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기대 크지만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워
신규 딜보다 당장 가능한 리파이낸싱에 관심
차주들 욕구 커…물밑서 조용히 진행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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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판 뉴딜정책을 야심차게 내놨지만 모호한 단계다. 예산은 늘었으나 실행 방법론은 점치기 어렵다 보니 투자자들도 민자 인프라 사업을 적극 모색하기 부담스럽다. 이에 건설 출자자(CI)와 금융기관들은 저금리 기조를 활용, 사업·자금의 '재구조화'에 먼저 관심을 쏟는 모양새다.
정부는 이달 초 한국판 뉴딜에 170조원 규모 정책·민간 금융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꼽은 10대 대표 과제 중 SOC 디지털화(14조8000억원), 그린 에너지(11조3000억원), 스마트 그린 산단(4조원) 정도가 인프라 관련 사업으로 꼽힌다.
큰 글자들은 있지만 아직 실체를 확인하긴 어렵다. 일러야 연말에나 실현 방안이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허가 등 정책지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이기 부담스럽다. 당장 '빅딜'은 기대하기 어려운 셈이다.
사실 민자 인프라 시장은 작년 정부가 발표한 토건사업 활성화 정책인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때도 일시적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토건으로 경기부양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접고, 24조원 규모 사업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검토 중이던 프로젝트들이 이 시기에 속도를 냈다. 대부분 이제 막 사업주 선정을 마친 단계로 신규 자금조달은 빨라야 내후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이를 제외한 신규 프로젝트는 정책 실행 추이를 살펴가며 추진할 수밖에 없다. 민간 금융회사나 운용사, 건설사들도 기대가 크지만 일단은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저금리를 활용한 리파이낸싱 작업이다. 인프라사업은 특성상 사업 기간이 수십년에 달한다. 물론 중도상환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업 초기라면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한번 1%의 수수료를 물면, 남은 수십년간 꾸준히 인하금리 효과를 누리게 된다. 지금 환경에선 최대 2%포인트까지도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HDC그룹의 계열사 서울-춘천고속도로㈜는 대주단 우선협상대상자인 KB국민은행 컨소시엄(KB국민은행-NH농협은행-NH농협생명)과 ‘사업 재구조화’ 본계약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자금재조달(리파이낸싱)과 유사한 금리 인하나 신규 사업자 추가, 계약기간 연장 등 사업조건을 포괄적으로 변경해 기대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운영기간은 30년인데 최대 20년 연장 안도 고려중이다. KB국민은행 컨소시엄은 2%초반대 대출금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서해안고속도로㈜의 평택-시흥고속도로와 강남순환도로㈜의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는 리파이낸싱을 통해 금리 인하를 꾀했다. 각각 KDB산업은행, NH농협은행-IBK기업은행이 금융주선을 담당하고 서울시와 기존 대주단을 중심으로 조달을 진행했다.
열병합 발전소를 거느린 청라에너지 역시 리파이낸싱 작업 중이다. KB국민은행이 주관해 하반기 신규 대주단을 모집한다. 청라에너지는 2016년에도 리파이낸싱을 통해 3%대 고정금리 조건을 얻은 바 있다. 이번엔 연 2%대 조달이 예상되고 있다.
물론 리파이낸싱 작업이 시장을 떠들썩하게 하지 않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른 금융사가 리파이낸싱에 성공하면 기존 주선 기관은 대규모 인프라금융 자산을 잃게 된다. 차주가 리파이낸싱 추진 소식을 시장에 알리기 전에 미리 찾아가 금리를 깎아주고 단속하는 편이 손실이 덜하다.
한 시중은행 인프라투자 담당자는 "인프라는 사업 기간이 수십년에 이르기 때문에 차주 입장에선 중도상환수수료를 물더라도 리파이낸싱이 유리하고 수요도 많다"며 "금융사들도 자산을 놓치면 안되기 때문에 경쟁 입찰보다는 기존 대주단이 먼저 찾아가 조용히 리파이낸싱을 끝내는 사례도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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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09월 2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