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위험성·지배구조 개편에서 커진 중요성
총자산 확대·자회사 장부가액 축소는 과제
"보험업법 유예기간 7년…몸집 키워 순차적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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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의 타계와 맞물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다시 살펴보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저평가된 사업들을 끌어올려 회사 자체의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과 그룹 지주회사 역할 강화를 점치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통된 분위기는 삼성물산이 어떻게든 몸집을 키워야 한다는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가가 제시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 관련 위험성 회피와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는 모두 삼성물산이 핵심 키워드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불법 승계 의혹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이 부회장은 “합병이 경영상 필요에 의한 합법적 경영활동”이었음을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합병 당시 “상사와 건설 부문의 성장세가 침체됐기에,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레저, 패션에 강점이 있는 제일모직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주주와 재판부에 적극 제시했다. 실제로 이 같은 결정이 회사의 이익으로 이어졌는지는 판단이 엇갈리지만, 적어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는 시선이 상당수다.
사업적으로 패션·식음·바이오 등 비건설 부문이 자리를 잡아가며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키우고 있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중심으로 한 바이오 부문의 실적은 큰 폭으로 뛰어오르고 있다. 교보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7010억원을 기록한 바이오 부문의 매출은 올해 1조2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삼성물산 6개 사업 부문 중 가장 큰 성장폭을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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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측면에서도 삼성물산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는 두 가지 주요 시나리오는 모두 삼성물산의 총자산 확대와 자회사 장부가액 축소를 전제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지주회사 전환을 막으면서도,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늘리기 위한 '묘수'에는 공통적으로 이 같은 방법이 언급된다.
주요 시나리오 중 유력하게 점쳐지는 '금융지주회사 도입' 방안은 삼성생명이나 삼성물산이 인적분할을 통해 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보험업법 개정을 전제하지 않는다면, 삼성생명이 삼성물산에 삼성전자 지분 1.8%를 넘기는 안이 유력하다. 이 경우 삼성물산이 지분 6.8%를 보유한 1대 주주가 돼 삼성생명은 2대 주주(6.7%)로서 간접적 지배가 가능해진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을 고려한 두번째 유력 시나리오에서도 삼성물산의 역할은 중요하다. 삼성전자를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금융과 비금융의 계열 분리 용도로 인적분할될 삼성물산과 삼성전자(투자회사)를 합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때에도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사업회사)를 지배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두 경우 모두 지주비율(50%)의 문제 때문에 삼성물산의 '몸집'이 필수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모회사 총자산에서 자회사 장부가액이 50%를 넘어설 경우, 강제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런 지주비율의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삼성물산이 약 9조원의 차입을 일으키거나, 자회사 합병 등의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
삼성물산이 석탄 관련 신규 투자∙시공∙트레이딩 사업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도 'ESG'를 앞세워 몸집 키우기를 위한 시도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 측면은 물론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 조달을 유치하는 데 있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삼성그룹의 ESG 관련 시설투자에서 삼성물산이 할 역할이 커질 수도 있다.
다만 '합병'에 대한 리스크, 보험업법과 공정경제 3법 등 국회가 추진중인 입법들이 고민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재무안정성이 높은 삼성물산이 부채를 일으키는 것은 무리가 아니지만, 합병할 자회사가 마땅치 않을 뿐더러 합병비율에 대한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수 있어 시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개정되는 법들이 지배구조 시나리오 전체에 큰 변동이 올 수 있다.
한 증권사 지주 담당 연구원은 “일단 삼성은 이 부회장이 구속을 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시장에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선택은 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최대 쟁점이 되고 있는 보험업법 개정안에 관해도 최장 7년에 이르는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총자산을 키우며 '하나하나' 당면 과제를 해결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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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0월 28일 16:2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