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조 단위 기업 물망...유니콘 육성 차원
달라진 출자 기류에 운용사들도 대비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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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하반기 다수의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검토 중이다. 블라인드펀드 위주였던 기조에서 벗어나 예비 유니콘 육성을 위해 유력 스타트업을 콕 찝어 투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운용사(GP)들은 물론 투자 물망에 오른 스타트업들도 산은의 달라진 출자 기류에 대비 태세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올해부터 투자목적 및 대상을 명확히 정하는 프로젝트펀드 위주로 출자를 늘릴 계획이다. 그동안은 투자대상을 미리 확정하지 않는 블라인드펀드 위주로 출자해 왔지만 하반기부터는 유력 스타트업을 콕 찝어 투자하겠다는 기조로, 출자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그동안은 블라인드펀드 위주 출자가 많았지만 최근엔 프로젝트펀드 출자 위주로 늘리려 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내 기업 중 성장성이 두드러지는 곳 위주로 펀드 에쿼티(Equity) 투자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업가치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예비 유니콘들이 투자대상으로 주로 검토되고 있다. 하반기에 예정된 출자만 두 건으로, 모두 유니콘 선정 가능성이 유력한 곳들이다.
국내 벤처투자 패러다임이 초기 자금 지원에서 그로스캐피탈(growth capital)로 옮겨오는 상황이다. 벤처캐피탈(VC) 업체뿐 아니라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까지 스케일업 투자에 본격 뛰어들며 투자 규모를 키웠다. 산은도 유니콘 기업 본격 육성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단위당 투자액이 크게 불어났다. 자연스럽게 초기기업보다는 프리IPO 단계에 접어든 기업들이 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투입규모만 최소 300억원 이상이 검토된다. 산업은행은 올해에만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비바리퍼블리카(토스)에 각각 1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산은에서 구제·정책금융을 제외한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산업은행의 벤처기업 투자는 이동걸 회장도 관심이 큰 사안으로 알려진다. 내부선 기업 구조조정 이외의 새로운 분야로도 업무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는 설명이다.
산은에 따르면 스타트업 측에서 먼저 출자요청을 해오는 경우가 많아진 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M&A 직전단계로 기업가치 퀀텀점프가 필요한 상황에 산은이 시리즈 투자에 참여해줄 것을 요청해오는 경우도 많았다는 설명이다.
GP들도 산은의 달라진 출자기류에 대비하려는 분위기다.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기업 한 곳에 투자하기 쉽진 않다보니 대형펀드를 운용하는 몇몇 VC나 PE들이 주된 교류대상이 되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관계자는 "GP 입장에선 비교적 투자 자유도가 높은 블라인드펀드를 선호하는 경향은 있지만 최근 들어선 산은 측에서 프로젝트펀드 위주로 출자가 이뤄질 것이란 언급이 나오고 있어 각 GP들도 산은의 출자기조에 맞춰 대비에 나선 상황"이라며 "유니콘까지 클 수 있는 곳을 발굴해서 펀드레이징을 제안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 대상 물색이 더욱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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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8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