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공모주 신기루 끝...'빅히트 다음은 어쩌지'
입력 2020.10.19 07:00|수정 2020.10.16 17:11
    빅히트, IPO 호황 막차?…주가 하락세
    "변동성 커 불안"…BTS 편중도 그대로
    동종업계 경쟁사들 주가에도 날벼락
    •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 그래프가 꺾이고 있다. 이에 사실상 유동장세 '막차'를 탄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IPO 시장에서 '히트'를 친 카카오게임즈와 SK바이오팜은 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두 배로 시초가가 형성된 뒤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채 마감하는 '따상'을 기록한 바 있다. 빅히트 주가는 개장 이후 '따상'을 달성한 지 2분도 채 되지 않아 힘 없이 고꾸라졌다.

      시장에서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냉소적 반응이 나온다. 소속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BTS)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빅히트 측에서 매출 대안으로 내놓은 '위버스'(Weverse)조차도 시장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빅히트 IPO 성행의 반사효과를 볼 것이라 기대했던 SM, JYP엔터 등 동종업계 기업들도 주가가 모두 하락했다.

      박스권 장세 속 그나마 돈이 쏠리던 IPO 공모주 시장마저 이제 완연히 '끝 물'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빅히트의 주가는 상장 이후 가파른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15일 상장한 빅히트는 장 초반 공모가(13만5000원)의 2배인 27만500원을 기록하다 35만원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주가가 고꾸라졌고 결국 시초가 대비 4.44% 낮은 25만8000원에 마감했다. 상장 이튿날인 16일도 빅히트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 했다. 이 날 하루동안에만 5만7500원, 22.3% 폭락하며 20만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최고가 기준 낙폭은 43%에 달했다.

    • 올해 IPO시장 대어(大魚)로 꼽혔던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와는 다른 모습이다. 두 기업은 모두 따상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각각 3거래일, 2거래일 동안이나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IPO 시장에 쏠렸던 유동성이 점차 다른 시장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방증하는 현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IPO에 정통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빅히트의 IPO는 카카오게임즈만큼 성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었고 그 이유는 한 아티스트에 대한 높은 의존도, 군대 문제 등을 들 수 있다"라며 "사실상 카카오게임즈가 유동성 넘치는 IPO 시장의 반사효과를 누린 마지막 타자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어느정도 예상했던 일이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에는 중국발(發) 리스크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밴플리트상(James Alward Van Fleet) 수상 소감으로 BTS가 "올해는 한국전쟁 70주년으로 양국(한미)이 함께 겪었던 많은 남성과 여성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밝힌 데 중국 여론이 국가 존엄을 모욕했다며 반한(反韓)운동에 나서고 있다.

      한 관련업계 관계자는 "상장 직후 기록한 주가는 아마 마지막 주가가 될 것이라고 본다"라며 "기존에 해결되지 않았던 리스크에 더해 최근에는 중국발 리스크도 불거지고 있어 추이를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기관투자자 락업(의무 보유) 기간 이후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주가가 하락했던 것도 개인투자자로 하여금 투자를 꺼리게 만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바이오팜은 기관투자자 보유 물량에 대한 락업 기간 만료 전날 전일대비 10.5% 하락한 주가를 기록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의 주가도 락업 기간이 만료된 12일 7.4% 가량 떨어졌고 그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IPO 흥행 종료 신호가 나타나면서 반사효과를 기대했던 동종업계 경쟁사들은 아쉬운 처지가 됐다는 평가다. 되레 이번 빅히트 상장으로 인해 엔터사들은 주가 하락의 쓴맛을 봤다. 빅히트가 상장하던 15일 SM, YG PLUS, YG엔터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가는 7~9% 가량 하락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본인 회사가 아니라 동종업계의 경쟁기업이 IPO에 나서 밸류가 많이 오르면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다"라며 "예를 들어 빅히트의 경우, 엔터주에 대한 주목은 끌어올리면서도 비싼 빅히트보단 SM이나 YG엔터 등이 싸다고 느끼며 투자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도 높이는 것이다"고 말했다.

      IPO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일부 기업들의 향방에도 주목된다. 최근 거론되는 차기 IPO 주자로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자회사 3곳과 게임 개발사인 크래프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