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받으려 CB 상환 막는 등 HMM 상대 갑질"
HMM 살아날수록 입지 애매…지배구조 한계도
해운재건 중추 공사 향한 불신…진정성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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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핵심인 HMM 내부에서 불만이 새 나오고 있다. 키를 쥔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그간 HMM을 상대로 고리대 장사를 벌였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5개년 계획 전반부를 성공적으로 마치기까지 공사 기여를 부정하기 어렵지만 지원기업 내부에서 진정성에 불신을 표하는 상황이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HMM 직원으로 추정되는 청원인이 "한국해양진흥공사의 만행을 고발한다"라는 내용의 청원을 냈다. 공사가 보유 중인 HMM의 전환사채(CB) 조기 상환을 막고 있으며 HMM에 불리한 금융을 강요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해양진흥공사는 HMM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중도 상환 요청을 한 적이 없으며 이를 못하게 막은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측이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공사는 그간 산업은행과 함께 정부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지원해왔단 평가를 받고 있다. 최대 성과는 HMM이다. 9년 이어진 적자를 끊어내고 분기 조 단위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HMM의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9년간 누적 영업손실인 3조8426억원을 훌쩍 넘기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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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현재까지 HMM이 산업은행과 공사를 상대로 발행한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살펴보면 아니 뗀 굴뚝에 연기날까 하는 반응도 나온다.
해당 사채는 2017년 3월 발행한 6000억원 규모 191회차 CB다. 발행 5년 차인 내년 3월부터 이율이 기존 3%에서 6%로 변경된다. 이는 지난 2016년 12월 이후 5년간 산업은행과 공사가 참여한 모든 CB·BW와 동일한 조건이다. 그런데 191회차 CB의 경우 유일하게 발행 1년 후부터 3개월마다 한 번씩 돌아오는 이자 지급일에 중도 상환을 요청할 수 있다. 현재 HMM 보유 유동자산은 3조원 이상으로 상환 여력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갚을 여력이 있고 계약 상 조건이 갖춰졌다면 이율이 오를 때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상환하는 게 상식적"이라며 "HMM이 공사로부터 경영 감시를 받고 있기 때문에 공사 이해관계와 충돌하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내부 직원이 폭로성 청원을 올렸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선 CB 상환을 둘러싼 진위 여부를 떠나 HMM의 부활에 가려진 공사의 그간 행태가 청원을 통해 새 나왔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HMM이 대형 컨테이너 선박 20척을 발주할 때 해양진흥공사가 보증을 서고 5년 치 수수료를 일시 지급하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불거진 적이 있다"라며 "은행도 그렇게 요구하지 않는다. 결국 50%를 선지급하기로 합의됐는데 그 돈으로 공사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불만이 상당했다"라고 전했다.
출범 첫해부터 적자 기업인 HMM을 상대로 성과 욕심을 냈다는 불신을 산 셈이다. 당시 HMM이 공사 측에 선지급한 보증수수료는 약 500억원 이상으로 전해진다. 2018년 7월 설립된 공사는 출범 5개월 만에 자체 경영실적 평가 등을 통해 총 9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도마에 올랐다. 그해 황호선 사장이 5900만원을, 이밖에 본부장급 인사가 3900만원을 받아간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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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을 중심으로 이뤄진 해운 재건 계획의 지배구조 측면 한계도 거론된다.
지난 2018년 10월 산업은행과 공사, HMM 3자는 경쟁력 제고 방안 이행 약정서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공사는 HMM에 신용공여와 투자유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경영건전성 확보와 감시, 검사 및 경영개선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피지원 대상으로선 정당한 경영 감시와 지원 대상을 활용해 성과를 내는 행태 사이 경계가 모호할 수 있다.
공사 내에서도 조직 논리가 있고 부서마다 성과가 필요하다. HMM이 자립 가능한 시기가 다가올수록 공사 내 일부 조직은 가장 큰 고객사를 잃는 구조다. 실제로 공사가 지원할 해운 기업은 수십여 곳에 달하지만 실제 지원은 HMM에 집중돼 왔다. HMM이 예상보다 빨리 정상화하면 역설적이게도 공사의 존재감은 줄어드는 셈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HMM 자체 현금흐름으로 기자재 구입 등이 가능해졌지만 이를 투자심의위에 올렸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금융 지원을 받는 형태로 고친 적이 많다"라며 "당시 공사 측에서 '누구 마음대로', '그게 너희 돈인 줄 아느냐'라는 식의 질책까지 나왔다"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번 청원 논란으로 정부의 해운 재건 장기 청사진에 대한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내년부터 5개년 계획의 무게추는 기존 산업은행과 공사 양축에서 공사 중심으로 변화할 예정이다. 시장에선 HMM이 자립 가능해질 경우 공사가 손을 놓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다. HMM과 공사 측의 경영 정상화 이행 약정은 올해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