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배구조 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
“’ESG위원회’는 보여주기식 지배구조 개선” 비판적 목소리
총수 중심 기업경영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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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선언” “ESG위원회 설치” “ESG 펀드 출시”
연초부터 ESG 열풍이 거세다. SK, LG 등 대기업 총수의 신년사 키워드는 ‘ESG’였다. 10대 대기업들은 앞다퉈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나섰다. 10대 그룹 외의 많은 기업과 금융회사도 ESG 위원회를 만들었거나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기업의 ESG 경영을 선언한 내면을 보면 ‘E’(환경), ‘S’(사회적 책임)에만 몰두한 나머지 ‘G’(지배구조)에 대한 노력은 요원하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ESG 중 G(지배구조)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S&P ESG 지수를 비교한 결과, E와 S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앞섰으나 G에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경우, E와 S의 점수가 각각 68점과 48점으로 매겨졌다. 애플은 E와 S 점수가 각각 47점과 7점에 불과했다. 그러나 G 지수에서 애플이 30점을 기록해 삼성전자(23점)를 따돌렸다.
기아차 역시 E와 S 부문에서 일본의 경쟁 자동차회사 도요타를 앞서거나 동점을 기록했으나, G 부문에서 5점 차이로 뒤처졌다. SK하이닉스는 대만의 경쟁 반도체회사 TSMC보다 세 부문 모두 뒤처졌으나 G 부문의 점수 차이가 14점으로 더 컸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중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한 기업 비중은 27%로 집계됐다. S&P 500 기업 중에서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한 기업 비중이 50%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선진국 기준이 한참 못미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국가들은 E와 S에서 ESG 평가가 다른 국가와 유사한데 ESG 총점이 낮은 것은 G에서 안 좋기 때문”이라며 “코로나 이후 환경(E)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보통 G가 안 좋은 기업은 E와 S가 모두 안 좋은 경우가 많아 G를 개선하는게 E, S를 동시에 개선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움직임이 더딘 가장 큰 원인은 총수 중심의 기업 경영 환경이 꼽힌다.
기관투자자가 대주주인 해외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대주주가 총수인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이사회가 거수기에 그치고 감사위원의 독립성이 부족한 지배구조로 이어졌고 총수의 이익을 위한 기업 합병 및 분리나 사익 편취로 소수 주주들이 손해를 보는 일까지 발생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대표는 “ESG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천하는 것으로, ESG위원회를 따로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챙겨야 하는 사항”이라며 “굳이 ESG위원회라고 이름 붙인 위원회를 이사회 안에 따로 만드는 것 자체가 또 다른 방식의 ‘ESG 워싱’”이라고 지적했다.
ESG 평가지표에서 G 부문 점수의 비중은 E, S보다 상대적으로 더 크다. 글로벌 펀드리서치 회사인 러셀 인베스트먼츠 리서치에서 발표한 ESG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자의 투자 판단에서 E가 13%, S가 5%의 중요도를 두지만 G에는 82%의 비중을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쁜 기업의 지배구조는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이어지고 이를 관리감독하고 견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배구조 부분에 손을 대야 장기적인 차원에서 ESG부문에 대한 평가가 개선되려면 지배구조 부문에 손을 대는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기업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것을 넘어 여성 이사 비율에 인종 다양성까지 고려하며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고 있다. 총수 중심 경영 환경에서 벗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지배구조 개선이 노력하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배구조 부문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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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09일 16:4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