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제하는 중국 은행들 보나 낮은 밸류에이션
관료들의 보신주의와 금융지주의 눈치보기 어우러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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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4대 금융지주가 코로나 사태로 중단했던 배당을 다시금 시작했다. 금융지주가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하자 건전성 악화를 우려로 배당을 자제시켰던 금융당국이 이를 막을 명분이 없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투자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글로벌 톱 수준의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은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해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보신주의와 금융지주의 눈치보기가 만들어낸 결과물이란 비판이다.
올해 상반기 사상최대 실적을 기록한 4대 금융지주가 중간분기배당에 나섰다. 신한금융은 6월말 기준으로 분기배당을 실시하고, KB금융은 지주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보다 200원 늘어난 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결정했으며, 우리금융도 지주사 설립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한다.
구체적인 연간 배당 계획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4대 금융지주는 한 목소리로 배당확대 및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외치고 있다. 일부 금융지주는 배당뿐만 아니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프로그램도 고민하고 있다. 배당만으론 주주들을 달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투자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다. 그 이유는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주주환원 정책은 한참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4대 금융지주의 상황이 글로벌 금융사 대비 수익률이나 건전성이 뒤떨어져 있지 않음에도 주주환원은 ‘쥐꼬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들이 불만족하는 부분이다.
이는 수치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최근 4개 분기 기준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자기자본이익률(ROE)는 글로벌 금융사들과 비교해도 양호하다. 신한금융지주 9.2%, KB는 10.0%, 하나금융은 9.5%, 우리금융은 7.6%의 ROE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JP모건은 13.7%, BoA는 9.7%, 씨티은행은 8%, 웰스파고 8.2%, HSBC는 6.8%, 바클레이즈 7.2%로 국내 금융지주는 글로벌 금융기관과 비교해도 우수한 ROE를 기록했다.
건전성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4대 금융지주는 2021년 2분기 기준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신한금융 16.5%, KB 16%, 하나금융 16.6%, 우리금융 13.8%로 감독당국이 권고하는 12%를 훨씬 상회한다. JP모건 17.1%, BoA 15.1%, 씨티 15.7%, 웰스파고 16.8%, HSBC 21.0%, 바클레이즈 22.3%와 비교해서도 우수한 BIS 비율을 보여준다.
위기상황에서 금융사가 지닌 손실흡수능력을 보여주는 CET1비율도 글로벌 톱 수준이다. 2021년 2분기 기준, 신한 13.4%, KB13.7%, 하나금융 14.2%, 우리 10.2%로 JP모건 13%, BoA 11.5%, 씨티 11.9%, 웰스파고 12.1%, HSBC 15.6%, 바클레이즈 15.1%에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그만큼 국내 금융지주가 위기 상황에서도 글로벌 금융사 못지 않은 충격흡수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수익성과 건전성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만 유독 낮은 지표가 있다. 바로 총주주환원 비율이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총 주주환원 비율(2020년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 비율)은 불과 30%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도 기말 회계기준으로 신한이 32%, KB가 24.6%, 하나금융 22.8%, 우리가 33.4%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글로벌 금융기관은 JP모건은 70.8%, BoA는 88.4%, 씨티는 91.9%, 웰스파고는 376.4%, HSBC는 31.3%, 바클레이즈는 92.2%다. HSBC는 2020년 회계연도에 총 주주환원 비율이 30% 수준으로 낮아지긴 했지만 2018, 2019년도에는 각각 71.6%, 114.8%의 주주환원 비율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주주환원 정책으로 활용하지만 국내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이를 쌓아놓고만 있는것이다. 이는 바로 주가 부진으로 이어진다. 국내 4대 금융지주의 지난달 30일 기준 주가순자산비율 (최근분기 PBR) 은 불과 0.4배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는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최근분기 PBR이 1배를 상회한다. JP모건은 1.79배, BoA는 1.28배, 씨티는 0.74배, 웰스파고는 1.1배를 기록했다.
이처럼 4대 금융지주는 뛰어난 실적에도 불구하고 PER, PBR 기준으로 밸류에이션이 전세계에서 가장 저평가 되어있다. 기업은 성장했는데 주가는 최근 10년간 하락 추세다. 4대 금융지주사의 밸류에이션은 정부의 영향력이 훨씬 강한 중국 금융지주사(대부분 공기업)과 비슷한 세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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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미국보다 강한 건전성 규제를 가하는 유럽의 금융기관들은 PBR이 1배에 못 미치긴한다. 지난달 말 기준 HSBC는 0.63배, 바클레이즈는 0.44배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의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주주환원 정책을 비롯한 주가 부양을 요구한다. 코로나 사태로 배당을 중단하자 투자자들은 소송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4대 금융지주 중에서 연간 주주환원 프로그램 계획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는 곳은 전무한게 현실이다. 올해 계획에 대해서 물어보면 돌아오는 대답은 “논의중이고 정해진 주주환원 프로그램은 없다”는 대답이다. 오랜 기간 이런 일이 벌어지다 보니 장기 투자자들은 금융지주를 외면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관료들의 ‘보신주의’가 있다는 비판이다. 아직도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금융 관료들의 머릿속에 강력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해 은행을 구제했던 아픔 경험 때문에 과거와는 판이하게 금융지주의 건전성 및 수익성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관료들은 재임기간에 주주환원 관련 고삐를 기존보다 풀어주었다가 나중에라도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추후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을 걱정한다.
주주환원 정책에 관료들이 보수적인 또다른 이유는 금융지주 주가는 승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사주조합, 수 많은 개인투자자, 그리고 국민연금이 10%를 가진 대주주지만 주가가 오른다고 관료들이 받는 혜택은 없다. 오히려 재임기간 건전성에 문제가 생기면 문책사유가 된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은 배당자제 및 소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논의하려고 금융당국과 소통하면 아무도 안하는데 굳이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타를 받는다”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정책을 피는데 있어서 기준조차 없는 점은 더 큰 문제다. 감독당국은 배당성향을 25~30% 수준에서 제한할 것을 금융지주에 요구하는데, 그 기준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조차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4대 금융지주들이 불필요하게 자본을 많이 쌓고 있다 보니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M&A 나선다는 비판도 나온다. 불필요한 회사 M&A에 막대한 자금을 쏟기 보다는 오히려 지나치게 저평가 되어 있는 자사주를 매입하는게 회사나 주주를 위해 이익일 것이란 설명이다.
4대 금융지주들도 적극적으로 어필하기 보다는 여전히 금융당국의 눈치만 살피는 관행이 계속되고 있다. 그나마 사모펀드 등 새로운 주주들이 초빙되면서 주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게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이전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기관투자자는 “관료들의 보신주의와 금융기관의 당국 눈치보기 때문에 여전히 한국의 금융지주 주가는 크게 눌려있다”라며 “코로나 사태로 금융지주들은 사상최대 수익을 달성하는데도 그 혜택은 투자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지 못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