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악의적 주장"…며칠뒤 "자동화로 업무강도 낮춘다" 발표
나스닥 상장 추진중…기업가치 300억 달러 이상 평가 예상
사내 고급 IT인력들과 외국인 임원 즐비…상장 성공은 누구 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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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쿠팡은 '대규모 추가고용·자동화설비투자로 업무강도 낮췄다' 제하의 보도자료를 내놨다. 전날인 19일 공공운수노조 기자회견에 대해 '악의정 주장 중단하라'라는 보도자료를 낸지 하루만이다.
기점은 지난 11일 쿠팡 동탄물류센터에서 집품 작업을 하던 50대 노동자가 사망하면서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를 두고 쉬는 시간 없는 살인적 노동강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쿠팡은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반박했다. 타사 물류센터와 비교해 인력증가, 직고용, 상시직 합벽, 기술설비 투자, 기타 복지 혜택 측면에서 쿠팡이 월등히(?) 앞서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주장대로라면 물류센터에서의 노동자 사망이 회사 책임은 아니라는 것처럼 들린다. 쿠팡에 대한 여론이 좋기는 어려워보인다.
연초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회사의 포트폴리오는 꾸준히 넓어졌고 처음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넘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블룸버그는 쿠팡 기업공개(IPO)가 올해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기업가치는 30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잇따른 노동자 사망 사건에 대한 쿠팡의 대응을 보고 있으면 그 '몸값'을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본사에는 글로벌 IT기업 수준의 고급인력들과 외국인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회계책임자(CAO), 최고기술책임자(CTO)들이 있다. 최근엔 정재계 출신 사장, 부사장들도 수혈했다. 억대 연봉을 받는 '뉴칼라(IBM의 CEO 지니 로메티가 처음 사용한 단어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연구개발 하는 능력이 뛰어난 계급)'와 '화이트칼라'로 가득 차 있다.
반대 편 다수엔 물류센터에서 집품하고 상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블루칼라'들이 있다. 직고용이든 아니든 모두가 쿠팡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그러기에 "로켓배송은 노동력 아닌 기술의 힘"이라는 쿠팡의 노동 인식을 바라보는 '블루칼라'들은 씁쓸하다.
어느 회사나 계급간 갈등은 있다. 그래서 유무형의 노력으로 그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경영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재계 '회장님'과 경영진들이 현장을 방문해 노고를 치하하는, 뻔한 활동을 하는 이유다.
쿠팡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경영진들이 현장을 찾아가 문제점을 확인하고 개선책 마련을 지시했다는 뉴스는 보지 못했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사고는 언제든 어디서든 날 수 있다. 현장 노동자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이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게 문제 핵심이다.
쿠팡의 구성원 차별 문제는 김범석 의장이 대표로 있었던 시절부터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김 전 대표를 위시한 외국인 임원으로 구성된 경영진과 한국인들 중심으로 한 실무진으로 나뉘고 적자가 지속되던 때에도 외국인 임원들에 대한 특혜 논란이 이어졌다. 코로나 이후 회사의 성장을 보여주는 ‘숫자’는 좋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곪았던 문제들도 터지기 시작했다.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은 코로라 대응 과정에서 노동자 관리 및 방역시스템 문제로 네덜란드연기금자산운용(APG) 등 주요 투자자들의 압박을 받았다.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는 쿠팡 입장에서도 남 얘기가 아니다.
올해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으로 환경·인권·노동 부문에서 규제 강화가 예상돼 자본시장에서는 ESG에 대한 요구도 한층 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나스닥에 상장을 하는 기업은 최소 2명의 이사를 여성, 성소수자, 소수 인종으로 선임해야 하고 기존 기업들도 이 조건에 맞지 않으면 퇴출 당하게 된다. 그런데 쿠팡은 노동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또는 평판 관리는커녕 해명과 반박에 집중하고 있다. 쿠팡의 ESG 점수는 나스닥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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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1월 2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