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CGV, 실적 악화에 신용 리스크 계속
등급전망 '부정적'에 추가 등급 하향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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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CJ푸드빌과 CJ CGV 재무 개선을 둘러싼 고민은 2021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두 계열사 모두 코로나 여파로 실적 부진이 계속되면서 신용 리스크가 악화하고 있다. 실적 회복 시기나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그룹 차원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말 NICE신용평가는 CJ푸드빌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장기 신용등급은 'BBB+'로 유지했다.불과 6개월 만에 CJ푸드빌의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된 주 원인은 부진한 실적이다. 코로나 영향으로 CJ푸드빌의 외식 브랜드 매출이 급감했다. CJ푸드빌의 2020년 3분기 누적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7% 감소했다. 그나마 뚜레쥬르가 테이크아웃 수요 등으로 비교적 실적 감소폭을 줄인 수치다. 나신평은 빕스, 계절밥상 등 외식 브랜드들의 2020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0~70%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알짜’ 사업부 매각으로 인한 사업기반 약화도 불가피하다. CJ푸드빌은 2018~2020년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흑자 사업부인 투썸플레이스 지분을 사모펀드에 전량 매각했다. CJ푸드빌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뚜레쥬르도 막바지 매각 작업이 한창이다. 이익기여도 측면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던 계열사들이 빠지면 중단기적인 영업적자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2019년부터 투썸플레이스가 연결기준에서 제외되면서 회사의 수익창출력이 상당 폭 악화됐다. 이외에도 CJ 푸드빌은 2020년 이후 직영점포 건물 및 토지, 비비고 상품권, 진천공장 매각 등으로 현금 확보 자구 노력에 나서고 있다.
유동성 확보에 사활을 거는 배경은 장기간 이어져온 수익성 악화다. CJ푸드빌은 외식브랜드 뿐만 아니라 해외사업도 장기간 저조한 실적으로 과거 5개년(2015~2019년) 동안 연결기준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투썸플레이스 매각대금(총 4902억원)으로 순차입금이 축소됐지만, 리스부채 인식(2019년부터)과 부진한 영업실적 지속으로 실질적인 재무 개선 효과는 미미하단 평이다.
또 다른 계열사인 CJ CGV도 신용 리스크가 '진행중'이다. CJ CGV는 2020년 코로나로 3분기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69.5% 감소했다. 누적 영업적자가 (-)2990억원에 이른다. 2020년 장기신용등급이 ‘A’에서 ‘A’-로 강등됐다. 여전한 실적 불투명성에 등급전망은 ‘부정적’을 유지하고 있다. 2021년도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 추가 등급하향도 있을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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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 모두 그룹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계열사는 아니다. 다만 CJ그룹이 자본 매각, 수익성 제고노력, 투자 축소 등 ‘내실 다지기’에 나선 가운데 두 회사의 신용도가 악화하면서 ‘아픈 손가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CJ의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AA/안정적), CJ대한통운(AA-/안정적) 등은 AA급의 우수한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 등급 전망이 ‘부정적’이던 CJ제일제당의 등급전망도 투자 축소 등으로 지난해 ‘안정적’으로 복귀했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2019년 4분기 이후 CJ 그룹 전반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신용도 리스크가 완화됐다고 평가한다.
계열사의 실적부진은 곧 그룹 지주회사인 CJ㈜(AA-/안정적)의 재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0년 9월말 기준 CJ㈜는 CJ푸드빌과 CJ CGV의 지분을 각각 96.0%, 38.40% 보유한 최대주주다.
지난달 28일 CJ CGV는 모회사인 CJ㈜로부터 신종자본차입 방식으로 2000억원을 조달한다고 공시했다.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면서 결국 그룹이 또 한번의 자금 수혈에 나선 것이다. 앞서 지난해 5월 CJ㈜는 CJ CGV가 진행한 2502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해 937억원을 출자한 바 있다. CJ㈜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00억원에 불가해 지원을 위한 차입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엔 CJ CGV가 상장사여서 추가 유상증자는 무리가 있으니 사실상 1:1 자금 대여에 가까운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모채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신용도가 높은 모기업이 ‘대신 대출’에 나선 셈이다. CJ CGV는 12월 5년 만에 찾은 공모채 시장에서 사실상 전량 미매각을 기록하며 싸늘한 투심을 확인한 바 있다.
실적 부진 추세가 단기간 내에 반전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의미 있는 실적 개선이 없인, 재무구조 악화를 멈추기 힘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언제까지 그룹이 지원을 계속할 수도 없다.
CJ그룹은 이번 정기인사에서 그룹 내 ‘해결사’ 허민회 대표를 CJ CGV의 새 수장으로 앉히고 위기 탈출을 꾀하고 있다. 당장 올해 5월 터키 마르스엔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자금 상환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럿이다. OTT 시장의 폭발적 성장 등으로 과연 ‘코로나 이후’에도 영화관이 과거만큼의 관객을 끌 수 있을까도 문제다. CJ푸드빌 또한 외식 브랜드들도 집객 수요가 매출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코로나 확산 추세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보유 브랜드들이 인지도는 높지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고려된다.
나신평은 2020년 하반기 정기평가 결과 “CJ푸드빌이 자회사 지분, 부동산 매각 등 자산매각을 통해 차입금 감축 및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부진한 영업실적으로 자체적인 수익창출력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은 낮은 수준”이며 “CJ CGV를 포함해 국내 영화관사업자들은 향후 영업실적의 큰 폭의 개선이 없을 경우 재무적 대응(자본확충 등)만으로는 재무안전성 저하 추세 반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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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