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재유행으로 인한 불확실성, IFRS17에 따른 순이익 변화 클 듯
-
보험사들이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에 코로나 재확산까지 여러 변수들에 직면했다. 그만큼 보험사의 실적을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올해 하반기는 물론 내년 이후 보험사들의 실적 추이를 지켜볼 필요성이 그 어느때보다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단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진 보험사들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여파로 자동차와 병원 등을 이용하는 사람이 주는 등 반사이익을 제대로 본 덕분이다. 이런 호실적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가릴 것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분기 삼성전자 특별배당을 제외하고도 순이익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90%를 넘었다. 한화생명은 300% 이상 증가하는 등 실적개선이 이어졌다. 손보사 중에선 삼성화재가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대비 163% 증가했으며, DB손해보험은 순이익 38%, 현대해상은 41% 증가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인해 차량 이용량이나 차량 사고가 감소하고, 병원 이용량이 늘면서 그동안 손실이 발생하던 보험영업 손익의 적자폭이 감소된 영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보험사 영업에만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가시화하는 등 최근 국고채 단기물을 중심으로 시장금리가 상승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장기적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이 증가하고, 이차역마진 부담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을 앞두고 금리 상승은 보험사의 자본확충 부담을 대폭 줄여준다.
몇 년전 초저금리 상황에서 IFRS17 도입이 논의될 당시만 하더라도 보험사들이 수십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따라 IFRS17 도입을 늦추거나 아니면 아예 도입을 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상황이 반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과도한 유동성 공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중금리가 오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보험업계에선 과거 수십조원에 이르는 자본확충 부담이 완전하진 않지만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그런 우려는 상당히 해소되었다는 평가다. 보험사들 중에서 IFRS17 도입에 따른 추가적인 자본확충에 나설 필요가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
한 계리 전문가는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라며 “감독당국도 보험사에 요구하는 규제 수준을 낮춰줌으로써 보험사에 부담을 덜어주었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하반기 보험사 실적에는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코로나 수혜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험사 영업에선 긍정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하반기에는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코로나 재유행으로 이를 점치기 힘들어졌다. 1.8%를 위협하던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3%선 아래로 내려왔고, 국내 10년물 국채 역시 금리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단기 금리 역시 하락세다. 한때 1.5%대까지 올랐던 국고채 3년물은 코로나 재확산 이후 다시 급락하는 추세다. 델타 변이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전망에 변동이 생긴 영향이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경기 지표 둔화 등의 이유로 미국 국채 금리 또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리 변화에 따른 실적을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신한금융투자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라 금리 인상 전망이 후퇴로 금리가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연일 강경한 매파적 발언을 내놓으며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발령 이후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상황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IFRS17 도입이란 가장 큰 변수의 영향이 하반기엔 본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IFRS17은 2023년 1월부터 도입이 확정되었지만, 새로운 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는 올해부터 작성해야 한다. 2023년 재무제표에 이전년도의 재무제표를 같이 작성해서 올린다는 측면에서 올해부턴 IFRS17 기준에 맞춰서도 재무제표 작성을 해야 하는 것이다. 즉 보험사들은 올해에는 기존의 재무제표 더하기 IFRS17에 맞춘 재무제표 두개를 작성해야 한다.
문제는 IFRS17 기준에 맞춘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여러 가정들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IFRS17은 공정가치에 따라 미래의 수익을 현재가치로 평가하는게 주요 골자다. 즉 보험사들은 앞으로의 금리 변화 및 상품별 수익을 모델링해서 제무제표를 작성해야 한다. 여기서 보험사의 판단이 많이 작용하게 되고, 이는 보험사 순이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즉 IFRS17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의 실적이 기존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유사한 상품이라도 회사마다 원칙에 따라 서로 다른 방식으로 회계처리가 가능하다”라며 “IFRS17에 의해 작성된 재무제표는 이전에 발표한 재무제표 대비 각 보험사의 순이익 변화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1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