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와 격차는 더 벌어져…투자 늘려야
선단공정 2파전 압축에 낙수효과 기대도
삼성전자는 '신중' 기조…시장 관심은 지속 전망
-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사상 최대규모를 달성할 전망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전략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은 조급증을 느끼고 있다. 오랜 염원이었던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성장 기대감 때문이다. 추측성 시나리오가 여럿 나오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전년보다 약 23.8% 성장한 750억달러(약 8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0년 내 최대 규모다. 트렌드포스는 팹리스 업체의 주문량을 고려하면 내년 하반기까지는 파운드리 업체의 공급일정이 빡빡하게 돌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 업계에선 예정된 호황을 앞두고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5G 등 차세대 통신 인프라 확충과 이에 따른 컴퓨팅 수요가 위탁생산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1위 TSMC가 수요를 다 감당하지 못할 경우 수혜는 고스란히 삼성전자로 이어질 것이란 목소리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오스틴 반도체단지에 보유한 생산라인에 추가 투자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3분기 삼성전자와 TSMC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격차는 더 벌어졌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3분기 TSMC의 점유율은 53.9%로 전체 과반 이상을 유지 중이다. 삼성전자의 3분기 점유율은 17.4%로 양사 격차는 지난 2분기(34%)보다 약 2.5%포인트 확대한 36.5%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오스틴 반도체 법인(SAS)에 투자하지 않으면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TSMC는 올해 미국 애리조나에 140억달러 규모 증설투자를 확정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내년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이 6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바이든 역시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리쇼어링을 유도하는 정책을 예고했기 때문에 대선 결과와는 무관하게 삼성전자의 오스틴 투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라며 "미 행정부의 무역정책뿐 아니라 고객사 확보 측면에서도 미국 내 선단공정 투자의 이점이 많다는 평가가 우세하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반도체 시장 상황도 삼성전자의 맹추격 기회를 부각시킨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와 AMD의 자일링스 인수 등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는 유독 이종 사업 간 인수합병(M&A) 거래가 많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하나의 칩 안에 다양한 비메모리 반도체를 담는 시스템온칩(SoC) 개발 경쟁이 가속화할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좁은 면적 안에 반도체를 많이 담아야 하는 만큼 미세공정 위탁생산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미세공정은 내년부터 TSMC와 삼성전자 2파전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내년부터 엔비디아와 AMD, 퀄컴, 애플 등 5나노 이하 비메모리 반도체 주문이 쏟아질 텐데 현 시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극자외선(EUV) 노광기 공정 도입과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와 TSMC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TSMC의 공급능력도 곧 한계에 달할 전망이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기준 TSMC의 7나노 이하 EUV 생산능력은 월간 기준 약 14만장(140K)을 달성하게 된다. 가동률은 90% 안팎으로 추정된다. 애플의 아이폰12에 이어 새 PC용 M1 칩 수주까지 감당하기 어려울 거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애플과 인텔의 결별 및 TSMC의 공급 한계로 인한 낙수효과가 임박했다는 추측성 시나리오도 다양하게 나온다. 위 관계자는 "고객사 입장에서도 TSMC 일방이 60%를 넘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삼성전자는 투자 계획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오스틴 내 EUV 증설과 관련한 얘기는 많지만 구체적으로 거론된 사항이 없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연말 기준 삼성전자의 EUV 생산능력은 월 약 3만장(30K) 수준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설비투자가 마무리될 경우 내년 하반기 기준 50~60K를 갖출 예정이다. TSMC의 절반 수준에 못미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올해 공시 기준 삼성전자의 투자규모는 35조원 이상이지만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건 결국 메모리가 아닌 비메모리 반도체고, 그 중에서도 미국 현지 투자"라면서 "파운드리 투자 확대가 점유율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늘어나는 만큼 삼성전자가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을 때까지 투자자들의 관심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22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