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기지국 12만개 넘겼지만 가입자 주춤
조기 투자 이어온 통신 3사, 재무여력 악화
사례 모호한 28㎓…투자 부담감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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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5G) 통신 서비스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안착하면서 통신사를 둘러싼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주요 3사가 재무여력의 한계를 감수하며 경쟁적으로 자금을 집행했지만, 저조한 속도와 높은 요금제로 B2C 부분의 성과는 주춤한 상태다. 여기에 수익성의 기대감이 컸던 B2B 분야에서도 요구되는 설비투자 금액이 커지고 있어 부담감은 더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장관은 “28기가헤르츠(㎓) 대역의 주파수 서비스를 국민에게 서비스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5G 주파수 대역의 '양대 축'인 3.5㎓와 28㎓ 중 한 쪽 영역대만 B2C서비스로 제공된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당초 정부와 통신업계는 5G 통신 상용화를 앞두고 LTE(4세대) 서비스보다 20배 빠른 속도의 기술임을 강조해왔다. 여기엔 좁은 커버리지(영역대)를 지녔지만 속도는 빠른 28㎓와, 넓은 영역대를 지녔지만 속도는 다소 저조한 3.5㎓가 함께 서비스 될 경우 월등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배경이 자리했다.
시장의 기대감이 서렸던 가운데, 주요 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는 '세계 1등' 마케팅 사수를 위한 경쟁적 망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B2C 적합도가 높은 3.5㎓의 경우, 이미 3년 내 의무구축 비율(15%, 2.3만국)을 조기 달성하고 지난 7월 기준 3사 합산 12만국을 넘어섰다. 이는 최종 통신사별 기지국(각 사별 15만국) 기준으로도 40% 전후에 이르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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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국정감사를 기점으로 통신3사의 재무여력과 사업 상태를 다시 점검해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앞서 공언한 '20배 속도'가 불가능해져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집행해온 공격적인 투자가 빠르게 수익으로 환원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대두되면서다.
5G 가입자 성장세의 둔화는 이미 지난 2019년 3분기부터 주춤하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에 따르면, 지난 8월말 국내 이동전화 가입회선 중 5G 가입자의 비중은 12%(약 866만명)으로, 2020년말 기준 통신사들의 예상치(25~30%)를 하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5G 속도를 둘러싼 쟁점이 국정감사에서 부각되면서 순증가 규모 회복에 '악재'가 더해졌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애초에 좁은 영역대의 28㎓를 B2C 모델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말들이 있어왔지만, 앞선 마케팅 과정에서 이런 점이 부각되지는 않았다”며 “통신사 입장에서는 3.5㎓ 대역의 가입자를 어떻게든 늘려야 하는데, 요금제 다양화 외에 유인 요인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사들의 재무여력은 더 나빠졌다. 지난 2019년 5G 망 투자가 본격화하며 통신3사의 총차입금은 20조원을 훌쩍 넘어서기 시작했다. 신규 망 구축에 쓰이는 설비투자(CAPEX) 규모가 계속 늘었던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장비 가격이 어느정도 떨어진 LTE때와 달리, '조기 구축'을 하느라 추가 비용이 소모된 점도 이유로 작용했다. 주요 3사의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전환된 상태다.
이는 통신사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통신 3사의 주가는 우하향 기조를 보이는 추세다. 상반기 개선된 실적 회복과, 정부 '디지털 뉴딜'의 수혜 업계로 거론됐음에도 투심은 돌리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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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B2B 사업에 적합하다는 28㎓ 관련 투자 집행이 발조차 떼지 못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등이 준비중인 28㎓ 기반의 망 장비는 내년 초에나 시장에 풀린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때문에 정부가 주창하는 '디지털 뉴딜' 관련 사업이나, 시장이 예상하는 스마트팩토리, 클라우드 적용 등의 구체적 사업 사례는 찾기 어렵다. 자연히 투자 방향은 모호한 상황이다.
정부와 업계가 추산하는 망 구축 비용의 예상액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과기부와 통신 3사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논의하던 당시만해도 통신사들이 추산하는 5G 투자 규모는 약 20조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미 3.5㎓ 인프라 구축에만 약 10조원이 소모됐다는 추산과 함께 지난 7월 과기부와 통신3사는 또다시 전국망 구축에 25조원을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5G 인프라 구축은 아직도 상당 수준의 투자를 요하는 반면, 특히 수익성이 높다는 28㎓의 대역폭으로 무엇을 할 수 있고 돈을 어떻게 벌어들일지는 불투명한 단계”라며 “구체적인 사례가 나와야 소모되는 재원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5G 등 투자 확대는 통신사들의 재무 여력 축적에도 제약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업평가는 "통신 3사는 국가 차원의 경기부양 정책에 부응하고 코로나로 가속화할 산업환 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견고한 영업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투자지출의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감내 가능하나, 망 투자 이외에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 투자유인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간 차입금 감축 등의 재무구조 개선 여력은 다소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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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1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