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네이버·펄어비스·SK바이오팜이 대표적
갑자기 들어온 수십억 현금…"어떻게 굴리지"
투잡용 상가건물 혹은 판교 거주아파트에 관심
-
"작년부터 초고액자산가(VVIP) 고객 유형이 다양해졌다. 젊은층, 특히 30대 고객이 크게 늘었다. 스톡옵션 행사가 대박이 났거나 상장하면서 '따따상'에 성공해 우리사주 대박난 사람들, 비상장 투자기업 지분 매각을 크게 챙긴 사모펀드(PEF) 운용역들이다. 자산규모는 최소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른다." -대형증권사 VVIP 컨설팅 관계자
VVIP 고객자산을 종합 컨설팅해주는 증권사들의 최근 '뜨는 고객' 키워드는 'IT·바이오기업' '30대' '팀장급'이다. 그동안 이들 증권사는 최소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영업해왔지만 지난해부터 30대, 더러는 20대 고객들도 크게 늘었다. 컨설팅 담당자들 사이에선 "한국에 이렇게 젊은 부자가 많았느냐"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기록적인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주가가 크게 오른 기업의 직원들은 그야말로 '스톡옵션 잔치'를 벌였다. 그동안 스톡옵션 대박 사례는 고위급 임원 일부에 한정돼 왔지만 이젠 평범한 직장인에게도 실제상황이 됐다.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는 수백억원대 돈방석에 오르면서 여느 대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보다도 많은 보수를 챙겼다.
-
스톡옵션으로 표정 관리하기 바쁜 임직원이 많은 곳은 카카오와 네이버다.
카카오에선 2017년 당시 1200명 이상이 스톡옵션을 받았고 최근 이들은 약 3800억원의 전체 시세차익을 냈다. 주가가 50% 올라야 일부를 주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다소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올초 주가가 수직상승하면서 혜택을 입었다. 억대 차익을 낸 직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도 지난 3월 기준으로 임직원 3276명이 스톡옵션으로 2260억원의 시세차익을 냈다. 자사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은 것도 있지만 살 수 있을 때 매입해 수배 차익을 낸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카카오는 웬만한 계열사마다 VVIP 컨설팅 서비스를 찾는 관리직들이 포진해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비교적 젊은 30대 중후반을 주요 관리직에 앉혀 업계 최고 수준으로 대우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 증권사 VVIP 컨설팅 조직에선 최근 뜨는 고객으로 '카카오 계열사 30대 후반 팀장'이 사실상 고유명사가 됐다고 말한다.
IT기업 출신 '큰손'들은 앞으로 더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는 최근 전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1년 이상 재직한 2223명에겐 인당 200주(약 2200만원 상당)를, 1년 미만 재직한 283명에겐 인당 100주씩이 부여된다. 올해부터 3년간 부여돼 1인당 최대 600주를 받을 수 있다. 네이버는 최근 스톡옵션 외에도 자사주를 사는 임직원에게 6개월 뒤 일정 현금을 지원하는 '자사주 리워드(보상)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시작했다. 연 최대 2000만원의 주식 매입에 대해 회사가 10%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대기업 비상장법인이 성공적으로 상장하면서 배정받은 우리사주 물량이 대박난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상장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가 대표사례로 거론된다.
SK바이오팜은 상장 직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 공모가(4만9000원) 대비 5배 이상 급등했다. 전체 주식물량의 20%를 우리사주 물량으로 배정받은 직원들은 '억' 소리 나는 차익을 실현했다. 직원 수가 200여명에 불과해 1인당 평균 1800주를 매입, 시세차익으로 20억원 이상 올렸다. 상장 첫날 시가총액이 4조5680억원까지 늘며 코스닥 시총 5위에 안착한 카카오게임즈 직원들도 언급됐다. 소속 직원들이 기업공개(IPO) 직후 총 47만3678주의 스톡옵션을 대거 행사해 상당한 평가익을 거뒀다.
다만 우리사주는 1년 보호예수기간이 걸려있는 만큼 당장 주식을 현금화하긴 어렵다. 이에 일부 직원들은 퇴사를 결심하고 곧바로 매각해 현금화했다. 추가 매수 기회가 있는 팀장급 이상 직원들은 차익만으로 '강남에 집 한 채 생겼다'는 말도 나왔다.
수는 적지만 보유자산이 훨씬 큰 고객은 사모펀드(PEF) 운용역들이다. 벤처투자 시장에 역대급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이들은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투자회수했다. "과거엔 이들이 고객으로 주로 찾아오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조금씩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
새로운 유형의 '큰손'들이 대거 나타나면서 각 증권사들도 슈퍼리치를 고객으로 사로잡으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이 대표적이다. 주식 포트폴리오·절세·가업승계·부동산 투자 등을 종합적으로 컨설팅해주고 있다.
그동안은 젊은 고객들이라고 하면 부모나 조부모로부터 유산을 상속받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절세·가업승계 위주로 자문이 제공돼왔다. 하지만 스톡옵션 부자들의 경우 실수요 성격이 짙은 부동산 투자 위주로 연결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VVIP 컨설턴트는 "자산이 갑자기 크게 생긴 고객들은 투자 스타일이 기존 자산가들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기존 자산가들은 강남3구 중심으로 꼬마빌딩을 찾지만 이들은 실수요 개념으로 접근하는 편이다. 판교 부근 거주용 아파트 혹은 투잡이 가능한 상가건물이 인기다. 1층은 상가, 2·3층은 원룸이나 투룸으로 이뤄지는 건물 형태인데, 부모를 모시고 투잡을 할 수 있는 매물 위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 눈높이를 좇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근엔 이들 고객이 보는 시장 위주로 보고 있다. 기존 자산가들이 보는 강남 부근 꼬마빌딩은 대체로 50억~100억원대에 형성되는데 가격도 빨리 오르고 매물도 귀해 성사가 쉽지 않다"며 "요즘 새로운 고객들이 보는 매물은 주로 30억~40억원 수준으로 연결해줄 매물은 비교적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투자 수익률이 좋은 편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투자가 전업인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사기 행각에 휘말리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귀띔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5월 1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