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 포스코케미칼 키웠지만 본사는 실적 고배
1994년 이후로 모두 연임 성공해온 포스코 CEO
"1번은 관례…정권 의사 아니면 물러날 이유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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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연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재임 기간엔 그룹 신성장을 도맡은 포스코케미칼을 키워냈지만,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익 적자를 기록하며 곡절을 겪기도 했다. 드러난 성과에 대해 시장의 평가는 다소 엇갈린 가운데, 그간의 관례상 최 회장이 단독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최근 최정우 회장은 포스코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전달했다. 포스코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기로 결의했다.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앞으로 한 달간 대내외 평가 등 자격심사를 진행한다.
사업적인 면면만 놓고 보면 최 회장에 대한 평가는 공과(功過)가 뚜렷하게 나뉜다.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불리는 에너지 소재 사업에서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 줄어든 실적을 개선하는 것은 숙제로 남았다.
회장 취임 직전까지 대표이사 직을 역임했던 포스코케미칼(옛 포스코켐텍)은 최근 시가총액이 5조원을 넘어섰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2차전지 소재 부문의 실적 성장이 두드러지며 오는 4분기에만 매출액 4587억원, 영업이익 25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취임해에 분기 매출액이 3000억원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규모가 커졌다. 지난 6일에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기도 했다.
그룹의 핵심인 포스코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꺾여왔다. 포스코는 올해 코로나로 인한 철강 수요 타격을 입었다. 지난 2분기에는 별도기준 사상 첫 분기 적자(영업손실 1085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코로나 여파가 상대적으로 줄며 자동차 강재가 회복,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내년도 전망이 밝지 않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철강업계 경기는 중국의 생산능력에 좌우되는데, 중국의 노후 설비들이 퇴출되며 공급능력이 올라가 마진 스프레드 반등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며 “코로나가 주춤한 사이 단기 호재 요인들이 있었지만, 향후 포스코 철강재 전망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회복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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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시장에서는 최 회장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포스코는 지난 1994년 4대 CEO인 김만제 회장 이래로 지난 2017년 연임한 8대 권오준 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CEO가 한 차례씩 연임했다. 공통적으로 정권 교체 기간과 맞물리며 두 번째 임기를 마치지 못했지만, 연임 승인 자체를 거부당하진 않았다. 그간의 사례로 보았을 때, 내달 CEO후보추천위원회가 이사회에 차기 회장 후보로 최 회장을 단독 선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포스코만의 독특한 정관에도 반영돼있다. 포스코 정관에 따르면, 이미 사내이사로 등기된 회장 후보는 제 29조 1항 ‘대표이사 회장은 사내이사 중 선임하며, CEO후보추천위원회 심사를 거친다’는 조항과 세부운영 규칙의 ‘3개월 전 연임 관련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는 내용에 따라 연임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다. 현 회장의 의지만 명확하다면, 자격심사에서 탈락하지 않는 한 다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현재 포스코에는 최 회장을 대체할 만할 인물군도 사실상 공백 상태다. 지난 2018년 함께 경쟁한 후보군 4명은 장인화 포스코 사장을 제외하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황이다. 특히 현장 제철소 출신들의 강한 지지를 얻었던 것으로 알려진 김진일 전 포스코 사장은 지난 회장 후보 경쟁을 마지막으로 하마평에서 사라졌다.
포스코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포스코는 회장의 권한이 워낙 강력한 곳이라 장인화 사장도 경쟁 상대라고 말하기 어렵고, 애초에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면 관례상 한번은 연임을 한다”며 “최 회장이 현장을 잘 알기 어려운 재무 인사 출신이라 ‘호불호’가 갈리지만 정권 의사가 크게 작용하지 않으면 물러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 측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CEO추천위원회를 운영하며,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다른 적절한 인물을 찾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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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