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외면 받는 ‘좀비 ETF’ 상폐는 시장의 선순환
“ETF 상장만큼 상장폐지도 중요”…ETF 시장 신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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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장지수펀드(ETF)에 자금이 몰리는 가운데, 상장폐지(상폐)되는 종목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ETF 상장폐지가 늘어나면서 ETF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상폐되는 ETF가 늘어나는 것이 오히려 실보다 득이 더 크다는 의견도 많다. 시장에서 외면받는 상품은 상폐되고, 액티브 ETF 등 새로운 ETF가 상장되기 때문에 옥석 가리기 및 건강한 선순환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6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시장 규모 26조원과 비교하면 30%이상 성장했다. ETF는 주식처럼 편하게 거래할 수 있고 분산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장점에 인기가 높아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 직접투자 열풍에 힘입어 공모펀드 시장이 크게 위축된 와중에도 ETF에 자금이 몰리며 급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 올해 상반기에만 총 14개의 ETF가 상장폐지됐다. 한국거래소는 ▲상관계수 미달 ▲유동성 공급계약 부재 ▲상장규모 미달 ▲신고의무 위반 ▲투자신탁 해지 ▲투자자 보호 요망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도록 한다. ETF가 자진 상장폐지되는 경우 청산 직후 대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도록 돼 있어 상장폐지에 따른 피해발생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ETF의 상폐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6년 8건 ▲2017년 5건 ▲2018년 7건 ▲2019년 11건 ▲2020년 29건으로 최근 들어 크게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2009년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가장 많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ETF 상장폐지가 늘면서 ETF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자연스러운 시장의 흐름이라는 의견이 더 많다. 상장폐지되는 ETF는 시장의 니즈에 맞지 않아 거래가 잘되지 않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우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ETF 라인업을 정리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ETF 상품도 그 시대에 유행하는 패러다임에 따라 상장할 수밖에 없고 상폐되는만큼 새롭게 설정되는 ETF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에 상폐되는 KODEX FnKorea50의 경우, 지난 한달 간 거래가 하나도 없던 영업일이 7일이었다. 이처럼 하루 거래량이 1000주도 되지 않는 일명 ‘좀비 ETF’는 전체 485개 상품 중 68개에 달했다. 좀비 ETF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레버리지나 테마형 ETF 등 특정 상품에만 관심이 쏠리고 중∙소형 ETF에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ETF 시장 규모에 비해 상장 종목도 많은 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4월 일본 ETF 시장의 시장 규모는 5450억 달러(약 615조원)으로 60조원 대인 한국 시장의 10배에 달했다. 반면 상장종목 수는 201개로 한국(485개)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투자자에게 외면받는 ETF가 계속 남아 거래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한때 한국거래소가 ETF 시장을 키우기 위해 거래량이 적더라도 상폐하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며 “이제 ETF 시장의 몸집을 불리는 시기는 지났고 질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면서 투자자 관심을 받지 못하고 유동성 공급이 안 되는 상품은 상장폐지해 그 운용역량을 새로운 상품 개발이나 기존 상품 관리에 쏟는 게 맞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명 ‘좀비 ETF’는 유동성이 떨어져 투자자가 원하는 가격에 거래를 하기 어렵다. 이는 ETF 상장폐지보다 오히려 더욱 투자자의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거의 없는 '좀비 ETF'를 방치해두면 투자자에게 투자 선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혼란을 준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품들을 상폐시키는 것 자체가 ETF 시장의 건전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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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2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