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GMV 상승엔 득이나 겹치는 사업서 경쟁 우려
인수 시너지 있다면 FI도 이베이 투자도 고려할 만
FI로선 조기 회수에 파이 키울 선택지까지 생길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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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듦에 따라 쓱닷컴(SSG)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입지도 달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사업 영역이 비슷한 주체가 생긴다는 점은 부담스럽다. FI의 핵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이마트와 이베이 공동투자 안을 협의 중으로 알려졌다. 향후 시너지 효과와 회수에 득이 될 것인지에 따라 FI들의 추가 투자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참여했고, 최근 본입찰적격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됐다.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과 경쟁해야 한다. 이마트는 가장 일찍 자문사단을 꾸렸고, 예비입찰에서도 4조원 이상의 금액을 써내며 의지를 드러냈다. 전략적 사업제휴를 맺은 네이버도 이베이코리아 인수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입지가 모호해진 것은 쓱닷컴 재무적투자자들이다. 이마트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신세계그룹 전체의 거래액(GMV)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겹치는 온라인 유통 부문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쓱닷컴은 4월부터 오픈마켓을 여는데, 이베이코리아는 오픈마켓의 원조격이다.
FI들은 동의 없이 이마트가 다른 이커머스와 제휴할 수 없도록 하는 약정을 맺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FI는 자본구조나 조직구조의 일방적 변경 등 위약사유가 발생할 경우 대주주(이마트)에 지분을 사달라고 청구할 권리(위약매수청구권, Default Put Option)를 갖는다. 이때 이마트는 FI에 연복리 25%의 이자를 쳐줘야 한다.
네이버와의 사업 제휴는 주식 교환 형태일 뿐 쓱닷컴 실질에 영향이 없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쓱닷컴의 더블유컨셉 인수는 투자자들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다.
FI의 주축인 어피너티는 이마트와 이베이코리아 공동 투자 안을 두고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단독으로 수조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부담스러운데, 이미 합을 맞춰본 FI가 가세하면 한층 힘이 실릴 수 있다.
FI 입장에서도 추가적인 투자 기회가 생긴다면 검토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 어피너티가 대표로 이마트와 협상을 진행하되 투자 조건이 확정되면 다른 투자자인 BRV캐피탈, 루터PE에도 투자 의향을 물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는 조기 회수를 바랄 수도 있고, 일부는 추가 투자를 검토할 수도 있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어피너티가 투자금 대부분을 집행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이마트가 어떤 구조로 이베이를 인수하며, 어떻게 쓱닷컴과 시너지 효과를 내려는 전략인지는 불투명하다. 그렇더라도 FI 입장에선 새로운 선택지가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쁘지만은 않다.
쿠팡의 위세에 가려 있지만 쓱닷컴의 기업가치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팬데믹 영향으로 거래액이 1년 사이 1조원 이상 늘었다. 작년 매출액은 1조2941억원으로 전년(8441억원)에 비해 크게 늘었고, 영업손실 규모는 줄었다. 쓱닷컴 투자자들은 최초 투자 가치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장 전에 PEF 세컨더리 거래를 하더라도 충분히 회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SSG 가치를 해하지 않을 방도가 있고, 온라인 사업을 확실히 키울 묘수가 있다면 기존 FI 입장에서도 추가로 이마트에 돈을 넣는 것이 나쁠 것은 없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그룹의 GMV를 높이는 것이 쓱닷컴에 무슨 득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다만 신세계그룹이 정체성을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실히 바꾸려는 것이라면 쓱닷컴 투자자도 동참할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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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4월 01일 14:11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