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선 SK그룹과 크레디트스위스 인연도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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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자회사 ADT캡스가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 등 쟁쟁한 외국계 투자은행(IB)을 두 곳이나 주관사로 선택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ADT캡스가 대기업 계열사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해외 매출 비중이 적은 만큼, SK인포섹과 합병 시너지를 내세운다 하더라도 해외 투자자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투자자에 대한 마케팅 전략은 두 곳이나 포함된 외국계 주관사들이 책임지게 된다. 이들이 어떤 해답을 가져올 지 증권가의 관심이 모인다. 그룹의 브랜드를 인지도로 활용하기 위해 사명 변경 전략 등이 언급된다.
지난 4일 SK텔레콤은 ADT캡스 주관사로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NH투자증권을 선정했다. 공동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원스토어에 이어 SK텔레콤의 두 번째 자회사 상장 시도다. 주관사 가운데 국내 증권사 면면은 지난 원스토어 당시와 유사하다. 작년 9월 원스토어는 KB증권, NH투자증권, SK증권을 주관사단으로 선정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굵직한 외국계 IB를 두 곳이나 선정했다는 점이다. ADT캡스가 해외 상장을 염두에 뒀거나, 해외사업 매출 및 인지도가 높은 편이 아닌 만큼 업계에서는 해외 IB의 필요성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외국계 주관사를 선임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해외 비공개 기업설명회(NDR)이나 영문 투자설명서(Offering Circular)를 작성하는 데 외국계 IB의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 NH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이 외국계 없이 해외 투자 유치를 진행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굵직한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에는 해외 유명 IB의 이름이 빈번하게 눈에 띈다.
다만 이들은 대부분 해외사업과 직접적인 연관이 크다는 분석이다. 앞서 상장 채비를 차린 한화종합화학은 작년 외국계 IB인 JP모건과 모건스탠리를 선정한 바 있고, 현대중공업 역시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단에 포함해두고 있다. 다만 한화종합화학은 작년까지만 해도 나스닥 상장에 대한 의지가 강했고 현대중공업은 해외 매출 비중이 60%를 웃돈다. 최근 상장한 대기업 계열사 SK IET 역시 JP모건과 크레디트스위스를 주관사로 포함했는데, 배터리 소재인 분리막을 공급하는 고객사들 가운데 해외 업체들이 다수 포진해있었다.
문제는 ADT캡스가 해외에서 어느 정도의 사업적 인지도가 있느냐다.
지난 3월 ADT캡스는 정보보안에 특화된 SK인포섹과 합병하며 통합 보안 서비스회사로 거듭날 목표를 밝혔다. 이 과정에서 SK인포섹이 베트남 빈그룹과 진행하고 있는 해외사업을 더욱 키울 계획도 세워뒀다. 다만 SK인포섹이 작년에서야 해외사업에 시동을 걸어 아직 성과가 미미한 데다, ADT캡스는 합병 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 부문 매출은 전무한 상태다. 합병 시너지로 해외사업을 표방하고는 있지만 이를 토대로 해외 기관투자자 유치까지 노리기에는 다소 무리라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SK그룹과 돈독한 크레디트스위스의 인연에 관심을 가지는 시각도 나온다. 실제로 크레디트스위스가 SK그룹 거래(딜)에 참여한 사례가 적지 않다. SK IET와 이번 ADT캡스에 모두 크레디트스위스가 주관사로 이름을 올렸고, 지난 2015년 SK루브리컨츠 상장 당시에도 참여했다.
ADT캡스가 해외에서 낮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SK 브랜드 효과’를 노리지 않겠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위해 상장시점을 전후로 ADT캡스가 ‘SK’를 포함한 새로운 이름으로 회사명을 바꿀 가능성도 거론된다. SK라는 그룹의 인지도를 지렛대 삼아 해외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이전에 SK그룹이 서린빌딩을 기반으로 리츠 상장을 계획했을 당시 ‘SK’라는 브랜드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하려는 밑그림을 그리기도 했다”라며 “당장은 ADT캡스의 해외사업이 미미하지만 사명 변경 등을 통해 (해외 시장의) 투자자를 설득하는 것이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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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09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