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블록체인·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 집중
투자 주체로 나서는 한화자산운용
한화생명, 증자 등 자금 지원줄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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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전무)는 싱가포르 벤처캐피탈 골든게이트벤처스(Golden Gate Ventures)의 마이클 린츠(Michael Lints) 파트너의 초대로 클럽하우스에 입성했다.
김동원 전무의 클럽하우스 팔로잉을 보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이준표 소프트뱅크벤처스 대표를 포함해 블록체인,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인 및 투자자 등 신사업 종사자들이 다수다. 실제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들은 가상화폐·블록체인·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이란 키워드로 벤처캐피탈(VC)업계와의 접점을 늘리고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투자 주체는 한화자산운용, 한화투자증권 등 한화생명 산하 금융계열사들이다. 시장에선 김 전무에게 한화생명은 디지털금융 투자를 위한 실탄창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한다. 보험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점, 한화생명의 그룹 내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는 것과는 별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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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동원 전무의 행보는 상당히 공격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김 전무는 올해부터 한화생명에서 기존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 직책에 전략부문장을 겸직한다. 이사회에서 연임을 결정한 여승주 사장이 경영전반을 책임진다면 김 전무는 신사업과 M&A 등 미래먹거리 분야를 맡는 방식이다.
국내 벤처캐피탈(VC) 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원 전무가 VC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보이면서 해당 업계에선 상당히 유명한 인물”이라며 “벤처기업 투자에도 상당한 관심을 갖고 투자처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한화그룹) 금융계열사를 활용하려는 의지가 크다”고 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국내 최대 채용 플랫폼 업체 잡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김동원 전무를 비롯한 실무진들은 매각 초기 단계부터 인수를 적극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가격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인수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한화그룹이 전통 금융업 외에 이종 산업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의지를 내비쳤다는 의미를 갖기에 충분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동원 전무가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라이프 사이클과 관련한 전 분야 걸친 다양한 기업들의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다”며 “보험사, 증권사, 운용사 등 금융과 전혀 다른 업종에서 수천억원 수준의 대규모 M&A를 진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잡코리아 인수전에서 앞단에 나선 투자 주체는 한화자산운용이다. 한화자산운용 한화생명의 100% 자회사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016년 부터 칼라일그룹 출신 김용현 사장이 이끌고 있다. 김 사장은 과거 칼라일 재직 당시 금호렌터카, 바이더웨이 인수 등을 추진했던 M&A 전문가로 손꼽힌다. 지난 2012년 한화그룹에 합류한 이후 크고 작은 M&A 과정에서 김동원 전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최측근 인사로 분류된다.
한화자산운용은 김 사장의 취임 이후 한화생명의 자산운용 자금을 넘겨 받아 운용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생명보험사인 한화생명에 비해 스타트업 성격이 강한 중소·중견 업체에 대한 투자가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에서 한화자산운용은 김 전무의 투자 활동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주력사로 분류된다.
실제로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한화생명이 5100억원 규모를 출자한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대거 확충했다. 이를 통해 블록체인 및 빅테크 기업에 집중하며 디지털 자산과 관련한 미래기술에 투자하겠단 방침을 세웠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해 디지털자산팀을 신설했고, 디지털 자산공시 플랫폼 업체인 크로스앵글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실상 김 전무가 집중하고 상당히 공을 들이는 사업분야에 앞장서는 핵심 계열사란 평가를 받는다.
김동원 전무, 한화생명이 한화자산운용에 힘을 실어주려는 노력은 계속됐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인 디지털 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을 한화자산운용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디지털 금융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으나 한화생명이 지난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금감원 기관경고 조치를 받음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해 이달 최종 무산됐다.
금융계열사들의 영역 확대를 꾀하는 김 전무 노력과는 별개로 금융계열사에 대한 그룹 차원의 집중도는 그리 높지 않다. 최근까지만 해도 한화생명의 자회사 한화손해보험은 잠재적 투자자들과 매각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대형 사모펀드(PEF)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강화가 필요한 금융지주사들이 주요 후보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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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의 본업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도 고민거리다. 최근 들어 채권금리가 반등의 조짐을 보인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2023년 새로운 회계기준(IFRS17)과 지급여력제도(K-ICS) 도입 등 제도적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점은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수다. 실제로 국내 한 신용평가사는 구조적인 역마진 부담이 불가피하단 이유로 한화생명을 주요 모니터링 업체로 지정하기도 했다.
그룹 금융사의 입지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은 최근 김승연 회장의 복귀과정에서도 나타났다. 김 회장이 취업제한 조치가 풀리자 마자 직함을 얻은 곳은 ㈜한화, 한화솔루션, 한화건설이다. 김 회장은 항공·방산·화학·에너지·건설·서비스 등에 미래성장전략 수립, 글로벌 사업 지원 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화생명을 주축으로 한 금융분야는 제외됐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9년 기준 약 14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업계 전반적으로 손해액 청구가 증가했고, 금리 하락으로 변액보증준비금 적립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한화생명은 업계 내에서 금리 민감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 최초로 전속 채널을 판매 자회사로 설립해 제판 분리를 이뤄냈고, LIFE MD(디지털 보험 설계사)를 새로 설립하는 등 조직 변화를 통한 출구전략을 세웠다. 지난해엔 영업이익 1478억원으로 흑자전환을 이뤘다. 하지만 이런 추세가 이어질 지는 지켜봐야 한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기에 김동원 전무에 있어 한화생명은 자신의 업적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자산이지만, 그룹이 미래성장전략을 수립한 현 시점에선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려워 고민거리인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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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05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