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철강·유통업 신용도 부담 커
반도체·통신사·전자·자동차 '선방'
코로나에도 국내은행은 비교적 안정적
자산건전성 준수 평가…유동성도 큰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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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신용도 부담이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코로나 여파 속에서도 일부 기업 및 산업은 견조한 모습을 보인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15일 S&P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신용평가’ 세미나에서 올해 코로나 여파로 국내 기업의 등급 하향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자동차, 이마트 등 대기업 주요 계열사의 등급 전망 혹은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2018년 말부터 S&P가 평가하는 국내 기업들의 부정적인 등급 변경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약 32%의 국내 기업이 부정적 등급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박준홍 S&P 한국기업 신용평가 이사는 “올해 한국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등급 액션이 확연히 많았지만, 대부분의 부정적인 신용도 방향은 올해 2~4월에 집중됐고 6월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우호적인 반도체 업황, 전자 및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 전기차 시장의 성장 등을 고려하면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코로나 여파로 국내 200대 기업의 실적 및 재무 부담이 높아졌다. 특히 정유, 철강, 유통, 자동차 산업이 큰 폭의 영업이익 감소를 보였다. 또 리스 회계기준 변경으로 2019년 국내 200대 기업의 총차입금이 증가했다. 2019년 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은 전년 대비 현저히 약화했다.
S&P는 국내 기업이 직면한 주요 신용위험 요인으로 주주환원 증가 등 공격적 재무정책을 꼽았다. 잉여현금흐름 감소에도 불구하고 높은 배당 수준이 유지되면서 차입금 증가를 초래했다. SK E&S는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증가한 배당을 반영해 최근 등급이 하향 조정됐다.
S&P는 신용위험이 가장 큰 산업으로 정유, 철강, 유통을 언급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상반기 유가 급락으로 인한 재고 손실 및 수요 감소로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부진한 수요, 낮은 정제마진을 고려할 때 실적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다. 자동차·조선 수요 둔화로 철강 수요 약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철광석 가격 상승으로 철강사들이 추가 수익성 압박에 직면했다는 평이다.
유통업은 2019년 이후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점이 위협이다. 또 온라인 쇼핑으로의 패턴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대형마트와 백화점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견조한 국내 수요와 우호적인 반도체 업황 등이 국내 기업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S&P는 평가하는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적절한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채권발행 금리 하락, 국내 자본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하면 대부분 기업들의 차환용 자금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다.
국내은행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준수한 자산건전성을 보여주고 있고, 외화자금 조달과 유동성에도 큰 문제는 없다는 평가다.
코로나 확산 이후 총 88개국의 은행산업 국가리스크 평가(BICRA) 중 42개가 부정적으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3월부터 9월까지 총 234개 은행과 101개 비은행 금융기관의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한국의 경우 BICRA 추이는 안정적이었고 국내은행 중 등급조정된 경우는 없었다. 2곳의 비은행 금융기관 등급만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S&P 아태지역 금융기관 신용평가팀의 정홍택 상무는 국내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준수한 자산건전성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수익성 저하와 자본적정성 약화는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고, 외화자금조달과 유동성은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국내 은행의 자산건전성 추이를 살펴보면 대출 만기 연장 또는 이자상황 유예에 대한 익스포저가 총 대출의 3%로 다른 국가들의 은행에 비해 비교적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력 역시 적정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외화자금 조달 구조도 개선됐다고 평가 받았다. 국내 은행의 단기외채비율은 2008년 3분기 73%에서 2020년 2분기 약 50%로 하락했다. 외환보유고는 2019년 기준 은행권 단기외채의 4배 규모다.
경기회복 추이와 경제 불균형 확대, 높은 가계부채 같은 거시적 문제들과 더불어 해외사업 확대, 사회적 리스크, 핀테크 등은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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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5일 11:2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