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 연일 매도 의견 제시
식지 않는 증시 열기에 하방압력 커져
국내 영업 축소하며 비교적 ‘중립’ 입장 가능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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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증권사들의 국내 기업에 대한 ‘매도(Sell, Underperform, Underweight)’ 리포트가 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연일 고공행진하는 상황에서 기업에 대한 밸류에이션에 거품이 커졌단 판단에서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비교적 기업들의 눈치를 덜 보는 경향이 강했으나 최근 수년간 국내 영업조직을 축소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며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동시에 주식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수급의 주요 주체로 부상하면서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가 예년과 같은 파급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외국계 증권사 골드만삭스는 이달 1일 한화솔루션에 대한 매도의견을 제시했다.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단기적으로 수익성 확보가 어렵고 진입장벽이 낮은 태양광 비즈니스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였다. 경쟁업체들의 설비투자를 통한 매출 증가를 고려하면 한화솔루션에 대한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것은 정당하다고 봤다. 당시 주가는 약 4만4000원대였으나 매도 의견 4만원이었다.
크레디트스위스(CS)가 지난달 LG화학의 매도 리포트를 내자 당일 시가총액이 4조원가량 증발했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LG ES)에 대한 지분율이 현재 100%에서 70%까지 낮아질 수 있다며 LG ES의 기업공개(IPO)로 인해 LG화학에 대한 지주회사 디스카운트가 적용돼야한다고 주장했다. CS는 당초 LG화학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Outperform)에서 매도(Underperform)으로 조정했고, 목표주가 또한 130만원에서 68만원까지 하향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월 최근 1년간 가파른 주가 상승곡선을 그리던 삼성SDI에 대해 투자의견 ‘중립(Equal-weight)’에서 ‘비중축소(Underweight)’로 사실상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57만원에서 55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나타내고는 있으나 배터리 제조사들의 수익성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 경쟁이 과열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한국 기업들에 대해 비교적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CLSA는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확정짓자 시너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투자의견은 매도, 목표주가는 13만9000원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일본계 노무라증권은 한국전력의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하향했고, JP모건은 금호석유, 골드만삭스는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에 대한 매도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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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내 매도리포트가 연일 발간되고 있는 것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국내 증시의 열기가 식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종별로는 차이가 있으나 기업의 실적과 업황의 전망 대비 고평가 돼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외국계IB 한 관계자는 “최근들어 외국계뿐 아니라 국내 증권사들까지도 사실상 매도의견을 제시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가 맞다”며 “국내 증시가 연일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상승보단 하향압력을 더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에 비해 외국계 증권사들의 리포트는 냉정한 편인 것은 사실이다. 이는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권사들과 비교해 영업 기반이 대부분 해외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근 들어선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영업 및 리서치 조직을 꾸준히 축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입장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들의 리서치 부문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고, 영업조직 또한 국내 비중을 줄이면서 개별 기업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드물게 제시됐던 ‘매도 리포트’는 주식시장에 상당히 큰 영향력을 미쳤으나 최근 들어선 과거와 같은 파급력은 갖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매도 리포트 발간 이후 주요 종목들의 주가는 단기간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으나 머지않아 제자리를 찾았다. 일부 종목들은 외국계 증권사의 레포트와 무관하게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국내 자산운용사 주식담당 한 관계자는 “과거 리서치와 실적 등에 기반한 기관투자가들이 증시를주도하는 주체였다면 최근엔 테마와 이슈 등에 강한 매수세를 나타내는 개인투자자들이 기관을 압도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것 또한 주요 증권사들의 리포트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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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