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선식품 업체들 미국 상장 후 된서리 영향
다른 기업들도 쿠팡 보고 나스닥 상장 외치다가
현실의 장벽에 나스닥 꿈 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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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상장을 외치던 마켓컬리가 국내상장으로 선회했다. 미국 상장에 들어가는 비용도 크고,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절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불어 유사한 업종의 기업들의 나스닥 상장 성적이 신통치 않은 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쿠팡 상장 이후 너도 나도 미국 상장을 외치던 기업들이 대부분 현실의 벽을 느끼고 마켓컬리처럼 국내로 선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상장 움직임마저 정지 상태다.
마켓컬리는 최근 한국 증시 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간 나스닥과 한국 상장을 동시에 검토했으나, 사업모델과 국내외 증시 상황을 감안해 국내 상장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설명과 별도로 마켓컬리가 나스닥 상장을 접은 것에 대해선 다양한 말들이 나온다. 무엇보다 투자금융 업계에선 동종업계 회사의 미국 상장이 신통치 않았다는 점이 거론된다.
마켓컬리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 신선식품 배달 스타트업인 미스프레쉬와 딩동마이차이가 지난 상반기 미국 증시에 기업공개를 했다. 하지만 식료품 배달을 둘러싼 중국 시장의 치열한 경쟁에 대한 우려로 시장에서 이들에 대한 평가는 후하지 않다.
텐센트가 투자한 미스프레시는 13달러로 공모가를 정하고 2억3000만 달러를 조달했지만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현재 주가는 8달러 수준에서 오가고 있다. 경쟁사인 중국의 딩동마이차이는 미스프레쉬 주가 하락의 여파로 공모 규모를 3억5700만달러에서 1억1000만달러까지 줄였다. 상장 첫날 공모가 하단에 거래를 마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한 투자금융 업계 관계자는 “쿠팡 상장으로 고무되어 있던 마켓컬리가 동종업계의 중국 업체인 딩동마이차이, 미스프레쉬 주가 하락을 보고 나스닥 상장의 꿈을 접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마켓컬리는 최근 신규 투자유치에 성공하긴 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우려는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신규투자도 기존 투자자들이 다시금 투자한 형태로 이뤄졌다. 투자자들이 마켓컬리를 보는 시선이 보수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업계내 경쟁강도도 높아지고 있는 판국이다.
이는 쿠팡 상장 이후 나스닥 상장에 고무되었던 기업들이 현실의 장벽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단 평가다.
국내외 자문사에 한때 문의가 끊이지 않았던 미국 스팩(SPAC) 상장은 거의 문의가 끊긴 상태고, 나스닥 상장도 몇몇 기업을 제외하곤 거의 접은 상태다. 비전펀드의 투자를 받은 야놀자 정도가 그나마 나스닥 상장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업종이 다른 기업들은 미국 나스닥 상장 절차가 까다로운 점 때문에 진행과정에서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회계기준인 IFRS를 도입한 국내와 달리 미국에선 US GAAP(미국 채택 회계기준)이라는 독자적인 회계 제도를 운영한다. 미국 상장을 위해선 US GAAP에 맞춰서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 절차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평가다.
이 관계자는 “US GAAP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할 경우 회계 원칙에서 국내의 기준과 부딪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라며 “서로 다른 회계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라고 말했다.
국내에 본사를 두고 있을 경우 상장 과정에서 국내 감독당국과의 의사소통도 이뤄져야 한다. 국내 투자자들이 들어있을 경우 이들 보호를 위해서 금융감독원 등 감독기관에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이 과정이 국내상장 못지 않다 보니 나스닥 상장을 원하는 기업들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 감독기관의 눈치도 봐야 한다.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당연히 여기에 드는 비용도 늘어나게 된다. 미국 상장 자체가 주관사에 주는 수수료가 높다. 미국 상장 수수료는 공모자금의 많게는 5% 이상을 줘야한다. 국내 상장의 경우 2~3% 수준인 것과는 두배 이상의 차이가 난다. 여기에 회계, 법률 검토에 들어가는 비용도 당연히 국내 상장에 배 이상이 들어가게 된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나스닥 상장을 검토했던 이유는 쿠팡의 사례처럼 수조원 이상의 공모자금을 더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켓컬리의 사례처럼 유사한 기업이 상장한 이후에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받다 보니 굳이 나스닥에 갈 명분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본사가 있지 않는 굳이 국내 기업의 나스닥 상장을 할 이유도 없고, 또한 여전히 현실적인 장벽도 높은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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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1년 07월 21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