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 가치 보다는 매각 성사 기대감 반영 지속
주요 인수후보 부담감 커져…"가격은 보수적 접근"
차입금 부담·DICC 소송 결과, 시각차 좁힐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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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두고 원매자와 매각자의 간극이 더 벌어지고 있다. 이미 M&A가 공식화한 이후 주가가 주당 8000원을 넘긴 상황이라 거래대상 지분 가치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반면 건설장비업의 업황이나 회사 재무여력은 나아지지 못하고 있어 주요 인수후보들의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왔다. 매각이 가시화한 지난 7월부터 주당 6000원대를 넘어서, 최근엔 25%까지 상승한 8500원대 전후를 오가며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은 1조8000억원 상당으로, 세달 전에 비해 약 5000억원이 올랐다. 거래대상 지분(약 36%)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빼더라도 이미 6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두산그룹이 구조조정 작업을 시작하기 이전에도, 두산인프라코어는 대주주 지원여력이 작다는 측면에서 투자자의 우려감이 컸던 곳이다. 때문에 기업가치 본연의 상승보다는, 매각 흥행 가능성과 주요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들의 면면이 크게 부각됐다. 지난달 28일 예비입찰 당시에는 시가총액이 2조2000억원(1주당 1만550원)을 넘어가기도 했다.
매각 성사에 대한 기대감과는 달리 인수후보들이 느끼는 부담감은 커졌다. 현재 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MBK파트너스 ▲글랜우드PE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 ▲유진기업 등은 모두 오른 주가만큼의 금액대를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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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8000억원, 5000억원의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는 글랜우드PE,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나 이미 8조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는 자금이 부족하진 않다. 하지만 투자금 회수를 고려해야 하는 PE 특성상 과한 입찰경쟁이 벌어질 경우, 1조원 이상의 가격을 써낼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유진그룹의 현금성 자산이 2000억원 수준이라는 점에서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은 유일하게 남은 유력 전략적투자자(SI)다. 그런데 시너지를 일으켜야 할 ‘가늠자’ 현대건설기계의 실적이 좋지 않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의 3분기 영업이익은 259억원으로 전년 대비 31%, 컨센서스 대비 12%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건설장비업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으로 인한 호실적이 수혜이며,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의 점유율도 각각 3%, 7%대로 선방하고 있다”면서도 “내수업체들의 치열함이란 걸림돌이 있고, 전체적으로 보면 성장하는 산업군이라고 하기도 어려우니 서로 간의 ‘패’가 이미 드러나 있는 인수전이다”라고 평가했다.
두산그룹은 급할 게 없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이미 두산그룹은 네오플럭스, 두산솔루스, 모트롤BG 등의 매각 작업과 두산중공업 유상증자를 통해 약 2조1186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앞서 6월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두산중공업 채권단으로부터 추가지원까지 받아내며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 투여가 결정되기도 했다. 아직까지 재무적으로 안정됐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지만, 적어도 숨통은 트인 셈이다.
매각 성사의 향방은 매각자와 원매자가 간극을 좁힐 수 있느냐에 달렸다. 상반기까지 약 4조7000억원(총차입금 기준)까지 늘어난 빚과, 7000억원 규모 우발채무가 발생할 수 있는 DICC(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 관련 소송 결과가 핵심이다.
투자금융(IB)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누가 인수하든지 차입금은 원매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면 인수가를 제외하고도 최소 5000억원 정도는 더 투입시킬 생각을 해야 된다”며 “인수 의지를 떠나서, 대부분의 후보군들이 가격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분위기라 극적인 매각가는 나오기 어려운 거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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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8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