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기업 한계 제거"에 긍정적이었던 시장
LG화학 사태 이후 '물적분할'에 대한 의구심
주가 고전 거듭…주주환원책은 어려울 전망
-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대림산업 기업분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분할 안건을 다룰 임시 주주총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 일부 증권사에서 “분할 실익이 없다”며 목표주가를 내리는 등 다시금 실익을 따지는 분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대림산업의 주주 설득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대림산업은 삼성증권의 자문을 받아 중간지주사 디엘 설립을 위한 분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분할 구조는 물적·인적분할이 섞인 형태다. 중간지주사 디엘을 존속법인으로 하고, 건설사업을 담당하는 디엘이엔씨를 인적분할한다.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유화사업(디엘케미칼)은 지분 100% 물적분할해 디엘의 자회사로 두기로 했다.
분할기일은 오는 2021년 1월 1일로, 예정된 일정을 지키기 위해선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초 9월 이 같은 내용이 알려졌을때만 해도 시장에선 '예정된 수순'이라는 반응이 강했다.(지배력 높이고 화학 띄우고…대림산업 분할 작업에 투심 냉랭 2020. 09. 15)
대림산업 측에선 분할 목적에 대해 “복합 기업으로서의 한계와 리스크를 제거하려 한다”고 밝혔고,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가 컸다. 꾸준히 빠지던 주가 추세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나, “디스카운트 해소로 상승 여지가 존재한다”는 증권가 평가도 상당했다.
그런데 LG화학의 배터리사업 물적분할이 이슈가 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배터리 사업을 보고 투자했던 개인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국민연금도 분사에 반대 의견을 던졌고 분할 공시 이후 LG화학 주식을 매도하기도 했다. 대림산업이 미래 주력 성장동력으로 정한 유화사업이 물적분할하기로 한 것이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투자자들의 손익 계산이 활발하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물적분할은 기업 성장에 당연한 기법이라, 관심을 받은 사례가 그리 많지는 않다”며 “최근 시장에 신규 투자자들의 진입이 많아진 반면, 과해진 유동성에 기업들의 주가 낙폭이 커지고 있어 LG화학 사례 이후 이해득실을 따지는 경향이 강해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주주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진 않다. 지난 9월 초 대림산업이 새로운 형태의 조직 재편을 준비중이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잠시 급등했던 주가는 분할 계획이 밝혀진 직후 바로 8만원대 후반인 본래 주가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에는 “자사주 매입이 발표될 것”이라는 풍문에 또다시 상승세를 보였으나, 해프닝으로 그치며 낙폭은 더 커졌다. 이달 대림산업의 주가는 7만원대 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일부 증권사에선 “투자자들이 아닌, 대주주 및 화학사업을 위한 분할”이라는 평가를 내며 목표주가를 하향하기도 했다. 화학사업은 물적분할을 택한 반면, 건설사업 인적분할에서 생겨난 대주주 지분은 추후 현물출자를 통한 지배력 강화에 쓰일 것이란 분석이 상당수다. 이 과정에서 일반 주주들이 이득을 볼 것은 없다는 것이 주요히 제기되는 내용이다.
한 증권사 건설 담당 연구원은 “사실 분할 발표 이후 주주환원책이 어느 정도 병행될 줄 알았는데, 대림산업 측에서 이를 부인하면서 아쉬워하는 기관이나 증권사들이 많았다”며 “특히 분할 구조 상 건설이 가져가는 현금성 자산 등이 많지 않아 '건설사' 대림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이전보다 어려워졌다”고 귀뜸했다.
연말까지 분할 구조의 변경이나 극적인 환원책은 나오기 어려울 전망이다. 대림산업 측은 "당장의 주주환원책 보다는, 투자 활동으로 기업가치를 키워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 대림의 방향"이라며 "분할 이후 각 사가 자리잡으면 보다 다양한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06일 13: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