼 이견도 예상된다. 배상 책임을 확인하는 것부터 규모를 정하고 집행하는 것까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VIG파트너스 등도 일단 판결정본이 도달한 후에야 내용을 확인하고 대응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러니 보다 정체성이 확실하고, 여력이 있는 매각자에 대한 집행이 먼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상반기말 기준 7398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대표적인 개인 거부로 꼽히는 이민주 회장은 자본금 2000억원이 넘는 에이티넘파트너스의 최대주주(지분율 85.7%)다. 유안타증권이든 이 회장이든 배상의 법적 근거만 있다면 수십억원은 부담할 여력이 있다. 때문에 안방보험이 일부라도 집행 가능성이 큰 쪽부터 먼저 회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선 보고펀드 쪽과 유안타증권, 이민주 회장이 안방보험에 대해 '부진정연대채무'(不眞正連帶債務ㆍ동일 내용의 채무에 대해 여러 명의 채무자가 각각 변제책임 )를 지는 관계라는 시선도 있다. 즉 연대채무자들 가운데 누구에게라도 각각 독립해서 채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행하라고 청구할 수 있다는 것. 이 경우 매각자 당사자간 책임 비율은 차치하더라도 유안타증권, 이민주 회장 쪽 부담이 우선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보고펀드와 유안타증권, 이민주 회장 등의 배상 책임을 부진정연대채무 관계로 본다면 에스크로 금액을 제외하더라도 각각의 주체가 1000억원 전부에 대한 배상 의무를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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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