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테마가 주요 마케팅 포인트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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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중공업에 이어 현대오일뱅크 상장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주관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 일정을 끝내고 이달 중 주관사 선정을 마감할 예정이다.
관전 포인트는 친환경 테마를 기반으로 한 에쿼티 스토리 구상이 될 전망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기존의 ‘기름집’ 이미지에서 벗어나 ‘탈(脫) 탄소’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11일부터 이틀 간 주요 증권사들을 상대로 주관사 PT를 진행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 국내 증권사를 비롯해 씨티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참여했다. 하나금융투자, JP모건은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는 두 차례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데다, 크고 작은 M&A(인수합병) 건들을 통해 여러 증권사들과 인연을 맺어왔다. 이 때문에 유력한 주관사 후보를 꼽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 2011년 현대오일뱅크는 NH투자증권(당시 우리투자증권)을 단독 대표주관사로 선정했고 2019년에는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공동 대표주관사를 맡은 바 있다. 공동 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당시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BoA메릴린치 등이 꼽혔다.
계열사인 현대중공업 상장 과정에서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 등이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상장은 앞선 현대중공업 IPO, 현대제뉴인 출범 등 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 및 지배구조 개편과 연관되어 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전체 그룹 상황에 대한 스터디가 되어 있는 주관사를 선정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금번 현대오일뱅크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현대오일뱅크가 주목하는 ‘친환경’ 관련 에쿼티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히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이 하반기 가동할 HPC(중질유석유화학시설) 투자시설에 관심이 쏠린다.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롯데케미칼과 손을 잡고 약 2조7000억원을 투자해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한 바 있다. 지분은 현대오일뱅크가 60%, 롯데케미칼은 40%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실상 현대오일뱅크가 주요 경영권을 보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HPC 투자시설은 현대케미칼이 하반기 가동을 앞둔 공장이다. 태양광 패널 소재인 EVA(에틸렌비닐아세이트), 배터리 분리막 소재인 UHMWPE(초고분자량 폴리에틸렌) 등 친환경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원유 정제 부산물 활용도를 60% 이상으로 올려 생산성을 높일 예정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정유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정유업이 신사업 트렌드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는 데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도 비켜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블루수소 생산에 시동을 걸고 이를 탈황 설비나 발전용 연료로 판매할 계획도 세워뒀다. 2030년까지 전국에 180여개의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결국 해당 재료들을 통해 현대오일뱅크의 신사업 로드맵을 어떤 증권사가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에 주관사 선정 결과가 달린 셈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이전부터 여러 증권사들과 인연을 맺어왔지만 예전과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에 결과를 단정 짓기는 어렵다”라며 “더구나 현재로서는 (현대오일뱅크가)발행사로서 국내외 증권사 사이에서 매력적인 IPO 건으로 비춰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환경 사업 방향이 더욱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