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 현금 창출력 바탕으로 차입 부담 완화
화두 된 '라스트마일'…택배·배달원 확보 시급
CJ-네이버 모델 각광…'물류망 확보' M&A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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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그룹의 유통 사업 확장이 가시화하고 있다. GS리테일과 GS홈쇼핑의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효율성을 제고하겠다는 통합 목표를 밝혔지만, 시장 시선은 보다 넓은 사업 확장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추후 택배사업과 배달대행 등 물류망 투자와 M&A까지도 엿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번 합병은 GS홈쇼핑 대표이사 출신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조직 개편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상장사 간의 합병은 의사결정 구조의 상층부 결단이 없으면 조직 간 충돌 여지로 인해 결론이 어렵다. 지난해 허 회장을 제외하면 그룹 3세 중 유일한 부회장 승진자였던 허연수 GS리테일 대표이사는 이번 합병에 대해 “두 회사는 밸류 넘버원이라는 GS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장 두 회사의 합병은 재무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GS리테일은 우량한 신용등급(AA)을 보유하고 있지만 차입금 부담이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상반기 GS리테일은 별도기준 순차입금이 2조3000억원대로 늘었다. 연결기준 영업익의 대부분이 편의점 부문에 편중된 점도 약점으로 꼽혀왔다.
반면 GS홈쇼핑은 금융기관 예치금 등으로 보유하고 있는 약 6000억원의 순현금이 있다. 업종 특성상 특별한 CAPEX(설비투자)가 들어가지 않는데다, 꾸준히 영업익을 내는 점도 합병시 매력 요소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합병법인 GS리테일은 매출액 약 11조원, 영업이익 약 5000억원 등 기존 대비 각각 14%, 55%까지 증가한다. 예상 시가총액은 3조5000억원 이상, 순차입금은 1조원대로 내려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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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키운 GS리테일이 나아갈 분야는 기존 사업에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분야는 GS홈쇼핑의 커머스 사업의 확장 가능성이다.
GS리테일은 합병 관련 IR의 '주요 사업별 계획 및 목표'에서 현재 2조8000억원 수준의 모바일 커머스 거래규모를 오는 2025년까지 7조원 상당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는 편의점, TV홈쇼핑, 슈퍼마켓 등 타 포트폴리오 대비 2배 이상의 목표치다.
향후 투자의 초점은 물류망 확보에 쏠릴 것이란 관측이다. 유통업계의 화두인 '라스트마일(목적지 도착 과정)' 강화가 제기되는 주요 내용이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확보하는 고객 데이터를 모아 새로운 커머스 플랫폼 체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이번 합병은 네이버와 CJ의 '지분 혈맹' 처럼 플랫폼 업계와 택배 업계의 중장기적 협업 체계 측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며 “GS리테일, GS홈쇼핑을 따로 놓고 보면 각각 정체된 전통적 사업에 불과하지만, 몸집을 키워 쿠팡이나 네이버와 같은 사업 모델에 경쟁적으로 뛰어들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투자는 더욱 활성화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GS홈쇼핑은 택배회사 ㈜한진의 지분 6.87%를 확보하며 배송 강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GS리테일의 물류 자회사 GS네트웍스의 유상증자도 다시금 부각되는 요소다. 지난해 8월 GS리테일은 1400억원 상당의 물류센터 5곳을 GS네트웍스에 현물출자해 증자를 지원했다.
또 다른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GS리테일의 고유 현금 창출력에, 연간 1500억원 상당이 쌓일 GS홈쇼핑의 이윤도 투자 재원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네이버가 3위 배달대행 업체 '생각대로'에 400억원을 투자한 사례처럼, 택배회사나 배달원 확보를 위한 추가 투자나 M&A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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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12일 10:04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