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들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 7.8%·14.8% 하락
D램 현물가 폭락에 양사 하반기 전망 정반대 상황
당분간 메모리 시황·양사 주가 점치기 힘들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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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외국계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메모리반도체 업황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연달아 제기됐다. 이는 곧바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슈퍼 사이클이 온다'던 연초 예상과 달리, 메모리 업황 회복세가 이미 정점을 지나 둔화하고 있다는 이유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내놓은 하반기 전망과 정면 배치된다. 골드만삭스 등 일부 외국계IB 역시 여전히 무지개빛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외국계 투자자를 중심으로 쏟아지는 투매를 막을 순 없었다.
13일 장 초반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 이상 추가 하락하며 7만5000원대에 거래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 사흘에 비해 하락폭이 둔화했지만 여전히 약세를 보이며 10만원을 중심으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주에만 양사 주가는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한 매도 행렬로 각각 7.8%, 14.8%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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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양사 주가 하락이 이어지는 건 최근 발표된 외국계 증권사의 부정적 리포트 영향이 크다.
모건 스탠리는 11일(현지시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다(Winter is Coming)'는 과감한 제목의 매도 리포트를 발표했다. D램 가격은 정점을 지나 사이클(주기) 후반기에 진입해 기업 가치 평가가 큰 의미가 없는 시기라는 이야기다.
삼성전자에 대해선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가를 기존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9% 이상 낮춰잡았다. SK하이닉스는 비중축소 의견을 내며 목표가는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반 토막을 냈다.
앞서 홍콩계 CLSA 증권은 9일(현지시간) 반도체 사이클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CLSA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각각 비중 축소(Underperform)로 낮춰잡았다. 목표 주가는 삼성전자의 경우 기존 11만원에서 8만6000원으로, SK하이닉스는 17만2000원에서 12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들이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최근 D램을 중심으로 시장 현물가격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현재 D램 현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모듈 업체의 평균 재고는 12주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D램 제품에서 계약가 상승과 현물가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며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현물가가 계약가보다 낮게 거래될 때 업황 침체기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우려는 이달 들어 외국계 매도 리포트를 통해 갑작스럽게 불거진 것은 아니다.
지난 4월 국내 증권사에서도 공급사와 수요처 간 재고 불균형 문제로 D램 가격 상승세가 2분기 정점을 찍을 거란 우려가 제시된 바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재고가 정상 수준(4~6주)을 밑도는 2주에 머물러 있는데 서버 시장 큰손인 하이퍼스케일러의 재고 수준은 이를 크게 웃도는 11주 수준으로 불어났다는 이야기다.
이 때문에 올 4분기부터 메모리 가격 하락이 시작될 거란 목소리가 세를 불리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빨리 현물가 하락이 시작됐다. 결국 외국계 증권사가 이를 반영해 선제적으로 부정적인 리포트를 쏟아내기 시작하자 외국인 투자자가 투매에 나선 것.
국내 주식 담당 한 펀드매니저는 "수급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 매도가 이어지고 있는데 결국은 연초 대비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슈퍼사이클에서 소(小)사이클로 전망이 축소하더니 이내 외국계 IB에서 겨울이 왔다는 매도 리포트로 이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유효했던 하반기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이 불과 2주 사이 뒤집어졌다"며 "이젠 하락 사이클이 6개월이냐 1년이냐를 두고 전망이 엇갈리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투자업계의 시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분기 실적 발표회를 통해 내놓은 하반기 전망과는 정면 배치되는 것이다. 당시 양사 발표회에 참석한 기관 투자자들은 공급사와 고객사 재고 간 불균형 문제와 하반기 시황에 대한 우려를 집중 제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답변은 대체로 낙관적이었다. ▲하반기 새로 출시되는 CPU 채용이 본격화하고 ▲시스템 반도체 수급난에도 모바일 등 응용처 고용량화 추세가 여전하며 ▲하반기 응용처 전반 수요 강세가 예상돼 시장 전체 재고 수준은 내년까지 계속 낮아질 것이라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모든 외국계IB가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을 점친 것도 아니다. 모건스탠리와 같은 날 나온 골드만삭스 레포트는 삼성전자 목표가 10만7000원, 하이닉스 목표가 17만7000원을 유지했다. 일부 우려에도 2022년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며, 차세대 공정인 DDR5 전환이 시작되며 수요가 증가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현 시점에서 시황이나 양사 주가 흐름을 단정 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편이다. 이 때문에 서버 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하락을 압박하기 위해 공급사 재고 부족 착시를 유도하고 있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당장 증설 일정을 되돌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 한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PC 시장 수요 회복세가 둔화하며 현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그보다도 서버 고객들이 업황 주기가 짧아진 틈을 이용하고 있는 게 보다 큰 요인"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공급 속도 조절에 나서기 힘든 점을 알고 상반기에 재고 축적에 나서며 착시를 유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산운용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주가는 역사적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1.6배에서 결정되는데, 내년 주당순자산가치(BPS)를 기준으로는 현재 PBR 1배 이하로 떨어졌다"라며 "외국계 리포트가 제시한 가격까지 하락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단기적으로는 수급 측면에서 주가에 불리한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