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주가 상승세…직원들 "상한가때 해야"
카카오게임즈 '잭팟'에 커지는 계열사 신경전
카카오뱅크, 앵커PE 자금 거절하자는 논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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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계열사들의 기업공개(IPO) 일정이 가시화되며 후순위로 밀려난 회사들을 중심으로 아쉬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카카오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사이 상장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다. 카카오 본사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최근 카카오는 동시다발적으로 계열사 상장을 진행하거나 검토 중에 있다. 지난 9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정해진 뒤 상한가)’을 기록한 카카오게임즈가 상장했고, 카카오페이가 주관사 선정을 완료했다. 입찰제안요청서(RFP)가 꾸려진 카카오뱅크나, 지난해부터 상장을 추진해 온 카카오페이지 등 우량 계열사들도 대기중이다.
이는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그룹 계열사 상장은 시장의 주목도나 기관들의 투자한도 관리를 고려해 적어도 1년 단위로 안분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카카오처럼 프리IPO(상장 전 지분매각)를 진행해온 시기가 비슷한 그룹도 드물어, 카카오 본사가 ‘교통정리’에 나선 상황도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라는 평가다.
무엇보다 크게 오른 카카오의 주가가 직원들 간 신경전을 자극하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주당 주가가 15만원 선을 횡보하며 연저점(12만7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택트’ 수혜에 따른 기대감이 감돌며 올해 8월 연고점(42만500원)을 돌파한 카카오 주가는 최근까지도 30만원대 후반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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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이 밀리게 될 회사 구성들의 부담감은 만만치 않다. 카카오는 스톡옵션(주식 매수 선택권)이나 우리사주조합 배정 관련 혜택이 비교적 큰 회사로 분류된다.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면 개개인에게 돌아갈 이득도 크다. 하지만 주가 상승률이 너무 가파른 탓에 직원들 사이에서는 되려 ‘주가가 언제 꺾일지 모른다’며 빠른 상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됐다.
카카오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유동성이 큰 장세에 금융 계열사들에게 우선권을 주기로 본사가 결정을 내렸다“며 “하지만 비금융 계열 직원들 사이에서 카카오 주가가 꺾일 때 상장하게 되면 어떡하냐며, 내년에 자기들 회사부터 상장해달라는 요청이 적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가장 많은 아쉬움을 표하는 계열사로는 카카오페이지가 꼽힌다.
카카오페이지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상장을 준비해온 대표적인 계열사다. 특히 유사(콘텐츠)계열로 볼 수 있는 카카오게임즈 직원들이 스톡옵션으로만 167억원의 평가차익을 거둔 것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시기를 놓치면 안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우선권을 받은 금융 계열사가 안심했던 것은 아니다. 최근 카카오뱅크는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로부터 약 2500억원의 투자 유치를 받는 과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뱅크 일부 인사들이 “자금은 충분하다”며 투자금을 받지 말자는 의사를 표했다는 것. 재무적투자자(FI)가 추가될 시 상장 관련 의사결정이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을 신경썼다는 이유에서다.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M 등 다른 계열사 역시 상장 순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 계열사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자금 확보 필요성이 높아 당위성을 내세울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특히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내년도 상장을 노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다만 카카오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카카오 측은 “상장 순서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 없으며, 시장 상황과 공동체 내부 논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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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24일 10:4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