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재무부담 불가피
현대차 탑재 배터리 화재 이슈
협상 앞둔 LG, 웃을 수만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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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배터리 전쟁'으로 회자된 LG에너지솔루션(LGES)과 SK이노베이션과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LGES가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승자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패소한 SK이노베이션은 늘어나는 투자 확대와 악화하는 재무구조를 단숨에 해결할 카드가 마땅치 않다. 승소한 LGES는 상장 작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합의금 협상과 현대차 전기자동차(EV) 배터리 화재 사고에도 대응해야 한다. 양사와 협력하는 현대자동차 역시 셈법은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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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ES와 SK이노베이션은 합의금 문제를 두고 본격적인 협상을 준비 중이다. 눈높이는 서로 다르지만 관련업계에서는 합의금 규모가 2조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본다. 4월 말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미국 공장의 정상 가동이 불가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SK이노베이션 측에서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나 공공성을 내세우는데 (LGES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지는 분위기"라며 "합의금 규모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유리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소송 결과를 두고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에 부정적이라는 의견들을 내놨다. 자발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에서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고, 합의시 합의금 규모 및 지급 방식에 따라 재무부담 변동 수준도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에만 4조원 이상 투자지출을 감당해야 하는데 곳간은 넉넉지 않다. 추가 차입보다는 보유 자산 매각과 유동화를 통해 버텨야 한다. 페루 광산 매각은 지연되고 있고,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지분 매각은 하반기에나 기대된다.
상반기 중 SK IET의 상장이 있지만 일본 도레이와 중국 상해은첩 등 해외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밝힌터라 조달 자금을 합의금으로 내놓을 수도 없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100% 자회사 SK종합화학의 지분 49% 정도를 매각하기로 했다. 기업가치로 3조~4조원가량이 거론되고 있어 지분 매각시 최대 2조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불확실성을 줄이고 재무부담을 최소화하려면 빠른 시일 내 LGES와 합의를 마쳐야 한다. 일각에선 합의금을 현금으로 마련하기 힘들 경우 SK그룹 내 소재사업부를 동원해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LGES는 SK이노베이션과의 관계가 틀어진 이후에도 SKC(동박)·SK IET(분리막) 등 소재 부문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승소한 LGES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SK이노베이션과 합의에 나서더라도 전기차 화재사고 원인을 두고 현대차를 비롯한 고객사와 협상이 남아 있다.
현대차와 국토교통부는 LGES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 3종을 전량 리콜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당초 리콜 조치한 코나 EV 7만7000대보다 규모가 늘었다. 국토부에서 화재 원인을 배터리 문제로 지명할 경우 발생하는 품질비용은 LGES가 대부분 부담해야 한다. LGES가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도 덩달아 불어날 수 있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LGES가 현대차 측에 보전해야 할 품질비용이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가장 논란이 된 코나 EV의 경우 대당 배터리 교체 비용이 200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관련 물류비용 등을 포함하면 LGES가 SK이노베이션에 받아야 할 합의금 규모와 맞먹는 셈이다.
국토부 측 공식 발표 전까지 확인이 불가하지만 LGES 배터리 화재에 대한 투자자 우려는 늘어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터리 가격이 전기차 가격 4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품질비용을 배터리 공급사에 전가할 유인이 높다"라며 "LGES가 현대차를 포함해 거의 모든 완성차 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에 주목하는 시선이 많다"라고 말했다.
화재사고가 현대차 외 다른 전기차 브랜드로 확산할 경우 하반기 예정된 LGES 상장 작업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안정성 문제가 추가 수주와 수익성 등 실적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LGES의 기업가치가 최대 100조원까지 거론되지만 전지 사업이 흑자에 접어든 건 지난해 상반기다. 상장 기업가치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양사 모두를 공급사로 둔 현대차그룹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화재 사고 원인이 LGES에 있는 것으로 판명나더라도 향후 배터리 공급사와 관계를 어떻게 조율할지 결정해야 한다. 현대차는 LGES와 해외에 새 배터리셀 합작법인(JV) 설립도 추진 중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에서 LGES 배터리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논의가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국내 3사 모두에 배터리 공급계약 입찰을 받고 있지만 어느 일방을 선택할 수 없고 협력관계를 이어가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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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2월 2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