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 100% 이상…자사주 감안해도 대출 어려워
PEF 피인수 효과도 아직…금융사들 "계륵” 난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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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M PE의 한샘 인수금융 조달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장가의 2배 가까운 금액을 제시한 터라 통상의 대출 구조로는 IMM PE가 원하는 금액을 빌려주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사모펀드(PEF) 피인수 기대감도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터라 금융사들은 한샘 인수금융 주선은 ‘계륵’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0일 M&A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증권사로부터 한샘 인수금융 주선 제안을 받고 있다. 한샘은 지난달 15일 최대주주 조창걸 명예회장 외 특수관계인 7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IMM PE에 매각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IMM PE는 조창걸 명예회장(지분율 15.45%)과 딸들, 한샘드뷰연구재단(5.52%) 등이 가진 한샘 지분 27%대를 인수한다. 거래 금액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되는데, IMM PE는 인수가의 절반 수준인 80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조달하길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금융사 사이에선 IMM PE의 요구를 맞추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많다.
일단 인수 가격이 높다. IMM PE의 한샘 주당 인수가는 23만원가량으로 추정된다. 인수 소식이 알려지기 전 한샘 주가가 10만~11만원 수준을 오간 점을 감안하면 거의 시가의 2배를 쳐준 셈이다. 최근 인수대상 지분의 시가는 7000억원대 중반을 오간다. 보통 인수금융 시 주식 담보인정비율(LTV)은 40~60%인데, 8000억원을 빌려주려면 100%를 넘어서야 한다.
주가라도 받쳐주면 여유가 생길텐데 최근 주가 행보도 시원치 않다. 한샘 주가는 PEF 피인수 소식이 알려진 후 한때 15만원에 육박했지만 최근 12만원 아래로 다시 내려왔다. 이런 상황에선 보수적인 시중은행은 물론 증권사도 내부 심의를 넘기 어렵다.
제조사 M&A의 인수금융 규모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내외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작년 한샘의 EBITDA는 1527억원이었다. 1000억원가량의 순차입금(3월말 기준)을 제하면 6500억원 정도를 빌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들을 감안할 때 한샘 인수금융 규모는 5000억원, 아주 많아야 6000억원일 것이란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IMM PE가 한샘 투자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유리한 요소들을 위주로 설명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며 “일단 적정 가치냐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으니 얼마를 빌려줄 것인 지를 정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샘은 총 주식수 대비 26.7%에 달하는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 M&A시 이 주식은 없는 것으로 보고 유통주식 중심으로 지분율을 따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감안하면 IMM PE의 실질 인수 지분율은 30%대고, 시총대비 주식 가치는 1조원에 달하게 된다.
많은 금융사들이 이런 자사주 효과를 기본 전제로 깔고 대출 구조를 검토했다. 그럼에도 IMM PE가 바라는 수준의 인수금융 금액은 맞춰주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많았다. 금융사 입장에선 인수금융 주선을 따내더라도 먹을 것이 없다. 재매각(Sell down)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크다. 일찌감치 여러 증권사와 은행이 손을 들고 검토를 중단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한샘 인수금융 주선에 대해 “주가가 받쳐주지 않으니 제안을 해야 하나 고민이 많다”며 “금융사 입장에선 계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