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해도 당장은 직·간접적 처우 악화 불가피
카카오보다 가치 낮고 바이오팜 사례와도 간극
직원들 이전 거부했다 불이익 입을까 노심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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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하기로 했는데 직원들은 신설 회사에 소속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등 통신사 직원'에서 '신생 기업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게 되는 것은, 물론 처우도 지금보다 떨어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그렇다고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사업부문이 당장 경쟁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 앞서는 것도 아니고, 향후 SK바이오팜처럼 목돈을 쥘 것이란 확신도 불투명하다. 일부 직원들은 이적 거절에 대한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은 지난 15일 모빌리티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해 '티맵모빌리티'(가칭)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티맵모빌리티는 국내 1위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로 매일 7400만건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이번 분사로 투자금을 모으고 빅테이터를 수익화할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미국 우버로부터 5천만달러를 유치하며 1조원(8천만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우버는 티맵모빌리티와 설립할 택시 JV에도 1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시장의 기대도 높고, SK텔레콤의 포부도 큰데 분사를 맞이하는 직원들의 분위기는 썩 달갑지 않다. 특히 해당 사업부문 직원들은 신설 회사로 가게 될까 동요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M&A 업계 관계자는 “분사야 단순한 물적분할이니 절차적 걸림돌은 없지만 직원 이동 문제가 시끄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에 별도의 임금 체계가 생기며, 직원들엔 동종업계 이상의 처우가 제시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동종업계로 볼만한 기업은 카카오T 서비스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 정도다. 연봉·고용 정보 사이트 크레딧잡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올해 입사자 평균 연봉 추정액은 4231만원, SK텔레콤은 7746만원이다. 업계 이상 처우를 받아도 지금보다 보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티맵모빌리티가 시장이 주목하는 신기술 기업이라고 해도 작년 매출 294억원, 상반기 기준 자산 1860억원의 소형 회사다. 직원들은 회사를 옮기게 되면 자산 30조원, 매출 11조원의 거대 기업 직원에서, 중소기업 직원으로 신분이 바뀐다. 은행 대출을 받을 때도 한도나 금리에서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그룹 사 M&A에선 팔리는 회사의 직원들에 위로금을 쥐어주기도 한다.
모빌리티사업단은 직원 250명 규모다. 회사 입장에선 이 인력이 상당 부분 그대로 옮겨가야 사업의 연속성을 지킬 수 있다. 리쿠르팅에 응할지 말지는 직원들의 자유 의지에 달렸다지만, 직원 입장에선 심리적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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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티맵모빌리티를 통신과 미디어, 보안, 커머스에 이은 다섯 번째 핵심사업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기업가치를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전망이 어둡지는 않지만 달성을 낙관할 수 있는 목표인지 의문이다.
내비게이션에선 티맵모빌리티가 카카오모빌리티를 앞서지만, 택시호출 MAU는 카카오(1000만)가 티맵(75만)을 압도한다. 카카오T가 택시업계와 갈등을 벌일 때 잠시 빛을 보는 듯했으나 다시 제자리 걸음이다. 제휴 주차장 역시 카카오는 1600곳, 티맵은 300곳이다.
2017년 분사한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야 이익 구간에 접어들 것으로 점쳐진다. 당시 기업가치 1조6000억원 수준에 TPG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올해 다시 상장전투자(Pre IPO) 유치를 고민 중인데, 기업가치는 3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SK텔레콤이 공언한 대로 4년간 4배 이상 티맵모빌리티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면 카카오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셈이다. 정부의 규제와 승인,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상 등 변수도 많은 업이다.
성장 기업은 결국은 수익성으로 그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데 카카오는 물론 티맵도 의미있는 규모의 이익을 내기 녹록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티맵모빌리티 정관에 따르면 특별결의로 발행주식 총수의 10% 미만 범위에서 임직원에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다. 사업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판단하는 직원에겐 이 권리가 매력적이지 않다. 사업이 잘 되더라도 SK바이오팜 사례를 재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SK텔레콤의 신성장 사업 분사가 모두 혁혁한 성과로 이어졌던 것도 아니다. 2011년 SK텔레콤 플랫폼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SK플래닛은 2015년 이후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핵심 사업인 11번가(커머스) 역시 쟁쟁한 경쟁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유지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사정이 이러니 SK텔레콤 노조도 분사에 대해 불편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회사는 분사 발표에 앞서 노조와 의견을 나눴는데 반발이 작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직 강제성이 없다지만, 직원 입장에선 갑자기 생뚱맞은 부서나 발령지로 배치되는 등 드러나지 않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노조 역시 신설회사 직원보다, 잔류한다는 직원에 불이익이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관계 없는 부서 직원들도 회사가 6번째, 7번째 핵심 사업을 키울 때마다 이동 대상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이다.
한 SK텔레콤 직원은 “스톡옵션을 받고 신설 회사로 가서 대박이 나면 좋겠지만 티맵 개선과 바이오팜 신약 개발과는 엄청난 간극이 있다”며 “분사 문제로 어수선하다보니 이번엔 관계 없지만 다음번엔 어찌될 지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런 논란에 대해 “성장하는 회사니 비전에 따른 보너스가 있고 SK텔레콤과도 다른 장단점이 있다”며 “티맵모빌리티 이동 여부는 직원들이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정할 문제기 때문에 논란이 생길 일은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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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