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투자자 불안감↑...엄격한 미국 회계 분위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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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플러그파워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변수가 발생했다. 플러그파워가 최근 회계오류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어 잠재적 투자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소사업의 성장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1월 SK그룹은 SPC 그로브에너지캐피탈을 통해 총 1조6816억원을 투자, 플러그파워 지분 약 9.9%를 확보하고 최대주주에 올랐다. SK㈜와 SK E&S가 각각 7억5000만달러씩 부담했다. 플러그파워는 1997년 설립된 수소기술 회사로 차량용 연료전지(PEMFC), 수전해 핵심 설비인 전해조 건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그룹은 이후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국내 대형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을 대상으로 SPC의 지분 일부 매각에 나섰다. 1조원이 훌쩍 넘는 대규모 투자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재무적투자자(FI) 모집을 서둘렀지만 올해 초 플러그파워 주가가 급등하며 셀다운 과정은 더뎌졌다. 플러그파워 지분 인수 시점에 주가는 주당 29.29달러였는데, 인수 후 주가가 60달러를 훌쩍 넘었다. 높아진 몸값 탓에 잠재적 투자자와 SK그룹의 협상이 지지부진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회계 이슈가 부상했다. 플러그파워 장부에 회계오류가 발견돼 2017년과 2018년, 2020년 4분기 회계장부를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플러그파워는 연구개발(R&D) 비용 분류와 특성 서비스 계약의 손실 처리 과정에서 회계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신산업 분야인 만큼 회계장부를 기록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착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회사 측의 설명에도 플러그파워 주가가 급락하는 등 여파가 커지고 있다. 해당 문제로 플러그파워 연간 사업보고서 공개도 지연되고 있다. 이날 플러그파워 주가는 36.36달러로 전날보다 7.55% 하락했다.
그동안 플러그파워 1대주주인 SPC의 지분 인수를 검토했던 잠재적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이 유독 회계이슈에 민감한 만큼, 해당 문제의 추이를 지켜봐야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문제로 사업보고서 공시가 늦어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수소사업이 유망하긴 하지만 아직 어느 정도 가치를 매겨야할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명확한 실적 수치로 플러그파워의 성장 가능성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큰 셈이다.
최근 SK그룹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수소사업, 폐기물회사, 모빌리티, 배터리 등 각종 신사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예고한 만큼, 실탄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해졌다. 자회사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합의금도 준비해야 한다.
SK그룹 측은 플러그파워 회계이슈를 SPC 지분 매각과 연관 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플러그파워 투자를 위해 설립한 SPC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회계오류 문제 역시 규정상의 문제로 플러그파워 기업가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플러그파워 역시 해당 회계오류가 회사의 영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4억7500만달러, 2022년 7억5000만달러의 매출목표도 여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플러그파워는 회사 웹사이트를 통해 “플러그파워는 새로운 기술과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회사인 만큼 미국 회계기준(US GAAP)을 적용하는 데 여러 판단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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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3월 19일 17:5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