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막판 다크호스로 부상했지만
네이버 끝까지 잡아놓은 신세계, 롯데 추격 따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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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막을 내렸다. 매각이 시작될 때만해도 시장의 분위기는 그리 달아오르지 않았다. 규모는 크지만 나이든 세대들이 주로 사용하는 ‘한물간 온라인 플랫폼’을 누가 5조원에 사겠냐는 게 분위기였다. 하지만 입찰 날짜가 다가오면서 인수후보들이 하나둘씩 얼굴을 내밀면서 판이 커졌다.
전통의 유통 공룡인 신세계와 롯데가 맞붙었고, 뒤이어 네이버와 카카오도 등장했다. 이베이 인수전이 ‘유통의 미래’를 건 전쟁이 됐다.
신세계는 이베이 매각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였다. M&A 시장에선 '이베이를 누가 인수할거 같은가'라는 물음에 신세계가 제일 먼저 거론됐다. 하지만 물 밑에선 치열한 눈치전이 펼쳐졌다. 매각자문사로 모건스탠리가 정해진 상황에서 다른 외국계 IB들은 가장 유력한 인수후보를 물색했다. 카카오의 인수전 참여여부가 딜 초반 화두였다.
이번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카카오가 나섰다면 딜의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라며 “카카오가 발을 빼면서 무게 중심이 신세계-네이버로 쏠렸다”라고 말했다.
신세계와 네이버가 연합하면서 이베이 인수전이 싱겁게 마무리 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본입찰 일정이 다가오면서 이번엔 롯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딜 막판까지도 롯데는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질 않았다. 최소 4조원은 예상되는 거래를 준비하면서도 자금을 끌어모으는 행동이 포착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선 롯데가 인수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러는 사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SKT가 조용히 빠져나갔다.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과 이베이 인수전 일정이 겹치면서 더 큰 미션인 인적분할에 집중하기로 하면서다.
막판 다크호스로 롯데가 나서면서 본입찰을 앞두고 승부가 오리무중인 상황이 됐다. 롯데의 막판 승부수는 신세계와 네이버의 연합 전선을 깨뜨리는 것이었다.
롯데는 양사 컨소시엄에 독과점 이슈가 있다는 점을 협상 막판까지 물고 늘어졌다. 거래 완결성 면에서 롯데가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근소한 가격차이라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 실제 이베이 측에서도 자금조달 측면이나 거래 완결성에선 롯데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신세계가 네이버와의 끈을 끝까지 유지하고 간 게 결과를 갈라 놓았다. 본입찰 직전 이베이 측에서 네이버와의 컨소시엄으로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들어 빡빡한 계약조건을 내세웠다. 네이버와의 컨소시엄이 깨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신세계 측에선 대외적으론 네이버와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
본입찰 당일 까지도 신세계-네이버의 컨소시엄이 입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신세계는 네이버 없이도 딜을 할 수 있도록 이베이와의 이야기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베이가 지분 20%를 남기는 방안에 대해서 수용하면서 네이버 없이 딜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짜여졌다. 그런 순간에서도 신세계는 한 손에선 네이버와의 연결 고리를 놓지는 않았다. 실제 본입찰 직후 네이버 측에선 “최종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다소 모호한 입장을 내면서 롯데가 가격을 높이는 것을 경계했다.
공정위 이슈에도 신세계-네이버 컨소시엄이 이어지면서 롯데는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롯데 측에선 프로그레시브 딜을 준비하면서 본입찰에는 다소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상황에서 신세계가 지분 100% 기준 4조5000억원에 들어왔다는 말이 돌았다. 롯데 측은 지분 100% 기준으로 3조 후반 정도는 써낸 것으로 파악된다.
양사의 가격을 받아 든 이베이는 양측의 가격 괴리는 크지만 거래 조건에서 롯데가 앞선다는 판단에 롯데에게 신세계의 가격을 쫓아올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롯데는 섣불리 신세계 가격을 쫓아가지 않았다. 여러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테지만 네이버의 존재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네이버가 신세계 뒤에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가격 경쟁에 나서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전보다 회사의 재무상황이 안 좋은 상황에서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세계가 이베이 이사회로부터 인수협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네이버가 인수에 같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기 어려웠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네이버가 없는 신세계라면 롯데가 지분 100% 인수를 조건으로 얼마든지 판을 뒤집을 수 있었기 때문에 신세계 측에선 빠르게 협상의 진도를 뺐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부터 이베이코리아 매각 소식을 듣고 이베이 경영진과 지속적인 교류를 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베이 측에서 신세계의 거래조건을 받아준 것도 이런 노력의 결과로 평가된다.
이번 거래에는 양사의 M&A 팀뿐만 아니라 자문사들의 치열한 두뇌싸움이 펼쳐졌다.
매각주관을 담당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가 양측의 가격싸움을 붙이고 신세계 인수자문을 맡은 JP모건과 롯데 인수자문을 맡은 BoA가 딜 막판까지 거래조건, 가격을 놓고 줄다리기 했다. 로펌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매각 쪽은 김앤장이 신세계는 태평양, 롯데는 광장이 법률자문을 맡았다. 신세계 인수 협상자로 선전한 이후 김앤장과 태평양은 불과 일주일만에 모든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만큼 이베이와 신세계가 딜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성기 시절의 선동열 투수처럼 네이버가 불펜에서 몸만 푼 것으로도 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상황”이라며 “네이버를 해당 딜에 끌어들인 신세계의 전략이 결국 주효하게 작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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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6월 25일 16:32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